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임러 최대 주주가 된 중국 자본, 어떤 파장 미칠까

[ 2018년 2월 26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독일 다임러 AG(이하 다임러)와 중국 지리 그룹(이하 지리)은 2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리 그룹 지주회사인 제지앙 지리 지주 집단의 리슈푸 회장이 다임러의 지분 9.69퍼센트(약 1억 362만 주)를 매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지분확보를 통해 리슈푸 회장은 다임러의 단독 최대 주주가 되었다. 주식 매입가는 2월 23일 프랑크푸르트 주식거래소 종가 기준으로 약 73억 유로(약 9조 6,850억 원)다. 이전까지 다임러의 최대주주는 지분 6.8퍼센트를 소유한 쿠웨이트 투자청이었다.

리슈푸 회장은 이번 주식 매입을 장기적 관점의 투자로서 ‘다임러가 세계를 선도하는 전동 이동수단 공급자가 되는 길에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혔다. 아울러 다임러의 회사정책과 지배구조를 따를 것이며 가치와 문화를 존중한다고도 이야기했다. 다임러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리 회장을 장기적 관점의 투자자로서 환영한다고 밝혔다. 적어도 양측이 공식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리 회장의 주식 매입은 다임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진의가 어떻든, 지리가 지분 인수를 통해 다임러와의 관계에 적극성을 띠는 것은 다임러 입장에서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다임러는 이미 베이징 자동차와 협력관계를 맺고 C-클래스와 E-클래스 등 주요 모델을 현지에서 생산하고 있는 것은 물론, BYD와 전기차 합작회사를 세워 덴자 브랜드로 판매하고 있는 등 중국 내 다른 회사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르노 닛산 연합과 서로 지분을 보유하며 협력관계를 맺고 있기도 하다. 기존 협력선과 다임러의 관계가 다임러의 정책이나 전략적 의도에 따른 것이었다면, 지리와의 관계는 전혀 의도와 무관한 것일 뿐 아니라 접근도 불편한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리 회장의 최대 지분 확보 발표 직후인 2월 25일에 다임러가 베이징 자동차와의 합작회사인 베이징 벤츠 오토모티브의 신규 공장 건설 투자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역학관계를 의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 외국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배지분을 확보하며 확장전략을 펼쳐온 지리의 행보를 고려하면 완전히 순수한 투자 의도로 해석하기 어려운 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미 제지앙 지리 지주 집단은 스웨덴 볼보와 런던 택시를 완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영국 로터스의 지분 51퍼센트, 말레이시아 프로톤의 지분 49.9퍼센트를 갖고 있는 등 중국 이외 지역의 자동차 업체도 여럿 거느리고 있다. 또한, 지난해 11월에는 미국의 플라잉 카(비행차) 스타트업인 테라퍼지아도 인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대고 있다. 일부 외신 보도에 따르면 리 회장이 다임러 주식을 매입한 것은 지리가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협력 관계를 맺기 위한 포석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배경을 놓고 보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몇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들이 있다. 일단 일부 국내 매체에서 지리가 다임러를 인수한 것처럼 표현한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리 회장은 단일 주주로서 최대 지분을 확보한 것이고, 실제 다임러 지분의 70퍼센트 이상은 기관투자자의 몫이다. 또한, 최근 기계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 자본의 유입이 커지고 있는 상황을 의식하고 있는 독일 정부도 기본적으로는 리 회장의 주식 매입 성격과 규모에 관해 크게 문제될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에 리 회장이 이미 지분참여 목적의 신주 발행을 다임러에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데 이어 이번에 주식시장에서 공개매수하는 방식으로 예상보다 큰 비율의 지분을 확보한 것은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내용 이외에 다른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게 만들 여지가 충분하다.

이번 일은 조금 당황스럽고 어색한 면이 있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미래 자동차 산업을 위한 경쟁이 치열하고 환경이 급변하는 만큼, 생존을 위해 선택하는 경영자의 결단도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지리가 다임러에 던진 일종의 러브콜은 확고한 미래전략과 기술력을 갖춘 업체와 협력을 통해 다가올 자동차 산업과 시장 변화에서 살아남겠다는 뜻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일이 다임러와 세계 자동차 업계에 미칠 영향은 앞으로 한동안 관심 있게 지켜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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