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구매자에게 당근 노릇만 하는 것은 아니다

[ 2018년 1월 22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환경부는 1월 18일에 올해 전기차 국고보조금을 전기차 성능과 환경개선 효과에 따라 차등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환경부는 올해 전기차 국고보조금을 대당 2016년의 1,400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조정해 대당 보조금은 200만 원 낮췄지만, 당초 목표했던 전기차 보급대수는  2017년 1만 4,000대에서 올해 2만 대로 늘렸다. 그와 더불어 고속 전기차 구매 때 지급하는 국고보조금을 배터리 용량과 전비(전력소비효율)를 기준으로 특정한 공식에 따라 계산해 성능과 효율이 높을수록 최대보조금인 1,200만 원에 가까워지고 낮을수록 최소보조금인 350만 원에 가까워지도록 비율에 따라 차감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까지는 모든 고속 전기차에 똑같이 지급되었던 국고보조금은 올해 나오는 전기차 모델 기준으로 최소 706만 원에서 최대 1,200만 원까지 다양해지게 되었다. 아울러 지난해 저속전기차에 대당 570만 원의 국고보조금은 관련법규 개정으로 새로 정해진 초소형 자동차에 해당하는 전기차에 대당 45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바뀌었고, 택시, 화물차, 버스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범위를 넓혔다.

이외 같은 보조금 제도의 변화는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공존한다. 개별 구매자 입장에서는 같은 전기차를 구매하더라도 보조금 액수가 작아져 실제 구매할 때 써야하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커지게 된다. 특히 배터리 용량과 전비가 낮을수록 보조금도 작아져, 현재 판매되는 고속 전기차 중 배터리 용량이 가장 작은(16.4kWh) 기아 레이 EV는 지난해 지급된 보조금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706만 원의 보조금 밖에 받을 수 없다. 그러나 국고보조금 지원 대상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나고, 올해 출시 예정인 여러 전기차의 배터리 용량과 전비도 현재 판매 중인 차들보다 높아질 예정이어서 여전히 전기차 구매 때 실질적 할인효과는 크다. 나아가 주행거리가 길수록 보조금 액수가 커지므로 자동차 회사가 효율 높은 전기차를 개발해 생산하거나 수입하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보조금 지원 범위가 택시, 1톤 화물트럭, 중형 버스 등으로 확대된 것은 바람직한 변화다. 1톤 화물트럭과 중형 버스는 지금까지 경유를 쓰는 내연기관에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대형 버스에 비해 상대적으로 친환경 동력원 사용이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보조금 확대로 해당 차종의 전기차 보급이 늘어난다면 실질적인 도시 공기질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톤 화물트럭은 국내 승용차 판매 상위권 모델과 비슷한 수준으로 많이 팔리고,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폭넓은 용도로 쓰이고 있는 만큼 승용차 수준의 전동화가 이루어진다면 효과는 더 뛰어날 것이다. 다만 해당 차종의 개발과 판매는 아직까지 미미한 수준이어서, 자동차 업계가 좀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정부의 보조금 지급 정책은 당분간 이어지겠지만, 올해 이루어진 변화에서도 알 수 있듯 차츰 개별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보조금 액수는 작아질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전기차 보조금은 내연기관 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돕는 차원에서 지급되는 것이고, 점차 전환이 활기를 띠고 전기차가 시장에서 자체 경쟁력을 갖추면 보조금은 단계적으로 줄어들다가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올해 하이브리드 카에 지급되는 보조금이 작년까지의 절반인 50만 원으로 줄어들고, 내년부터는 보조금 지급이 중단되는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올해 정부의 전기차 보급 목표인 2만 대는 지난해 내수 시장 규모 기준으로 1.4퍼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다. 아직까지는 보조금 지급을 통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키워야 하는 단계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점차 전기차의 비중이 커지면 차츰 보조금은 줄어들 것이다.

그와 더불어 각종 세제 혜택의 축소는 물론 전기차 충전에 쓰이는 전기 요금도 올라갈 것이 분명하다. 현재 정부가 자동차를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은 막대하다. 그러나 세수의 기반이 되는 기준은 내연기관 특성에 맞춰 정해진 것이 많다. 엔진 배기량을 기준으로 하는 취등록세와 자동차세 등과 연료비에 포함된 각종 세금이 대표적이다. 이와 같은 기준을 통해 거둬들이는 세금은 전기차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거둘 수 없게 된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전기차에서도 내연기관 차와 비슷한 규모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칠 것이 틀림없다. 다만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확실히 예측하기 어려울 뿐이다. 즉 보조금을 통해 당장 주어지는 일종의 할인효과와 각종 세금 감면 등 경제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전기차를 구매하는 것은 단기적 혜택에 그칠 뿐이다. 앞으로 늘어날 부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경제적 효과만큼 대기오염을 줄인다는 근본적 의미를 함께 생각하는 것이 전기차 구매의 가장 바람직한 자세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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