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GM대우 사보 ‘Driving Innovation’에 실린 글입니다]

대다수 소비자는 새차를 사기 위해 고르다가 선택장비(옵션) 목록을 보고 고민에 빠질 것이다. 값도 기능도 천차만별인 다양한 장비들 중에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과연 얼마나 쓸모가 있는지 직접 경험해 보기 전에는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가 주름잡는 요즘에는 고급 오디오를 선택하는 사람들도 많고, 길눈이 어두워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고르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필자가 ‘강추’하는 선택장비는 따로 있다. 바로 안전장비다. 다른 장비들이야 개인 취향에 따라 달아도 그만, 달지 않아도 그만이지만 이 장비들은 일종의 보험과 같은 역할을 한다. 날마다 안전운전을 한다면야 이 장비들이 쓸모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과연 필요한 때에 제대로 작동할 지 의심스럽기도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제 역할을 하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고마움이 가슴 깊숙한 곳부터 밀려올 장비들이다.

그런 안전장비 가운데 요즘 대부분의 차에서 보편적으로 접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로 에어백을 들 수 있다. 에어백(Airbag)은 ‘공기주머니’를 뜻하는 영어니까 초등학교 어린이에게 물어보아도 무엇인지는 대충 알 것이다. 에어백은 충돌사고 때 스티어링 휠이나 대시보드, 좌석 옆구리 등 차의 실내 특정부위에서 ‘펑’하고 튀어나와 차에 탄 사람의 몸이 차체나 유리 등에 부딪치는 것을 막아주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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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ŠKODA AUTO

차의 실내는 표면이 부드럽다 하더라도 그 안에는 무척 단단한 구조물들이 숨겨져 있기 때문에, 사람이 강한 힘으로 부딪치면 십중팔구는 다치기 마련이다. 에어백은 이런 구조물과 사람의 몸 사이에 순간적으로 쿠션을 만들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얼굴을 맨 주먹으로 맞으면 눈앞에 별이 번쩍할 정도로 충격이 크고 맞은 부분도 많이 아프지만, 두툼한 베개를 대고 맞으면 충격이나 아픔이 훨씬 덜 한 것과 마찬가지다.

요즘 나오는 차들의 에어백은 실제 작동하기 전에는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달려 있는 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숨겨져 있다. 과거에는 에어백을 덮고 있는 뚜껑 부분을 따로 달았기 때문에 어디 있는 지 대충 알 수 있었지만,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 매끈한 표면 안쪽에 숨길 수 있게 되었다. 눈에 보이는 표면은 매끈해도, 안쪽에는 에어백이 터질 때 표면이 찢어지면서 부풀어 오르도록 레이저 등을 이용해 살짝 실금을 파놓은 덕분이다. 그리고 부풀어 오르기 전의 에어백은 아주 오묘하고 교묘하게 여러 번 접혀 크기가 매우 작다. 쉽게 펼쳐지면서도 접혔을 때의 크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에어백을 접는 방법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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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da Motor Co., Ltd.

에어백은 보통 특수 나일론 천으로 만든다. 이 천은 질기면서도 거칠지 않고, 통풍이 거의 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에어백 원단이 갖춰야 할 중요한 조건으로는 에어백이 부풀어 올랐을 때 일정 시간동안 모양이 유지되어야 하고, 사람의 피부에 닿았을 때 긁히거나 지나치게 열을 많이 전달하지 않아야 하는 것 등을 꼽을 수 있다. 여객기가 비상착륙한 후 탑승자들이 비행기 밖으로 빠져나올 때 쓰도록 문 아래쪽에 펼쳐지는 비상용 미끄럼틀 역시 에어백과 같은 소재로 만들어진다.

