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합이 중요한 스프링과 댐퍼

[ GM대우 사보 ‘New Ways, Always’ 2008년 1~2월호에 기고했던 글을 재편집한 것입니다 ]

자동차의 기본 기능은 달리고 돌고 서는 것이다. 이런 자동차의 기본 기능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꼽으라면 흔히 엔진과 변속기를 포함한 구동계, 조향장치, 제동장치 등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역할로 본다면 이런 요소들이 중요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운전자는 액셀러레이터(구동계), 스티어링 휠(조향장치), 브레이크 페달(제동장치)을 조작함으로써 이들의 움직임을 직접 조절한다.

차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이 장치들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 고장 났을 때에는 더욱 절실하게 – 잘 알고 있고, 운전하면서 항상 몸으로 느끼게 된다. 그러나 중요성을 쉽게 느끼지는 못하지만 이들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서스펜션이다.

자동차 구조와 관련된 여러 종류의 책을 보더라도, 서스펜션은 공통적으로 차의 기본 기능에 필요한 요소 가운데에서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루어지고 있다. 흔히 서스펜션은 차의 승차감에 영향을 미치는 구성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승차감을 좋게 하는 것은 서스펜션의 가장 원초적인 존재이유이고, 실제 서스펜션이 하는 역할은 승차감보다는 차의 움직임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서스펜션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구조적으로는 바퀴와 차의 하체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기능적으로는 바퀴가 항상 도로의 표면(노면)과 닿아있도록 해 주는 장치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지만 서스펜션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것이 바로 서스펜션의 기능적인 면이다. 

앞바퀴굴림 승용차의 앞 서스펜션 모듈. 스트럿 방식 서스펜션이라 댐퍼 위쪽을 스프링이 감싸고 있다. 튜닝쪽에서는 ‘종발이’식이라는 출처불명의 말로 표현되는 형태다. ©General Motors

자동차가 안정적으로 달리고 돌고 서기 위해서는 항상 바퀴가 노면과 닿아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운전자가 원하는 가속과 감속, 방향전환이 타이어를 통해 정확히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서스펜션은 엔진, 조향장치, 제동장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고,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적당히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만들어진 균형은 운전할 때 운전자가 느끼는 차의 움직임 특성, 즉 차의 주행특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시승기에 종종 등장하는 ‘주행안정성’이라든지 ‘운동특성’ 같은 낱말들은 차의 특징을 나타내는 말 가운데에서도 서스펜션이 절반 이상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그러면서도 서스펜션은 차가 울퉁불퉁한 노면을 달리면서 바퀴에 전달되는 충격을 어느 정도 흡수해서 차에 타고 있는 사람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노면의 충격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타이어이고, 타이어를 이루는 합성고무 재질과 타이어 안에 채워진 공기를 통해 어느 정도 충격이 흡수되기는 한다. 그러나 타이어가 흡수할 수 있는 충격은 아주 작다. 그래서 충격흡수의 막중한 임무는 대부분 서스펜션에게 주어진다. 구성하는 요소들은 비교적 단순한 부품들로 이루어지지만, 서스펜션을 설계하고 조절하는 것이 꽤 어려운 이유는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인 만큼, 서스펜션에 대한 이야기는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의 글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지루한 얘기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고 승차감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서스펜션 부품인 스프링(spring)과 댐퍼(damper)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도록 한다.

Belltech사의 튜닝 서스펜션 부품들. 좌우의 통 모양으로 된 것이 댐퍼, 가운데의 것이 스프링. ©Belltech

스프링과 댐퍼는 서스펜션을 이루는 요소 중에서도 서로 상호보완관계를 이루는 독특한 부품들이다. 이들 두 부품은 상호작용을 하면서 타이어를 통해 전달된 충격을 받아들이고 풀어냄으로써 차에 탄 사람이 불쾌하지 않을 정도로 충격을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잠깐. 댐퍼라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독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댐퍼는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쇼크 업소버(shock absorber) 또는 쇼바라고 알려져 있는 장치를 다르게 부르는 말이다. 조금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자동차의 서스펜션에서 이 장치가 맡는 기능을 생각하면 쇼크 업소버보다는 댐퍼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 참고로, ‘쇼바’는 일본에서 넘어온 말로 ‘쇼크 업소버’를 첫 글자와 끝 글자만으로 줄여 부른 것이다.

