첨단 소재가 바꿔놓을 미래 자동차의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이 발간하는 HMG저널 2018년 1월 15일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자동차에 쓰이는 소재 변화의 흐름과 최신 기술, 앞으로의 전망을 살펴본 글입니다. ]

100년 넘는 세월동안 자동차에 쓰이는 소재의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경량화와 전동화라는 흐름과 더불어 첨단소재 사용이 늘고 있습니다. 앞으로 첨단소재는 자동차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놓을까요?

19세기 말에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이후, 자동차에 쓰이는 소재는 크게 달라졌고 점점 더 다양해졌습니다. 그와 같은 변화는 자동차가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사서 쓰게 되고 생활을 바꾸면서 자동차가 갖춰야할 특성이나 조건이 꾸준히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금속 즉 강판으로 차체를 만들게 된 것은 자동차 산업은 물론 자동차 자체의 특성도 크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강판으로 만든 차체는 마차에서 주된 소재로 쓰인 나무와 비교하면 많은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나무보다 훨씬 더 견고하고, 페인트를 입히는 등 녹슬지 않게 처리한 뒤에는 수명도 훨씬 깁니다. 그리고 날씨와 같은 주변 환경은 물론 사고를 비롯해 외부 충격으로부터 차에 탄 사람을 보호하기에 알맞은 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안에 탄 사람이 더 안전하고 편리하며 쾌적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만들기 좋습니다. 물론 대량생산에 알맞다는 특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1930년대에 모노코크 구조로 만든 자동차의 대량생산이 시작된 것은 다시 한 번 자동차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 놓습니다. 구동계가 설치되는 프레임 위에 차체를 따로 만들어 얹는 구조와 달리, 모노코크 구조는 여러 강판 조각을 용접해 만든 차체가 프레임 역할까지 같이 합니다. 이는 이후 대량 생산되는 자동차 구조의 기준이 되었고, 1960년대에 이르면 대부분의 자동차가 모노코크 구조로 만들어집니다. 그 뒤로 자동차의 모습은 크게 달라졌지만, 지금도 생산방식이나 기본 구조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이전에도 그랬듯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자동차 주변 환경을 반영하는 변화는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속을 들여다보면 구조와 소재에서 볼 수 있듯, 근본적인 자동차의 변화는 아주 보수적으로 이루어져 왔습니다.

2010년대도 후반에 들어서 있는 지금, 자동차는 또 한 번의 큰 변화를 앞두고 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변화는 자동차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을 만큼 큽니다. 이미 자주 접하셨을 자율주행, 공유경제와 같은 키워드들이 대변하듯,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 자동차가 움직이고 쓰이는 시대가 다가오고 있으며 이미 어느 정도는 현실이 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이제 다시 한 번 새로운 자동차 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진화로서 자동차의 구조와 소재에도 큰 변화가 이루어질 것임을 예고합니다.

그런 변화는 사실 갑작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진행되어 왔듯 환경과 안전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더 편리하고 안전한 차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커져왔습니다. 아울러 경제 환경 변화의 영향으로 소비자들은 연료와 에너지 등 자동차가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에 지출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들기를 원합니다. 이와 같은 요구들을 지금의 자동차로 충족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탓에, 자동차 자체의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 자동차를 이용하는 방식까지 새로운 개념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요즘 자동차에서는 효율성, 친환경성, 경제성, 안전성과 같은 가치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자동차가 점점 경량화, 전동화, 스마트화되는 것도 그 때문이고, 앞으로 그와 같은 변화는 점점 더 뚜렷해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흐름이 자동차 소재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일단 스마트화와 관련한 내용은 잠시 접어두고 경량화와 전동화의 영향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경량화는 내연기관 즉 엔진을 동력원으로 쓰는 자동차에서도 이미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차가 가벼워질수록 엔진의 부담이 줄고, 그 덕분에 같은 엔진 힘으로도 차의 성능이 좋아집니다. 또한, 낭비되는 에너지가 줄어 연료소비 효율이 높아지고 유해 배기가스 배출도 줄어듭니다. 자동차 부품업계에서는 차 무게를 10퍼센트 줄이면 연료소비 효율이 7퍼센트 정도 개선되는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러나 가벼운 것이 좋다고 해서 무작정 가볍게 만들 수도 없습니다. 구조적으로는 쾌적하고 안정감 있는 차체 움직임과 사고 때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성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합니다. 그리고 자동차 업체 관점에서는 소재 특성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무조건 많이 쓸 수는 없습니다. 시장에 경쟁력 있는 값으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생산 공정에서 비용이나 시간, 복잡성 등의 부담이 크지 않아야 합니다. 값과 생산성이 낮으면 대량생산하는 차에 쓰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즉 경량화라고 해도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수준에서 타협이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자동차 업체는 어느 곳에 어떤 소재를 얼마나 써야 가장 현실적인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그래서 경량화에 큰 도움을 주는 소재는 값이 비싸고 많이 만들지 않아도 되는 고급차나 고성능 스포츠카에 먼저 쓰이곤 합니다. 생산성이 일반 승용차보다 낮아도 시간과 비용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소량 생산되는 차에서 장점이 입증된 뒤에는 대량생산을 위한 기술이 개발되어 점차 낮은 값에 빨리, 많이 생산되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비철금속과 복합소재가 바로 그런 것이고, 대표적으로 알루미늄 합금과 마그네슘 합금,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전동화된 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오히려 순수 전기차와 같이 배터리 의존도가 높은 차에서는 경량화가 더 절실한 과제입니다. 내연기관차처럼 무겁고 복잡한 엔진과 주변장치들이 필요 없는 대신, 주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담아두는 배터리가 차지하는 부피와 무게가 크기 때문입니다. 배터리 용량에 비례해 부피와 무게가 늘어나는 만큼, 먼 거리를 달릴수록 차도 점점 더 무거워집니다. 그만큼 배터리에서 손해 보는 무게를 다른 곳에서 최대한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전기차에서는 지금까지의 내연기관차와 다른 구조로 경량 소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설계를 많이 쓰고 있습니다. 뒷좌석 아래나 뒤쪽에 연료탱크를 배치하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전기차에서는 탑승공간 바닥 전체에 배터리를 배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거운 배터리를 차체 중심 가까이에 놓으면 주행특성이 안정화되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한, 배터리를 외부 충격에서 보호하는 구조가 차체 강성을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 상대적으로 다른 부분을 강화하기 위해 무거운 소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배터리 위치가 제약조건이 되기는 해도, 나머지 부분이 단점을 상쇄하기도 합니다. 내연기관차의 엔진에 해당하는 전기 모터는 상대적으로 엔진에 비해 크기와 무게가 작아 배치가 자유로운 편입니다. 그래서 차의 개념이나 용도에 따라 기존 자동차와는 다른 구조로 만들기가 쉽습니다.