에어백은 차에 달린 충격감지 센서가 ‘사람 다치겠네’라고 여겨질 만큼 큰 충격을 받아들이면 작동한다. 처음 작동할 때에는 적은 양의 고체 화학물질이 폭발하면서 순식간에 에어백을 가득 채울 만큼 많은 양의 질소가스를 발생시킨다. 이렇게 에어백은 폭발적으로 팽창하면서 차의 내장재 안쪽을 세게 때리는데, 이 때의 압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 했던 내장재의 실금을 파놓은 부분이 찢어지게 된다. 이 찢어진 틈새를 뚫고 에어백이 내장재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고스란히 접혀 모셔져 있던 에어백이 수십에서 수백 리터 크기로 부풀어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1천 분의 3초에서 5초 정도. 사람이 실내 구조물에 부딪치기 전에 얼른 쿠션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Airbags del Nuevo Chevrolet Spark
©GM Corp.

일반적으로 앞면(前面) 에어백은 운전석 쪽의 것이 동반석 쪽의 것보다 훨씬 작다. 운전석은 대시보드와 사람 사이에 스티어링 휠이 튀어나와 있어, 에어백이 그 사이의 공간만 채워주면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동반석은 사람과 대시보드 사이의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 공간을 다 채우기 위해서는 운전석 에어백보다 적게는 두 배, 많게는 세 배 정도의 크기로 부풀어야 한다. 물론 에어백이 최대 크기로 부푸는 시간은 운전석 쪽이나 동반석 쪽 모두 같아야 하기 때문에, 부푸는 속도로 따지면 동반석 에어백이 훨씬 빠르다. 일단 부푼 에어백은 부푼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지 않고, 최대로 부푼 즉시 에어백 뒤쪽에 뚫린 구멍으로 가스가 빠져나간다. 이렇게 부푼 에어백을 꺼뜨리는 이유는 사람이 차에서 빠져나오거나 차 밖에서 사람을 끌어내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다.

한편 에어백을 부풀게 만드는 화학물질은 화학작용에 의해 질소가스를 만들어내면서 성질이 바뀐다. 이 물질은 에어백이 꺼지면서 질소가스와 함께 밖으로 빠져 나오는데, 이미 작동한 에어백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흰색 가루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 가루 때문에 에어백이 작동한 뒤에 ‘눈이 쓰라리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고 한다. 이는 흰색 가루의 성분이 빵을 부풀릴 때 쓰는 베이킹 소다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베이킹 소다가 눈에 들어간 경험이 있는 주부들은 아마 그 고통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식용으로 쓰이는 베이킹 소다와 비슷한 성분이라고 해서 맛을 본다든가 하는 엉뚱한 짓-물론 사고 당사자는 그럴 경황도 없겠지만­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어쨌든 에어백이 작동한 뒤 눈이 쓰라리다면 가급적 빨리 흐르는 물로 눈을 씻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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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onda Motor Co., Ltd.

간혹 교통사고가 났을 때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되곤 한다. 하지만 에어백은 아주 제한된 경우에만 작동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선 시동이 꺼져있을 때나 차가 충격을 받는 속도가 약 20km 이하로 너무 낮을 때에는 작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센서 부근에 충격이 직접 가해지지 않아도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앞면 에어백이 달린 차가 뒤나 옆에서 들이받혔을 때에는 앞면 에어백이 작동하지 않는다. 충격이 가해진 방향으로 에어백이 부풀어야 가장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복사고 때에도 마찬가지로 충격의 방향이 에어백의 팽창방향과 일치하지 않으면 작동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요한 것은 에어백은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것이다. 안전벨트를 매지 않으면 부푼 에어백과 사람의 몸이 닿는 순간 몸이 엉뚱한 곳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다. 또한 몸에서 에어백이 닿은 부분은 움직임이 멈추지만 닿지 않은 부분은 관성에 의해 계속 움직이려고 하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에어백의 원래 이름이 ‘몸의 움직임을 억제하는 것을 보조해주는 장치’(Supplemental Restraint System, 줄여서 SRS)였던 것은 에어백이 안전벨트의 보조장치로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모든 물건은 제대로 써야 유익하듯, 에어백도 제대로 알고 있어야 중요한 순간에 나의 몸을 제대로 보호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