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우리가 살게 될 자동차 세상 – 수소연료전지차 운명은?

[ 모터트렌스 한국판 2018년 5월호 ‘2022년, 우리가 살게 될 자동차 세상’ 피처 기사에 포함된 글의 원본입니다. 2022년의 자율주행, 수소연료전지차, 자동차 이용 방법이라는 세 개의 주제에 관해 세 명의 필자가 쓴 글을 모은 것으로, 저는 수소연료전지차에 관한 내용을 썼습니다. ]

자동차의 동력원으로서 내연기관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배터리 전기차(BEV)에 쓰이는 배터리 생산량이 늘어나고 값이 낮아진 덕분에 BEV 공급과 판매가 늘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의 움직임에 눈길을 끌만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동안 주춤하던 수소 연료전지차(FCEV) 개발이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업체가 FCEV 개발에 좀 더 힘을 기울이기 시작한 이유는 역설적으로 BEV 보급 확대에서 찾을 수 있다. BEV는 차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무게와 부피도 크고, 아울러 전체 차값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 주행 가능 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키울수록 자동차 업체가 가져갈 수 있는 이윤의 비중은 더 작아진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배터리 생산과 공급 주도권이 배터리 업체에 있다. 자동차 업체로서는 그와 같은 관계가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아직 자동차용 배터리 또는 배터리팩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많지 않아 단가나 공급에 변화가 있을 때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배터리 생산에 필요한 원료 수급은 내연기관 연료 생산에 필요한 원유처럼 지정학이나 정치적 변수에 쉽게 좌우될 수 있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의존도가 낮고 핵심기술및 부품생산 관련 주도권을 쥘 수 있는 FCEV는 BEV에 비해 투자 가치가 높다.

지난 몇 년간 여러 시장조사 업체와 단체들은 FCEV 시장이 앞으로 꾸준히 커지리라 보고 있다. IHS는 2016년 보고서에서 FCEV 생산량이 2027년까지 7만 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GMI)는 2024년까지 판매량이 30만 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 차원에서 수소사회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일본은 2020년까지 수소 충전소를 160개 설치하고 4만 대의 FCEV를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말 ‘제3차 환경친화적 자동차 개발 및 보급 기본계획’에서 2020년까지 9,000대 보급, 충전소 총 80개 설치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짧은 시간 사이에 FCEV가 주류 시장으로 올라서기는 어렵다고 본다. 크게 보았을 때 FCEV  보급을 가로막는 두 가지 걸림돌을 해결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나는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수소 공급 및 충전 인프라 확대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의 기술로는 FCEV의 값을 현실적 수준까지 낮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는 수소를 쓰는 FCEV의 근본적 한계이기도 하다(수소 이외의 연료를 쓰거나 새로운 방식의 연료전지에 관한 기술은 꾸준히 개발 중이므로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해결될 수는 있다).

배터리 충전 전기차(BEV)와 구성요소를 비교해 보면 FCEV의 한계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실제로는 더 복잡하지만, 전기 모터 구동에 직접 관련된 부분을 빼고 간단히 정리하면 BEV는 배터리, 배터리 컨트롤러, 충전 제어 장치 정도가 전부다. 그러나 FCEV는 BEV에 들어가는 요소가 모두 필요하고, 거기에 연료(수소)탱크와 FC 스택, 그와 관련한 제어 장치가 더 필요하다. 물론 FCEV에 쓰이는 배터리는 장거리 주행용 BEV보다는 훨씬 더 작지만,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카 정도의 용량은 갖춰야 한다. 그러나 BEV에 들어가지 않는 구성요소들이 추가되고, 특히 FC 스택의 값이 비싸기 때문에 좀처럼 값을 낮추기 어렵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양산 FCEV로 알려진 현대 투싼 ix FCEV는 2013년 출시 당시 값은 약 1억 5,000만 원 정도였고, 2015년 들어 8,500만 원으로 값을 낮췄다. 올해 판매를 시작한 넥쏘는 모델에 따라 6,890만~7,220만 원(세제혜택 적용 후)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혜택 없이는 내연기관 차는 물론 BEV와 비교해도 가격경쟁력이 한참 떨어진다. 오랫동안 FCEV 개발과 상용화에 힘을 쏟은 토요타와 혼다도 형편은 비슷하다. 토요타 미라이는 일본에서 723만 6,000엔, 혼다 클라리티 퓨얼셀은 766만 엔에 팔린다. 모두 우리 돈으로 8,000만 원 남짓한 금액이다. 모두 지금 여건에서 FCEV의 값을 내리는 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최근 시장조사 및 컨설팅 업체인 인포메이션 트렌즈가 발표한 ‘2018 수소 연료전지차 글로벌 시장’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 말까지 판매된 FCEV는 전 세계에 6,475대에 불과하다. 그 중 절반이 넘는 3,382대가 2017년에 판매되었다. 지금까지와 같이 매년 두 배씩 판매가 늘어난다고 보면 2021년이 되어야 연간 10만 대를 넘어설 수 있다. FCEV 생산과 보급확대를 위해 업계가 활발히 움직이고 있지만, 2022년은 앞으로 4년. 아주 가까운 미래다. 사람들이 거리를 달리는 BEV를 신기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몇 년 전처럼, 2022년의 FCEV도 비슷한 시선을 받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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