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10월 GM대우 사보 ‘Driving Innovation’에 실린 글입니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도 컵이 없으면 마실 수 없듯―병째로 마신다면 대략 난감―, 아무리 성능이 뛰어나고 고급스러운 차라고 해도 타이어 없이는 달릴 수 없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때운다고, 타이어가 없으면 휠만으로 달리겠다는 용감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얼마 달리지 않아 휠이 찌그러지거나 깨질 것이고, 진동이 고스란히 실내로 전달되어 견디기 힘들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타이어라는 시커먼 고무 덩어리는 자동차의 겉으로 드러난 부분 중에서 가장 볼썽사나운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타이어는 자동차를 구성하는 부품들 중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매우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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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겨도 이거 없으면 차 못 쓴다.

타이어는 무엇보다도 자동차 본연의 임무인 ‘달리기’를 위해서 필요하다. 도로와의 사이에서 생기는 마찰력을 이용해 엔진의 회전력을 온전히 노면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바퀴를 구르게 하는 마찰력은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속도를 줄일 때에도 마찬가지로 작용한다. 차가 방향을 바꿀 때에도 타이어의 마찰력은 운전자가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만큼 차가 움직일 수 있도록 해준다.

Pontiac GTO Drift Car- Rhys Millen
캡션 물론 일부러 타이어의 접지력을 잃게 만드는 운전자들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미묘한 접지력 조절은 필요하다. ©GM Corp.

타이어는 차를 움직이게 만드는 기능 뿐 아니라 차의 무게를 지탱하는 역할도 한다. 일반적인 승용차의 무게는 적게는 1톤에서 많게는 2.5톤 정도다. 대형 SUV라면 사람을 태우고 짐을 실었을 때 3톤 가까이 나가는 차도 있다. 이 무게를 차의 네 귀퉁이에 달려있는 타이어가 지탱을 해야 한다. 이렇게 따지면 각각의 타이어는 최소 250kg에서 최대 750kg 정도의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그만큼 타이어는 수직방향으로 큰 힘을 버텨내야 한다.

그러나 단순히 버티는 역할만 가지고는 부족하다. 노면의 요철이나 굴곡을 직접 맞닥뜨리는 부분도 타이어이기 때문에, 노면과의 마찰로 생기는 충격과 진동 및 소음도 가장 먼저 걸러내야 한다. 즉, 좋은 승차감을 얻기 위해서는 타이어가 어느 정도 충격흡수 능력이 있어야 한다.

StabiliTrak Electronic Stability Technology Demonstration
차 무게 버텨야지, 충격흡수해야지, 접지력 유지해야지, 물 빼야지… 타이어라는 게 참 하는 일이 많다. © GM Corp.

이런 기능들을 만족시키는 타이어의 소재로 고무만큼 훌륭한 것도 없다. 비교적 값이 싸면서도 차가 움직이기에 충분한 마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고무라고 하면 고무나무에서 나오는 천연고무를 떠올리지만, 타이어의 재질이 100% 천연고무인 것은 아니다. 천연고무는 고무나무의 종류와 재배되는 환경에 따라 품질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타이어의 품질을 고르게 유지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요즘 나오는 타이어에는 대부분 합성고무가 쓰인다. 합성고무는 천연고무보다 전반적인 특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고른 품질을 낼 수 있어 널리 쓰이고 있다.

타이어 메이커는 목표로 하는 제품특성에 맞게 고무 이외에도 다양한 원료들을 배합한다. 이 원료의 종류와 배합비율은 철저한 기업비밀에 속하는데, 타이어에 쓰이는 원료들 중에 비교적 잘 알려진 것이 한 가지 있으니, 바로 카본 블랙이라는 것이다. 이 물질은 타이어를 검은 색으로 만드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카본 블랙이 쓰이는 이유는 모르는 사람이 많다.

