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자동차 모형의 세계

[ KAMA(한국자동차산업협회) 웹저널 2018년 4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모형은 사물을 작은 크기로 줄여 재현한 것으로,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을 만큼 익숙하면서도 그 역사는 무척 오래 되었다. 세계 여러 곳에 있는 선사시대 유적에서도 동물이나 사람, 각종 도구를 줄여 만든 토기가 발견된 것을 보면, 모형에 대한 사람의 필요나 욕구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원시시대에 만들어진 물건들을 지금의 것과 직접 연관지어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말이다. 그러나 모형이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지금에 이르고 있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용도가 뚜렷해지고 종류는 다양해진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 

다른 종류의 것들도 대부분 그렇지만, 모형은 곧잘 어린이들의 장난감으로 치부되곤 한다. 특히 자동차 모형은 바퀴가 있어 굴리며 가지고 놀기 좋은 만큼 장난감과 취미상품의 경계가 모호할 때가 많다. 그리고 그런 특성은 취미문화의 역사와 누리는 사람들의 폭이 좁은 우리나라에서 좀 더 심할 뿐,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비슷하게 볼 수 있다. 그러나 1980년대 이후 꾸준히 문화의 폭이 넓어지고 외국 상품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면서 취미대상으로 자동차 모형을 대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었다. 특히 이른바 ‘키덜트(kidult)’가 어린 시절 가볍게 접했던 것을 어른이 되어 취미로서 본격적으로 대하면서 자동차 모형을 즐기는 문화도 차츰 자리를 잡고 있다. 

피아트 500 다이캐스트 모형. Pixabay로부터 입수된 Emslichter님의 이미지 입니다.

물론 아직까지 주변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동차 모형은 대형 할인점이나 문구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완구 성격의 제품들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도 이따금 수준 높은 제품을 찾을 수 있고, 그처럼 값싸고 다양한 제품을 통해 자동차 모형 문화에 입문하는 사람들도 있다. 관점에 따라서는 저가의 대중적 자동차 모형이 깊이 있는 취미로 이끄는 안내자 역할을 한다고도 볼 수 있다.

취미용으로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다이캐스트 모형이다. 다이캐스트는 금속 주조 방법의 하나로, 아연을 주성분으로 하는 금속 자재를 녹인 뒤 다이(die)라고 부르는 틀에 부어 형태를 만든다. 다이캐스트 모형에서는 주로 차체를 이 방식으로 만들고, 바퀴와 하체 등은 플라스틱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한다. 다이캐스트 모형이 취미로 접근하기 좋은 이유는 많다. 가장 큰 이유는 완성된 상태로 팔리기 때문에 사서 포장을 뜯기만 하면 곧바로 내 소장품이 된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큰 이유는 크기와 제품이 다양한 만큼 지갑형편에 맞춰 쉽게 제품을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이캐스트 모형 중에서도 가장 부담 없는 것은 역시 완구 성격이 강한 제품이다. 대부분 어린이가 손에 쥐기 좋은 크기로 만들어지는데, 제조방식 특성상 크기가 작으면 정교함이 떨어지기 쉬워서 전문 수집가용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축소의 정확성보다는 쉽게 가지고 놀 수 있도록 제품 크기를 비슷하게 통일하기 위해 차마다 축소비율을 달리한 경우가 많다. 물론 크기가 작은 것들 중에도 수집가를 염두에 둔 제품들은 세부까지 정밀하게 재현하고 제품마다 축소비율을 통일한 것들도 있다. 

다이캐스트 모형 중에도 덩치가 큰 제품들은 실물의 18분의 1이나 12분의 1 정도로 축소해 크기가 30~50cm에 이르는 것들도 있다. 크기가 작으면서 정밀도가 높을수록 값은 비싸고, 소규모 업체가 소량 생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큰 제품일수록 엔진이나 실내 등 세부가 잘 재현되어 있어 전시해 놓고 보기 좋아 팬 층이 제법 두터운 편이다. 특히 업체들이 생산기반을 중국 등지로 옮기면서 값이 많이 싸진 덕분에 수집가들이 접근하기가 과거보다 많이 수월해졌다. 다른 제품도 마찬가지지만, 요즘 다이캐스트 자동차 모형의 핵심 생산거점은 대부분 중국이다.

뿌리가 20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조립식 플라스틱 정밀모형(프라모델)도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산 자동차 프라모델 종류가 무척 적었던 탓에, 프라모델을 접한 사람은 많아도 자동차 프라모델은 오랫동안 생소한 존재였다. 그러나 유럽과 미국, 일본 등 애호가층이 두터운 지역에서는 자동차 프라모델만 따로 다루는 전문 잡지가 나올 정도로 인기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이후  프라모델 수입이 늘고 여전히 소수이기는 하지만 애호가층이 탄탄해지면서 깊이 있는 취미로 명맥이 이어지고 있다.

