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 모빌리티(이하 KGM)가 2025년 6월 17일에 경기도 평택시 KGM 본사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알리는 ‘KGM FORWARD’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KGM은 70년 전통의 헤리티지를 바탕으로 전세계 어디서나 선호하는 실용적이고 친환경적인 모델을 선보이며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며, 이를 위해 SUV 중심의 실용적 라인업 확대와 글로벌 파트너사와의 협력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겠다고 밝혔습니다.

핵심 전략의 구체화 방안으로는 크게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 2030년까지 신차 7종 출시 – SUV 라인업 확대 및 글로벌 협업 강화
-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 개념으로 하이브리드 개발 – 향후 EREV로 확장
- 판매 채널 다각화 – 체험 공간 확대 및 구독 서비스 출시로 브랜드 몰입도 향상
신차 출시 및 글로벌 협업 계획
KGM은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신차 7종을 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우선 2024년에 중국 체리자동차와 전략적 파트너십 및 플랫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시작한 중대형 SUV 개발과 첨단 기술 협력의 첫 산물인 SE10의 개발을 2026년 2분기에 마무리해 제품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KGM에 따르면, SE10은 2023년 서울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한 F100 콘셉트카의 디자인과 개념을 체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T2X 플랫폼에 적용한 모델입니다.

체리 T2X 플랫폼은 내연기관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주 동력원으로 쓰는 중형 SUV를 위해 개발되어 현재 티고 9(Tiggo 9, 瑞虎9) 등에 쓰이고 있으며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되는 차세대 재규어 랜드로버 중형 SUV의 바탕이 될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티고 9에는 2.0L 가솔린 터보 엔진과 7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DCT) 또는 8단 자동변속기(AT)를 결합하고 앞바퀴 또는 네 바퀴를 굴리는 구동계가 쓰이고 있습니다. 또한 2.0L 가솔린 터보 엔진에 하이브리드 전용 변속기(DHT)를 결합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BYD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일반 하이브리드 시스템으로 손질해 토레스 섀시에 올린 토레스 하이브리드와 달리 SE10은 플랫폼과 파워트레인 등 하드웨어 전반에 체리 기술을 쓰게 되므로, 르노 그랑 콜레오스와 비슷한 방식으로 개발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KGM은 SE10을 시작으로 체리와의 협업을 한층 강화해, 신차 개발뿐 아니라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정의 차), 자율주행, E/E(Electric/Electronics, 전기전자장비) 아키텍처 등 미래 모빌리티 핵심 기술 전반으로 기술제휴의 범위를 넓히겠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협업 강화는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신속하고 유연한 개발 체계를 갖춤으로써 구매자가 필요로 하는 수준의 사항을 갖춘 차를 합리적인 값에 내놓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데 목적이 있다는 것이 KGM 측의 주장입니다.
SE10과 더불어 KR10의 출시도 예고되었습니다. KR10은 2021년부터 개발 관련 정보가 알려지기 시작해 렌더링이 공개되고, 2023년 서울모빌리티 쇼에 디자인 목업이 전시된 중소형 SUV로, 과거 큰 인기를 얻고 디자인 면에서도 호평을 받은 뉴 코란도의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모습으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개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면 2024년쯤에는 출시되었어야 하는 모델이지만, KGM 내부 사정으로 계속 양산 및 출시가 지연된 바 있는데요. 2027년 경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밖에 픽업트럭 브랜드로 재정의된 무쏘를 중심으로 파워트레인별 풀 라인업을 완성하겠다는 목표와 다목적 차(MPV) 등 새 세그먼트에 진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습니다. 이는 2026년 초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무쏘 스포츠 및 칸(기존 렉스턴 스포츠 및 칸) 2차 부분변경 모델의 출시 그리고 오랫동안 개발이 지지부진했던 미니밴 ME10의 개발과 양산이 확정되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KGM은 토레스 하이브리드에 처음 쓰여 앞으로 다른 모델에 적용될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충전의 번거로움 없이도 전기차 수준의 성능과 효율을 구현한 ‘충전하지 않는 전기차’를 핵심 개념으로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BYD의 DM-i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바탕으로 개발된 KGM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국내 브랜드 처음으로 P1(엔진 크랭크샤프트에 연결된 전기 모터)+P3(변속기 출력축에 연결된 전기 모터) 구조의 듀얼모터 변속기(e-DHT), 1.83kWh급 대용량 배터리, 15가지 최신 연비 기술이 적용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DHT(efficiency-Dual motor Hybrid Transmission)는 EV, 직/병렬 HEV, 엔진 구동 모드 등 9가지 운전 모드를 자유롭게 전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주행 조건 및 상황에 따라 동력계의 성능과 효율을 최적화해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배터리 시스템은 용량이 1.83kWh로 국내 하이브리드 차 가운데 최대 수준으로, 발전용 전기 모터의 출력이 커서 빠르게 충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동용 전기 모터를 더 오랫동안 작동시킬 수 있어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또한 각종 전기장치 작동에 쓰이는 12V 배터리는 LFP 셀을 써, 저온 시동성과 충방전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 KGM 측의 설명입니다.