이처럼 경량화와 전동화가 함께 진행되면서, 최근에는 특히 복합소재에 관한 연구와 실용화가 활기를 띠고 있습니다.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GFRP) 등 섬유강화 복합소재가 좋은 예입니다. 아직까지는 프리미엄 브랜드와 스포츠카 업체 중심으로 많이 쓰이고 있는 이들 소재는 과거에는 낮은 생산성과 값 때문에 널리 쓰일 수 없었지만, 생산성을 높이고 값을 낮추려는 여러 업체의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 점차 사용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복합소재는 생산방식에 따라 그동안 자동차 차체와 구조의 주 소재로 쓰인 강판보다 더 자유롭거나 복잡한 형태로 부품을 만들 수 있어, 자동차 디자인을 더 자유롭게 만드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전동화와 더불어 전기 관련 소재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전기차 보급이 늘어나려면 배터리 값을 낮추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비교적 값비싼 소재를 써야 하는 지금의 배터리 기술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코발트와 같은 소재는 수급 불안정성도 문제가 되고 있어, 값은 저렴하면서 쉽게 구할 수 있어 안정적으로 수급할 수 있는 소재로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연구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 무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해액이 필요 없는 전고체 반도체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가 앞으로 전기차 대중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리라고 보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고체 반도체 배터리가 실용화되면 배터리가 차지하는 크기와 무게도 크게 줄어들어, 자동차 구조와 설계에 다시 한 번 혁신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첨단소재는 자동차 기술과 상호작용하면서 자동차가 더 효율적이고 안전하면서 편리한 존재가 되는 데 보탬이 되고 있습니다. 나아가 그래핀,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등 꿈의 신소재로 여겨지는 탄소나노소재의 실용화와 대량생산이 이루어지면 획기적 변화로 이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핀은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존재했던 물질로 최근에야 생산을 위한 기초 기술이 개발된 첨단 소재입니다. 이 소재는 육각형 구조의 탄소가 원자 1층으로 배열된 물질로, 인장강도 면에서 강철보다 수백 배 강하면서도 가볍고 유연하며 투명하고 열 전도성은 물론 전기 전도성도 뛰어납니다. 특히 투명하다는 특성 덕분에 각종 디스플레이와 태양전지 등에 필름 형태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풀러렌은 그래핀처럼 탄소 원자끼리 결합된 물질이지만 원자가 결합한 형태가 축구공처럼 되어 있습니다. 구조적으로 튼튼한 만큼 다이아몬드보다 더 단단하기 때문에 높은 온도와 압력에도 충분히 견딜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물질 역시 그래핀과 마찬가지로 결합하는 다른 물질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계 작동 부위의 윤활제나 차체 표면 코팅제에도 활용할 수 있고, 반도체의 속도 향상을 도와 다양한 전자기기의 성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전기차에 쓰이는 2차전지의 효율을 높이고 수명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됩니다.

탄소나노튜브는 탄소원자가 원기둥형태로 결합되어 있는 것으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한데, 최근에는 그 중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 구성요소인 연료전지 스택의 값을 낮출 것으로 기대되는 것 중 하나입니다. 미국 에너지성에 따르면 연료전지 스택 값의 절반 이상이 스택에 쓰이는 백금 값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스택의 백금 대신 탄소나노튜브를 쓰면 값이 훨씬 낮아질 수 있습니다. 특히 탄소나노튜브는 화학적 에너지를 곧바로 전기 흐름으로 바꿀 수 있어, 백금을 쓸 때보다 네 배 더 많은 전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또한, 화학작용도 안정적이고 지구상에 풍부한 소재인 탄소로 만들기 때문에, 백금에 비해 안성성과 내구성이 뛰어납니다. 따라서 오랫동안 고르게 전기를 발생시킬 수 있어 사용 중 비용 부담도 줄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첨단 소재는 아직 개발 초기단계인 만큼 적용 범위가 제한되어 있지만, 앞으로 연구를 통해 더욱 폭넓게 쓰일 전망입니다. 특히 쓰임새에 알맞은 구조와 특성에도 변화를 줄 수 있어, 차체 구조에서 외형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의 소형 경량화와 다기능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차체 전체를 완전히 투명하게 만들고, 그 중 일부만 필요에 따라 밝기를 조정하거나 투명 디스플레이로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집니다. 또한 탑승자를 충격에서 보호하는 차체구조와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을 줄여도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으므로, 자동차 디자인의 자유도도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첨단 소재는 뛰어난 기능을 바탕으로 다양한 특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구현할 수 없었던 모습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따라서 첨단 소재의 발전은 설계와 디자인에 혁신을 가져와 자동차의 미래를 더욱 밝게 만들 밑거름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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