포드 카프리 프라모델. Pixabay로부터 입수된 Alexas_Fotos님의 이미지 입니다.

프라모델은 다른 자동차 모형에 비해 가볍게 다루기 어려운 아이템이기도 하다. 틀에 고정된 형태로 되어 있는 부품을 일일이 뜯어내어 순서에 맞춰 조립하는 과정을 거쳐야 완성할 수 있고, 좀 더 실제 차에 가깝게 재현하려면 각종 페인트를 이용해 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품에 따라 조립 난이도도 천차만별이고, 페인트로 칠하는 것도 숙련도에 따라 완성도가 크게 좌우된다. 그래서 좋은 결과물을 얻으려면 여러 제품을 직접 만들면서 조립과 색칠이 손에 익어야 한다. 그와 같은 과정은 물론 개별 제품을 만들 때에도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들기 때문에, 단순히 모형을 수집하는 데 뜻을 두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또한, 조립과 색칠을 하려면 접착제, 페인트, 공구 등 관련용품을 갖춰야 한다. 

그러나 일단 조립과 색칠에 익숙해지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용품을 갖춘 뒤에는 차를 직접 만드는 듯한 재미와 더불어 모든 조립이 끝나 완성되었을 때 나름의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자동차 프라모델의 가장 큰 장점이다. 또한, 만드는 사람이 원하는 색을 선택해 칠하는 등 표현에 변화를 주기가 쉽고, 좀 더 섬세한 재현을 돕는 별도 제품을 달거나 개조를 통해 더 실제 차에 가깝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다이캐스트 모형만큼은 아니어도 제품 종류와 크기의 다양함 역시 폭넓은 취향을 어느 정도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조립과 색칠 과정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주요 부품이 칠해진 상태로 나오거나 접착제 없이 부품끼리 끼워 맞추기만 하면 되는 제품도 있다.

RC 자동차. Pixabay로부터 입수된 Vincent Bélet님의 이미지 입니다.

전통적 자동차 모형의 최고봉은 무선조종(Radio-controled, RC) 자동차라고 할 수 있다. 무선 조종기를 이용해 모형을 직접 달리게 할 수 있어 다루는 재미를 주고, 구조도 실제 차와 비슷하다는 점이 RC 자동차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다. 지금은 RC 자동차가 중국의 엄청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쏟아져 나와, 대형 할인점에서도 크고 작은 완구 형태의 완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값에 살 수 있어 전만큼 특별하게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키트 형태로 되어 있는 제품을 사서 직접 조립해 만들거나 개별 부품을 취향에 맞게 사서 조립해 완성하는 본격적 취미로서의 RC 제품도 애호가들에게는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RC도 종류가 무척 다양하다. 동력원의 종류에 따라 전동과 엔진, 굴림 방식에 따라 2륜구동과 4륜구동, 주행환경에 따라 온로드와 오프로드 등으로 분류할 수 있고, 일반 승용차에서 포뮬러 원 경주차나 랠리카, 픽업트럭에서 트레일러를 견인하는 대형 트랙터에 이르기까지 실제 존재하는 자동차만큼이나 섀시와 차체 형태도 다양하다. 정밀도와 부품 구성, 크기 등도 폭이 상당히 넓어서, 값도 10만 원대에서 시작해 비싼 것은 수백 만 원에 이를 정도다.

부품을 조립해 완성하는 형태의 RC 자동차는 다른 자동차 모형에 비해 값이 상당히 비싸고, 어느 정도 기계 조립에 관한 기본 지식이나 손재주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취미로서는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동력원이 전기 모터냐 엔진이냐에 따라 해당 분야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도 완성품의 작동과 성능에 영향을 준다. 제품에 따라서는 거의 모든 부품을 다른 종류의 것으로 교체할 수 있을 만큼 튜닝의 여지가 크고, 그만큼 취미로서 즐기기 위해 들이는 비용의 규모도 달라진다. 움직이는 모형인 만큼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공간이 필수적이라는 점이 RC를 취미로 즐기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밖에도 주석도금 철판을 성형해 만든 틴 토이, 나무로 만든 목재 모형이나 소형 모터를 이용한 미니 4륜구동 등 자동차 모형의 종류는 엄청나게 많다. 실제 차를 대신해 소유하거나 만드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대리만족의 방법으로서 자동차 모형을 즐기는 방법은 무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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