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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003년 7월 28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유명 자동차 메이커들의 과거를 살펴보면 사업 출발이 자동차가 아닌 회사가 많다는 점에 놀라게 된다. 일본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도요타는 옷감을 만드는 직조기 회사로 시작했다. 스웨덴의 볼보는 기계부품인 베어링을, 영국의 재규어는 모터사이클용 사이드카를 만들던 회사였다.

이 중에는 비행기를 만들었던 회사도 있다. 스웨덴의 사브와 일본의 스바루가 그런 회사인데 이 두 회사는 유난히 마니아층이 두껍다. 사브는 이름부터 ‘스웨덴 항공기 제작공장’의 첫 글자를 따온 것이다. 스웨덴은 유럽을 휩쓸었던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도 중립국 지위를 유지했는데 당시 스웨덴 상공을 지켰던 것이 사브에서 만든 비행기들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항공기 수요가 줄면서 항공기의 부품과 제작기술을 응용해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는 다소 생소하지만 세계랠리선수권(WRC)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세계적인 메이커로 부상한 스바루 역시 비행기 제작에서 출발했다. 스바루 승용차를 만드는 후지중공업은 원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기인 ‘하야부사’를 만들었던 나카지마 중공업에서 출발한 회사. 1958년 스바루에서 처음 내놓은 경차 360모델은 항공기 개발을 해왔던 기술자들이 대거 참여해 제작했다.

두 회사는 모두 오랫동안 기술자들의 근성과 고집이 배어 있는 개성 있는 차들을 만들어왔다. 이 때문에 판매에서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러나 마니아들로부터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차’를 만드는 회사로 인정을 받아왔다.

운명의 장난인지 모르겠지만 두 회사는 모두 세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모터스(GM)의 울타리 안에 놓여있다. 조만간 이들이 내놓을 새 차들은 양사간의 공동개발 과정을 거쳐 나오게 된다고 한다. 양사의 개성과 기술이 결합될 새로운 차는 어떤 모습과 성능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