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재정립한 르노와 닛산, 형편 좀 나아질까


[ 2023년 2월 7일에 얼룩소(alook.so)에 올린 글입니다 ]

대형 자동차 기업 연합을 구성하고 있는 르노와 닛산, 미츠비시가 2월 6일에 영국 런던에서 연합 구성원 최고 경영진들이 나와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여러 내용이 있었지만, 업계에서 귀를 기울인 건 중심이 되는 두 축인 르노와 닛산의 지분 관계 조정에 관한 내용이었죠. 이미 구체적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작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밀당이 이어졌던 이야기기도 합니다. 관련 기사는 아래 로이터 보도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기사 링크: https://www.reuters.com/markets/deals/nissan-buy-up-15-stake-renault-ev-unit-under-reshaped-alliance-2023-02-06/

기자회견과 보도 발표문에는 지역별 제품 공동 개발과 생산에 관한 내용과 협력 강화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지분 관계 조정이 확정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동안 르노-닛산(미츠비시는 나중에 닛산이 끌어들였고요)은 연합이라는 이름으로 움직여 왔지만, 르노가 닛산 지분 43.4%를 갖고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가진 비대칭 구조였습니다. 닛산은 의결권도 없었고요. 경영난에 빠졌다가 르노와 손을 잡으면서 숨을 돌린 닛산은 그런 불편한 관계가 너무 오래 이어지는 게 불편했고,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이 체포되었다가 기상천외하게 탈출하는 역대급 사건이 벌어지는 등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죠. 어쨌든 닛산이 제 목소리를 내고 싶어했던 건 분명합니다. 

그런 와중에 유럽 경제위기라던가 최근의 코로나19 팬데믹 등 글로벌 차원의 변수들이 생겼고, 세계 자동차 업계에 전동화를 필두로 격변이 시작되면서 두 회사 모두 상황이 좋지 않았습니다. 닛산도 어렵기는 했지만 유럽 시장 의존도가 높고 중국 시장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한 르노의 타격이 특히 컸습니다. 닛산 입장에선 르노의 힘이 빠지면서 협상의 여지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르노도 당장 미래차 개발에 밑천을 마련해야 했고요.

그래서 르노와 닛산 최고경영진들은 치열하고 오랜 밀당 끝에 ‘비교적’ 동등한 수준으로 관계를 재정립하기로 합의하기에 이릅니다. 기본적인 틀은 작년 말에 어느 정도 정리가 됐고 올해 초에 합의가 되었는데요. 양쪽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건 지난 주말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현지 시간으로 월요일 아침에 공동 발표를 하게 된 거죠.

이번 합의로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유지하지만, 르노는 닛산 지분 가운데 28.4%를 신탁에 맡기고 15%만 보유하는 것으로 정리되었습니다. 신탁 지분을 매각할 때에는 닛산이 우선권을 갖는 단서 조항도 뒀습니다. 아울러 르노와 닛산은 서로 갖고 있는 지분 비율에 맞춰 동등한 의결권을 행사하게 되었고요. 

나아가 닛산은 르노가 분사할 예정인 전기차 및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암페르(Ampere)에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약간 애매하게 발표하긴 했는데, 주식의 최대 15%까지 사는 방법으로 투자를 할 ‘의향이 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연합의 일원인 미츠비시도 ‘투자를 고려한다’고 했고요. 사실 암페르 분사와 운영은 르노 입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일이어서, 실질적으로는 암페르에 투자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닛산의 투자를 끌어내기 위해 지분을 내놓고 의결권을 내어준 걸로 보입니다.

분위기 자체가 애매하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연합 구성원 사이의 불편한 점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느낌이긴 합니다. 양쪽이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얻은 것도 많지만 잃은 것도 많고, 그러면서도 기술 면에서는 각자 붙들고 있는 것들을 내놓지 않는 고집스러운 면들도 있었거든요.

다들 잘 풀리면 좋겠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이번 합의가 위기 상황에서 한 시름 더는 정도에 그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두 회사 모두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거든요.

작년 글로벌 판매 실적을 보면 르노 그룹(르노, 다치아, 알핀, 르노코리아 포함)은 205만 1,174대로 2021년보다 5.9% 줄었습니다. 저가 브랜드 다치아가 판매량이 늘었으니 핵심 브랜드인 르노의 판매는 좀 많이 줄었죠. 오히려 판매량은 닛산이 더 많았지만 그 역시도 행복한(?)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2022년 한 해 322만 5,549대를 팔았는데, 이는 2021년보다 무려 20.7%나 줄어든 숫잡니다. 미츠비시는 글로벌 판매량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글로벌 생산량이 101만 2,408대로 2021년의 96.5% 수준에 머물렀고요.

물론 다들 전동화 모델과 전기차 생산과 판매는 늘었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아직 전동화 및 전기차에서 큰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이익이 적기로는 닛산보다 르노가 더 심합니다. 그래서 더 암페르의 역할이 중요하고 투자가 필요한 거죠. 르노는 암페르에서 퀄컴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전기차를 개발하게 됩니다. 물론 퀄컴도 계열사와 함께 암페르에 투자하고요. 르노는 암페르를 2023년 하반기에 상장할 생각인데, 이번 합의에 따라 닛산으로부터 투자를 받으면 좀 더 안정적으로 개발을 해나갈 수 있을 겁니다. 사실 다른 메이저 업체들에 비하면 좀 늦은 편이어서, 더 서둘러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르노가 뻣뻣했던 고개를 숙였으니, 닛산도 르노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철수했어도 최근 들어 흥미로운 새 차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데, 여세를 몰아 반등할 수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르노가 한 시름 놓았으니 르노코리아의 분위기도 좀 나아질 수 있을까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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