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노사 모두에게 '낙수효과'는 허상일 뿐이다

[ 2018년 11월 5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되었다. 영업이익이 뚝 떨어진 현대차와 흑자는 냈지만 실적이 기대를 밑돈 기아차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쌍용차의 영업손실도 만만찮은 수준. 게다가 한국지엠은 군산공장을 폐쇄한 데 이어 논란이 끊이지 않는데다가 좀처럼 판매가 살아날 분위기가 아니고, 르노삼성도 판매감소와 더불어 당분간 시장흐름에 영향을 줄만한 새차가 없는 등 호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급기야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이 위기를 맞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관련 기사가 여러 매체를 통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시선을 밖으로 돌려보면 전통적 자동차 업체들 대부분이 고전하고 있기는 하다. 그나마 실적 자체는 괜찮다고 하는 미국 업체들도 내용을 살펴보면 상황이 썩 좋지는 않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이나 경영 전문가가 아니라도 자동차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 이상, 남의 일보다 우리 일이 더 걱정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걱정이 자연스러운 것은 자동차 회사가 단순히 사기업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동차 회사는 고용과 관련 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정치적 사회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현대와 기아라는 국내 1, 2위 자동차 업체를 모두 거느리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어떻게 보면 우리나라에서 정치 사회적 영향력이 가장 큰 제조업체이기도 하다. 때로는 기업이 정치권의 눈치를 보기도 하지만 로비를 통해 압력을 가하기도 하고, 정부의 정책 변화가 경영방침이나 기업활동과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도 한다. 따라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숨통을 쥐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향한 언론의 칼날은 어느 정도 자동차 산업 관련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정부로도 향하고 있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다.

현대기아차의 실적악화가 자동차 산업 위기론으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낙수효과의 부정적 측면을 간과한 결과다. 낙수효과는 위에서 떨어지는 물이 여러 갈래로 떨어질 때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현대기아차가 그 정점에 있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서는 물줄기가 한 갈래로만 떨어지기 때문에 물이 마르면 당연히 하위 산업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최근 들어 경영난으로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꾸는 중소 부품업체에게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한편으로는 당장 위기를 겪는 부품업체에 대한 정부 정책지원이 필요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이런 현상은 낙수효과에 초점을 맞춰 형성된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정부정책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국내 산업 관점에서 보면 현대기아차는 내수 시장을 과점하고 있으면서 회사의 물리적 규모에 비해 영향력이 아주 크다. 그와 같은 영향력의 집중과 비대화는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부작용도 크다. 이번처럼 실적이 좋지 않을 때에는 더욱 그렇다. 대기업이 위기를 겪을 때마다 대마불사론을 내세워 어떻게든 대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극단적으로 말해 대마가 죽어도 흔들리지 않아야 튼튼하고 바람직한 산업 구조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큰 덩치의 회사가 변화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현대기아차의 체질 개선은 국내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와 함께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 부품업체에 대한 정부 지원은 단기적 관점에서 업체의 운영자금 수준에 그치지 않고, 자동차 산업의 변화에 발맞춰 자체 기술력을 갖추고 공급선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하는 데에도 힘을 실어야 할 것이다. 

비단 경영진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동차 산업 노동자, 포괄적으로 말해 자동차 업체 노동조합도 마찬가지다. 고용주의 불합리한 처우에 대응하고 법적으로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단체라는 노동조합의 근본적이고 순수한 목적과 더불어, 사회단체로서 정치적 성향을 띠는 것은 완성차 업체가 갖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일면이다. 실제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양대 완성차 업체는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에서 규모와 영향력이 가장 크다. 그런 점에서 현대기아차 노조는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 전반의 처우와 권리에 관한 목소리를 대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노동자나 노조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좌우하기도 한다. 

물론 현대기아차 노조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한다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곧잘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한다. 이론적으로는 노동자 권익보호 차원에서의 낙수효과가 있어야 정상이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노조가 비난을 받는 것은 오히려 정치적 영향력을 방패로 회사로부터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는 데에만 머무르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외부와의 소통에 실패한 것만으로도 노동계에서 갖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최근 광주시와 현대차 사이에 친환경 완성차 공장 설립과 관련해 진행되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만들기 논의에 현대차 노조가 반대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노동계에도 낙수효과가 존재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광주 공장 신설이 임금수준을 낮추고 다른 지역 공장의 생산량을 줄여 완성차 업계의 전반적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리라는 것이 가장 큰 반대 이유다. 일리는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미 현대기아차에서 사내하청 및 외주생산, 심지어 외주생산에도 사내하청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일자리 나누기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 개선 등 노동환경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한 ‘고인물’ 노조의 목소리를 완전히 정당하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경제나 산업 전문가는 아니지만, 적어도 돈이 돌아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정도의 상식은 갖고 있다.  보수적 경제론자들이 이야기하는 낙수효과도 결국은 돈이 도는 흐름에 관한 이야기인데, 적어도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은 정상적인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을 지금의 현대기아차가 보여주고 있다. 현대기아차 노사 모두 낙수효과의 허상에서 벗어나 체질개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도 회생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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