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은 유럽 전문 엔진 개발사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밀러 사이클(Miller Cycle, 4행정 엔진에서 압축 행정이 시작된 뒤에도 잠시 흡기 밸브를 열어 연소 온도를 낮추고 팽창비를 높여 효율을 높이는 작동 원리), 가변 지오메트리 터보차저(VGT), 전동식 가변 밸브 타이밍(VVT), 저압 EGR, 완전 가변 오일 펌프 등 다양한 고효율 기술을 적용해 최대 열효율 43%을 달성하고 Euro 7 및 LEV4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KGM은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이어 앞으로 EREV(Extended Range Electric Vehicle,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 기술까지 확대 개발하는 등 동력계 전동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토레스 하이브리드에 이어 두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인 액티언 하이브리드도 출시가 확정되었습니다. 2025년 7월경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사실 토레스와 액티언은 기본 하드웨어를 공유하기 때문에, 토레스 하이브리드 출시 때부터 액티언에도 같은 시스템이 이식되리라고 예상된 바 있습니다.
KGM은 액티언 하이브리드를 단일 트림으로 판매할 예정으로, 기본값은 개별소비세 3.5% 및 세제혜택 반영 기준으로 3,700만 원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도심 연비는 20인치 휠 장착 모델 기준으로 15.8km/L로, 토레스 하이브리드보다 조금 낮은 수준입니다. 액티언 판매가 예상보다 훨씬 저조한 만큼,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가 판매 증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액티언 하이브리드 판매촉진을 위해 출시 전 관리 서비스와 금융 혜택을 포함한 판매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사전계약 이벤트를 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판매 채널 다각화 – 체험 공간 확대 및 구독 서비스 출시로 브랜드 몰입도 향상
판매 및 마케팅과 관련해서는 구매자들의 브랜드 경험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먼저 오프라인 체험 공간인 KGM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세일즈 및 마케팅의 허브로 삼아, 브랜드 이해도와 공감대를 높이는 한편 구매 전환율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서울 강남과 경기도 일산에 마련된 익스피리어 센터는 부산, 대구, 광주를 시작으로 늘려나가 2027년까지 전국에 10곳 이상을 갖추게 됩니다.
2025년 3분기에는 구독 서비스인 ‘KGM MOBILING’이 선보입니다. KGM은 이 서비스를 통해 초기 구입 비용이나 보험, 세금, 정비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차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차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사용 기간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는 한편 앞으로 픽업트럭 및 아웃도어 패키지 구독 등 KGM 제품 특징에 알맞은 다양하고 독특한 구독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이번 중장기 전략 발표에서는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요. 제품군 전반에 대한 전략다운 전략 즉 큰 그림이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습니다. KGM 제품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는 2024년 8월에 내놓은 ‘Enjoy with Confidence’와 브랜드 전략 ‘실용적 창의성(Practical Creativity)’으로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듯하지만, 차급에 따른 모델 포트폴리오와 모델별 특성 부여 등 전략적인 측면에서는 아직 교통정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모습입니다.

또한 기존 제품군에 대한 업데이트 계획은 다뤄지지 않습니다. 일단 데뷔 10년이 넘어 모델 체인지가 가장 시급한 티볼리의 후속 모델에 관한 계획이 없는데요. 소형 SUV 시장 규모가 전같지 않기는 해도,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모델로서 KGM 브랜드의 테두리 안으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 티볼리입니다. 특히 최근 KGM이 힘을 싣고 있는 해외 시장 관점에서는 여전히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수익성이 낮다고 해서 그냥 방치해 두기에는 너무 아깝기도 합니다.
KG그룹의 일원이 된 뒤로 경영상황이 차츰 안정화되고 있지만 아직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KGM이 제품군을 전반적 재정비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여유가 작을수록 제품 개발 방향과 전략은 더 정교하고 치밀해야 합니다. 적잖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내놓은 새 모델에 대한 시장 반응이 신통치 않으면 형편이 더 나아지기는 어렵기 때문이죠. SUV +픽업트럭 전문 브랜드로서 KGM이 좀 더 시장을 크게 보고 큰 그림을 제대로 그릴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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