만약 차가 유리처럼 매끈한 도로만을 달린다면 스프링이나 댐퍼 같은 부품들은 필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에 그런 길이 어디 있나? 포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길 조차도 바퀴에 잔 진동이 느껴질 정도의 요철은 있기 마련이다. 바퀴가 요철을 만나면 서스펜션 구조에 의해 바퀴는 노면에 수직이 되는 위쪽 방향으로 움직이고, 요철을 지나면 중력에 의해 반대로 노면에 수직이 되는 아래쪽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 때 요철의 정도에 따라 바퀴가 움직이는 정도가 조절되는데, 이것이 충격이 되어 차체로 전달된다. 이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바퀴와 차체 사이에 놓이는 것이 스프링과 댐퍼다.

튜닝 스프링으로 유명한 Eibach의 스프링 제품. 스프링은 재질, 꼬임수와 간격, 지름 등 여러 요소에 따라 특성이 달라진다. ©Eibach

바퀴가 요철을 만났을 때 위로 움직이려는 힘을 받아내는 것은 스프링이다. 스프링은 눌리거나 늘어났을 때 원래 자신의 모양으로 돌아가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에, 충격에 의해 눌리면서 힘을 받아들였다가 원래 모양으로 늘어나면서 내보낸다. 이처럼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힘을 받아들이는 스프링이다. 그런데 문제는 스프링이 충격을 흡수할 뿐 아니라 내보내려는 성질도 갖고 있어, 받아들인 충격을 한 번에 풀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번 눌리거나 늘어난 스프링은 계속 늘었다 줄어들기를 반복하며 받아들인 에너지를 풀어낸다. 자동차의 서스펜션에 스프링만 쓰인다면 요철을 지난 차는 차에 탄 사람이 멀미가 날 정도로 한동안 출렁일 것이다.

이처럼 계속 늘었다 줄었다 하려는 스프링을 자제시키는 것이 바로 댐퍼다. 댐퍼의 기본적인 원리는 실린더를 물로 가득 채우고 끝을 손으로 막은 주사기와 같다. 밀폐된 공간에서의 물도 원래 모양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주사기 피스톤을 밀거나 당기면 압력 때문에 일시적으로 눌리거나 늘어나지만, 물이 새지 않는 한 원래 상태로 곧 돌아간다. 댐퍼도 기본적인 구조는 주사기와 거의 같지만, 실린더 속에는 물이 아니라 압력을 받아도 성질변화가 거의 없는 특수 기름이나 질소 가스가 들어 있다. 이렇게 댐퍼에 채워져 있는 기름이나 가스는 충격을 받았을 때 충격 에너지가 열 에너지로 바뀌면서 부피가 줄어든다. 열 에너지로 뜨거워진 기름이나 가스가 식으면 다시 부피가 늘어나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서킷을 열심히 달리고 있는 캐딜락 CTS-V. 승차감은 물론이고, 구동계와 함께 차의 주행특성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것이 바로 서스펜션이다. ©General Motors

이처럼 스프링은 끊임없이 움직임으로써 충격을 풀어내려는 ‘활발한’ 성격을 갖고 있고, 댐퍼는 원래 상태를 유지하려 애쓰는 ‘소극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이런 상반된 성격의 두 장치가 어우러지면 너무 열심히 움직이려는 스프링을 댐퍼가 자제시키고, 너무 가만히 있으려는 댐퍼를 스프링이 ‘움직이라’며 옆구리를 쿡쿡 찌른다. 차체에 전달되는 충격 에너지는 이처럼 스프링이 흡수하고 댐퍼가 스프링의 에너지 방출을 억제시키면서 크기가 줄어들게 된다. 즉, 바퀴가 받아들인 충격의 대부분은 스프링에 의해 흡수되고, 댐퍼가 흡수하는 충격은 스프링을 보조하는 수준이다. 그래서 ‘충격 흡수장치’라는 뜻의 쇼크 업소버라는 말 대신 댐퍼라고 부른 것이다.

자동차가 설계될 때에는 스프링과 댐퍼가 에너지를 흡수하고 내보내는 정도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둘 사이의 균형이 깨지면 차의 움직임이 흐트러져 승차감도 나빠지고 주행안정성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녀관계처럼, 스프링과 댐퍼도 궁합이 잘 맞아야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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