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5 / 고출력 고성능 차 5 모델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9년 5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M5에게는 ‘양의 탈을 쓴 늑대’라는 표현보다는 늘 ‘턱시도를 입은 운동선수’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아랫급 M3가 본격적인 스포츠카나 경주차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과 달리, M5는 늘 가족용 4도어 세단에 경주차급(경주차용이 아니다) 심장을 얹은 특별 모델 이미지가 강했다. 

이런 고성능 세단은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 세단을 썩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고성능 차와 가족용 차라는 공존하기 어려운 욕구를 하나의 차로 얻겠다는 욕심 또는 타협’ 정도로 상상할 뿐이다. 그러나 그것도 옛날 얘기다. BMW를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중심으로 거의 모든 장르의 차들에 고성능 모델이 더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고성능 ‘가족용’ 세단의 역할은 과거와 지금이 다르다.

그럼에도, 가족용이라는 것을 전제로 했을때 4도어 세단은 4도어 쿠페에 비하면 뒷좌석 거주성은 여전히 더 좋으면서 주행특성의 스포티함은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하다. 즉 ‘온가족이 함께 타고 고성능의 짜릿함을 만끽할 수 있는 차’라는 과장된 표현보다, 평상시에는 가족용으로 쓸 수 있으면서 시간이 허락할 때에는 운전자 혼자 트랙에서 스포츠 주행을 즐기기에도 충분한 성격의 차라고 하는 것이 적당하겠다.

M5는 지금의 6세대에 이르기까지 줄기차게 그런 성격을 유지해 왔다. 그러면서도 지금의 M5는 과거에 경험할 수 없던 새로운 특징들이 재미를 돋운다. 우선 동력계와 구동계가 재미있다. V8 4.4리터 트윈터보 엔진은 이전 세대의 것을 개선한 것으로, 후기형 컴페티션 패키지의 575마력에서 더 높아진 608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그러나 그보다 더 놀라운 점은 76.5kg・m의 최대토크를 1,800rpm부터 무려 5,600rpm까지 써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거의 모든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쓸 수 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언제든 가장 강력한 가속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이번 M5에 처음으로 네바퀴 굴림 장치가 기본으로 들어간 것은 당연하다. 운전자가 액셀러레이터를 조금만 깊게 밟아도 주행안정 시스템이 줄기차게 개입한다면 이 엄청난 토크가 항상 뒷바퀴로 전달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론 BMW는 극한의 운전재미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뒷바퀴 굴림 방식을 고정하는 모드도 마련해 놓기는 했다. 

그러나 DSC를 껐을 때에만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은 ‘안전한 장소에서 숙련된 운전자만 쓰라’는 뜻이다. 고르지 않은 노면에서 급가속 할 때, 기어가 몇 단에 들어가 있든지 제멋대로 꿈틀거리는 차체를 오로지 스티어링 휠 조작만으로 바로잡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작정하고 파워 슬라이드를 하려고 마음먹지 않는 한, 뒷바퀴로 전달되는 기본 구동력 배분비율이 높은 4WD 스포츠 모드만으로도 스포츠 주행을 만끽하기에는 충분하다. 

강력함을 감당할 수준의 운전실력만 있다면, M5는 쉽게 한계영역에 다가가 운전의 짜릿함을 느끼게 해 준다. 스포츠 세단으로서는 충분히 훌륭하다. 그렇다면 가족용 세단으로 쓰기에는 어떨까?   외모는 일반 5 시리즈 세단의 겉모습이 꽤 화려한 탓에, M5는 치장에 조금 차이를 뒀는데도 차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을 만큼 돋보이지는 않는다. 이는 호불호가 갈릴 부분이다.

실내 공간은 역대 가장 크고 편안한 5 시리즈 세단을 바탕으로 만든 만큼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넉넉하다. 디자인도 부담스럽지 않다. 스포티한 디자인의 M 전용 좌석과 맞춤 설정이 가능한 두 개의 빨간색 M 버튼을 더한 M 스티어링 휠, 빨간색 시동 버튼을 빼면 흔한 5 시리즈와 거의 같다. 고성능 차들에 카본과 알루미늄 장식이 난무하는 것과 비교하면 무척 점잖은 분위기다. 뒷좌석 편의장비도 동급 프리미엄 세단들과 비슷한 수준이어서 크게 흠잡을 구석은 없다.

