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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동아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겨울철 안전 운전에 도움을 주는 장치로 ‘브레이크 잠김 방지 장치(ABS)’를 꼽을 수 있다. 흔히 ABS는 차의 제동거리를 줄이는 장치로 알려져 있지만, 제동거리 단축보다 더 중요한 기능은 ‘차의 자세를 바로잡아 주는 것’이다.

자동차는 바퀴에 동력이 전달되고, 이 동력이 노면에 제대로 전달되어 굴러나갈 때가 가장 안정적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은 바퀴와 노면 사이 마찰로 형성된 힘의 균형이 깨어지면서 일어난다. 달리 말해 필요 이상의 힘이 바퀴로 전달되면 바퀴가 헛돌고, 반대로 노면 마찰력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힘이 전달되면 바퀴가 멈춰 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는 제멋대로 움직인다. 운전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차가 움직이면 곧 사고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ABS는 이런 경우 바퀴에 달린 센서를 통해 노면과의 마찰력을 감지해 내고, 전자장치가 브레이크를 조절해 준다. 즉 바퀴로 전달되는 힘의 양을 도로의 상태에 맞춰 운전자 대신 자동적으로 1초에 수십번씩 브레이크페달을 밟았다 놓았다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아 운전자는 운전대를 조종해 차의 방향을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다.

ABS가 달린 차의 브레이크 페달을 힘껏 밟으면 ‘드드득’ 소리가 나고페달을 밟은 발에 진동이 느껴진다. 이것은 ABS가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다. 마른 도로에서는 페달을 힘껏 밟아야 ABS가 작동하지만, 빗길이나 빙판길에서는 페달을 조금만 밟아도 ABS가 작동한다.

그러나 ABS 차량도 브레이크 페달을 제대로 밟지 않거나, 노면의 미끄러움이 너무 심하면 바퀴가 미끄러진다. 이런 경우 ABS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고 정지하기 쉽도록 최대한 천천히 운행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ABS는 운전자가 위기상황을 피할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위기상황 자체를 피해갈 수 있게 해주지는 못 한다. ABS뿐 아니라 자동차에 장착된 많은 안전장치들이 마찬가지이다. 언제나 위기상황을 피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차를 조작해야 하는 것은 운전자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