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차 첫 사망 사고가 알려주는 교훈

[ 2018년 3월 25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3월 19일,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 외곽에서 자율주행 중이던 우버의 볼보 XC90이 야간에 도로를 무단 횡단하던 자전거 사용자를 치어 사망한 사고가 일어났다. 이는 자율주행 모드로 주행하는 차에 의해 일어난 것으로는 지금까지 알려진 첫 번째 사망 사고로 기록되었다. 사고는 밤 10시 경에 사고차가 자전거를 밀고 차도로 들어선 49세 여성을 들이받으면서 일어났고, 피해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졌다. 미국 주요 언론매체는 해당 지역 경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고 당시 자율주행 중이던 차의 속도는 시속 약 64킬로미터였고 운전석에는 예비 운전자가 앉아 있었으며 충돌이 일어나기 전까지 시스템의 경고나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운송 공유 서비스로 유명한 우버는 2016년 말부터 볼보 XC90을 대량 구매해 자율주행 시스템을 독자 개발하기 위한 시험 운행을 미국 여러 도시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시험 중인 우버의 자율주행 시스템은 다수의 카메라와 라이더(LIDAR, 레이저 레이더)를 이용해 주변 사물을 감지하고 확인해 차의 주행을 위한 정보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고 당시에도 시스템을 시험 중이었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하거나 대처할 수 있도록 운전석에 예비 운전자가 타고 있었다. 사고 후 경찰이 공개한 주행 기록장치 영상을 보면, 예비 운전자는 시스템에 운전을 맡긴 상태로 스마트폰을 쓰고 있었고 충돌할 때까지 시스템은 아무 경고나 개입이 없었다. 우버는 이번 사고 직후 미국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주행시험을 잠정 중단했다. 

사고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조사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하다.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사실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이동하는 사람과 물체를 감지하고 충돌을 피하거나 충격을 줄이기 위한 대응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어난 사고라는 것이다. 즉 주변을 감지하고 인식하는 쪽이든, 확인된 정보를 바탕으로 차의 작동을 제어하는 쪽이든 자율주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이다. 물론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차도로 들어선 피해자의 교통법규 위반 사실과 자율주행 상태에서도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차의 움직임을 통제할 의무가 있는데도 충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예비 운전자의 책임도 빼놓을 수는 없다.

어쨌든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 기술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첨단 운전 지원 시스템(ADAS)을 통해 기술이 안전운전을 돕는 단계를 넘어서 운전자 개입 없이 차 스스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는 시대가 곧 다가오리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지만, 여전히 기술적으로 극복해야 할 허점이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자율주행 기술이 이제 갓 실험실에서 벗어나 실제 도로 환경을 경험하며 현실성 있게 다듬기 시작한 만큼, 기술 발전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희생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길 수는 없는 일이다. 자동차의 주행과 관련한 기술 개발이 어렵고 까다로운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조하고 싶은 점은 이번 사고를 통해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과 사용하는 사람 모두 윤리와 철학을 가볍게 여기지는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기술을 추구하는 목적보다 기술경쟁 자체에 매몰되거나 새로운 기술의 혁신성과 편리함에 도취되어 주의나 위험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라는 존재는 완벽하지 않다. 그래서 발명과 연구를 통해 사람의 부족함을 채울 수 있는 기술을 만들며 발전해 왔다. 그런데, 완벽하지 않은 존재인 사람이 만들어낸 기술은 과연 완벽할 수 있을까? 아무리 기술이 완벽하게 발전한다 해도 그것이 사람의 손에서 완벽하게 쓰일 수 있을까? 완벽한 기술에서 사람을 완전히 떼어 놓을 수 있다면 기술의 구현도 완벽하게 이루어지겠지만, 그것을 사람을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은 피할 수 없고 피해서도 안 된다. 이번 사고처럼 사고를 예방하고 줄이기 위해 개발된 기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자율주행 반대론자도 아니고, 여러 첨단 운전 지원 기술을 편리하게 쓰고 있기도 하다. 그리고 안타까운 사고에도 자율주행 기술은 계속 보완되고 완성도를 높여갈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자율주행 기술이 어느 수준에 이르던지, 기술 개발과 사용에서 사람이 배제되는 것에는 반대다. 운전의 주체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바뀌더라도 자동차는 여전히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이동수단이고, 작은 실수나 오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관점에서 개발자는 기술의 목적과 혜택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것’에 있음을, 사용자는 기술을 선택하고 쓰는 데 대한 책임이 있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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