고무는 원료 자체로는 너무 물렁물렁하기 때문에, 적당히 단단해져야한다. 이를 위해 쓰이는 물질이 바로 카본 블랙이다. 카본 블랙은 고무 입자를 끌어당기는 특성이 있고, 입자 자체도 비교적 튼튼한 편이다. 그래서 튼튼하고 오래 써도 쉬이 닳지 않는 타이어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카본 블랙은 천연고무와 친해서, 천연고무 성분을 쓸 때에는 거의 비슷한 양의 카본 블랙을 섞어준다.

타이어는 겉모습만 보면 ‘고무 덩어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고무와 함께 다양한 원료들이 섞이는 것처럼, 타이어 안에도 다양한 소재들이 들어있다. 대표적인 것이 철사와 합성섬유다. 타이어가 휠과 맞닿는 부분의 안쪽에는 여러 개의 철사가 다발로 들어 있다. 고리 모양으로 되어 있는 이 철사는 타이어의 모양을 유지시켜주는 것은 물론, 타이어 안에 채워진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또한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졌을 때에는 타이어가 휠에서 벗겨지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타이어 안쪽에는 충격을 흡수하면서 못 같은 이물질이 쉽게 뚫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사로 된 망이 들어있다. 이 망은 다시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터, 케블라 같은 섬유소재로 둘러싸여 있다. 이들은 끊임없이 눌리고 비틀리는 타이어 안의 다양한 소재들이 항상 고무에 잘 달라붙을 수 있도록 하고 충격과 소음을 흡수한다.

한편 타이어의 접지면을 보면 여러 개의 홈이 파여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홈들은 괜히 파 놓은 것이 아니다. 타이어에 나 있는 굵은 홈들을 그루브(groove), 자잘한 홈들을 사이프(sipe)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홈이 파여 있는 모양을 트레드(tread), 홈이 둘러싸면서 상대적으로 튀어나오게 되는 타이어의 접지면 조각들을 트레드 블록(tread block)이라고 한다. 트레드가 구성된 모양, 즉 트레드 블록의 배치는 차의 운동성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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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롭 디레자 스포트 Z1. 접지력과 직진주행 안정성을 중시하는 고성능 스포츠 타이어들은 대개 트레드 패턴이 굵고 대담하다. ©Dunlop

홈이 있으면 실제 타이어가 땅에 닿는 면적은 홈이 없을 때보다 좁아진다. 따라서 트레드 블록은 단위면적당 더 많은 무게를 지탱하게 되고, 타이어의 접지력이 높아진다. 또한 차가 회전하면서 타이어에 옆 방향으로 힘이 가해질 때에는 유연성 때문에 옆으로 눌리게 되는데, 이 때 접지면에 좌우로 걸쳐져 있는 트레드 블록은 제각기 같은 방향으로 비틀리면서 회전하는 반대방향 쪽 끝부분에 접지력을 집중시킨다. 따라서 회전 때에도 쉽게 타이어가 옆으로 미끄러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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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눈길이면 웬만한 4계절 타이어라도 상태가 괜찮고 운전자만 잘 만나면 무리 없이 달릴 수 있다. 대신 빙판길은 장담 못한다. ©Ford Motor Company

회전방향으로 굵게 파인 그루브는 젖은 노면을 지날 때 트레드 블록에 눌린 물기가 쉽게 빠져나갈 수 있게 해 준다. 이런 방식의 그루브는 직진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또한 일반 타이어보다 스노 타이어는 사이프를 더 많이 새기는데, 이는 눈길에서 접지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빙판길에서는 타이어의 접지압력이 높으면 압력이 가해지는 부분의 언 노면이 녹기 쉽고, 조금만 타이어가 빠르게 회전해도 헛돌기 쉽기 때문에 스노 타이어도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스노 타이어 얘기에서도 짐작할 수 있지만, 타이어에 홈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트레드 블록이 노면에 닿을 때에는 충격 때문에 소리가 나는데, 이 소리가 홈 안에서 공명되면서 커지게 되고, 타이어 회전에 따라 주기적으로 이어져 큰 소음이 생긴다. 차가 달릴 때 차 아래쪽에서 들려오는 소음의 대부분이 바로 이 소음이다. 그래서 타이어 메이커들은 기능성과 승차감, 소음 등을 고려해 세심하게 홈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