정작 아쉬운 점은 다른 곳에서 나타난다. 스포티한 성격의 차 치고는 승차감이 너그러운 편인데, 그럼에도 차체로 전달되는 충격은 작지 않다. 특히 요철을 지날 때마다 실내 곳곳에서 들려오는 내장재 마찰음은 은근히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스포츠 주행 때에는 배기음과 타이어 마찰음에 묻혀버릴 소리들이지만, 일상에서 조용한 이동을 원하는 가족들의 귀에는 거슬릴 수도 있을 듯하다. 바워스 앤 윌킨스 오디오의 소리마저도 신경을 자극하는 잡음을 묻어버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간단히 말해. M5는 가족용 차로 쓸 수 있다는 구실을 내세워 산 다음 운전자 혼자 즐기기에 좋은 차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차를 두 대 이상 사기 어려운 입장이라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물론 M8 그란쿠페가 나오기 전까지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BMW M5 vs. Tesla Model S P100D

고성능 4도어 세단이라는 영역에서 봤을 때, 두 차는 돋보이는 부분이 뚜렷하게 차이가 난다. 

M5는 관록 있는 모델인 만큼 전반적인 주행특성의 역동성이 돋보인다. 무척 빠르게 가속이 이루어지기는 해도 그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다. 모든 운전자가 익숙할 반응을 압축해서 보여줄 뿐이다. 네바퀴 굴림 장치 때문에 좀 더 무뎌진 스티어링 감각도 탁월한 무게 배분과 구동력 조절에 힘입어 움직임이 자연스럽고, 뒷바퀴 굴림 모드로 설정을 해도 주행상태의 변화를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다. 전통적 스포츠 세단 기준으로는 크게 흠잡을 구석이 없다. 

모델 S가 가진 스포츠성은 가속에 올인한다. 일반 주행모드에서도 충분히 빠르지만, 루디크러스 모드에서는 현기증을 유발할 만큼 비현실적인 가속력을 보여준다. 게다가 듀얼 모터 네바퀴 굴림 시스템 덕분에 급가속에 차체 앞쪽이 들리는 현상도 거의 없다. 그러나 그뿐이다. 낮은 무게중심 덕분에 안정감은 있지만, 스티어링 감각은 무디고 핸들링은 둔하다. 빠른 재가속 덕분에 랩타임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주행감각에서 재미를 느끼기는 어렵다.

미래차를 타는 기분만큼은 모델 S에 비할바 아니지만, 내장재의 고급스러움, 뒷좌석 공간의 여유 등에서도 M5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 충전에 대한 우려라는 전기차만의 핸디캡은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페라리 812 슈퍼패스트

전통적인 페라리식 2인승 2도어 GT 개념을 가장 새로운 모습으로 구현했다. 솔직히 달리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완벽한 GT에 가까운 차다. V12 엔진이 내는 800마력의 힘을 온전히 뒷바퀴에만 전달하는데도 좀처럼 불안감이 들지 않는다. 차분할 때엔 차분하고, 날랠 땐 날래다. 승차감도 스포티하지만 편안하고, 엔진과 스티어링 모두 전혀 까탈스럽지 않다. 날씨만 궂지 않다면, 어떤 환경에서도 차에 탄 두 사람이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차다.

맥라렌 720S

특별한 브랜드, 특별한 스타일, 특별한 꾸밈새를 고루 갖춘 맥라렌 720 S는 ‘이그조틱 카’라는 장르에 넣기에 딱 좋다. 영국차 특유의 개성을 미드엔진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이 차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V8 트윈터보 엔진이 언뜻 거칠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탁월한 섀시의 균형감각은 강력한 성능을 다루기 쉽게 만든다. 로터스로 스포츠카에 입문했다면 금세 익숙해질 수 있을 것이다. 몰아붙일수록 제 실력을 발휘하는 특성은 정규 트랙에서 더 빛을 낼 듯하다. 다만 정평있는 슈퍼카급 차들과 비교하면 일상용으로는 부족하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 

고성능 SUV 대열에 레인지 로버 스포츠가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실내에 네 개의 버킷 시트를 단 건 분명 허세다. 비슷한 성격의 다른 어느 차보다도 우렁찬 V8 엔진의 배기음, 서스펜션을 조일 만큼 조였음에도 앞뒤좌우로 기우뚱거리는 차체는 스포츠 드라이빙의 재미를 한껏 부풀린다. 그러나 ‘오프로드도 갈 수 있는 빠르고 특별한 SUV’라는 상징적 의미 말고는 이 차의 존재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차라리 모든 좌석에 4점식 안전벨트를 달았다면, 도로를 달리는 롤러코스터로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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