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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ryu.net 독점 콘텐츠입니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자동차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런 가운데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미국 의회에 요청한 340억 달러 규모의 지원요청 가운데 일부가 받아들여져, 백악관과 미국 민주당은 친환경차 개발 예산으로 책정된 250억 달러 가운데 150억 달러를 이들 기업 회생에 쓸 수 있도록 허락했고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조건은 있다. 내년 3월 31일까지 정부가 승인하는 구조조정안에 따라야 하며, 정해진 수준까지 이루어지지 않을 때에는 더 이상의 지원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에서는 3대 메이커 경영진에 대한 압박도 이루어지고 있다. 자칫 의회에서는 강제적인 경영진 퇴출 카드를 들고 나올 태세다. 특히 GM 회장 리처드 왜거너(Richard Wagoner)에 대한 압박이 거세다. 그러나 미국 대통령 당선자 버락 오바마가 기자회견에서 ‘책임자 퇴출 각오’ 이야기를 한 이후로, 미국 자동차 관련 인사들은 사뭇 다른 이야기들을 내놓고 있다. 그들에게 미국 자동차 업계를 살릴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에게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해 보자. 현대/기아가 부도위기에 처해 정부에 긴급 구제금융을 요청했다면, 과연 정부와 국회, 언론은 이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겠는가. IMF 경제위기를 전후로 무너진 국내 자동차 메이커들의 최고경영자들은 경제논리보다 정치논리에 휘둘려 회생의 시도도 해 보지 못하고 한국 경제를 무너뜨린 역적들로 취급받으며 쓸쓸히 자동차계를 떠나야 했다. 그들 기업과 기업가들이 최악의 상황에 몰렸을 때, 그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그들과 함께 매도되었다. 실패한 사람은 곧 무능한 사람이고, 그런 사람들에게는 좀처럼 다시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우리다.

자동차 회사는 단순한 제조업 회사가 아니다. 자동차라는 제품의 특징과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면 제대로 이끌어나가기 힘들다. 그래서 해외의 건실한 자동차 기업들의 경영진 가운데에는 현업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자동차 만들기의 안팎에서 골고루 많은 경험을 거친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숫자로만 기업을 평가하려는 잣대는 자동차 회사에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파급효과가 크다는 이유로 자동차 메이커의 살생을 정치논리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1970년대 말에서 1980년대 초반에 크라이슬러가 파산위기에 직면했을 때, 크라이슬러 CEO을 맡았던 리 아이어코카(Lee Iacocca)도 크라이슬러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려던 미국 정부 및 의회와 적지 않은 신경전을 벌여야 했다. 많은 노력 끝에 크라이슬러 경영을 정상화한 아이어코카는 그 때의 경험을 1984년에 내놓은 자서전에도 적어놓고 있다. 그는 어제(현지 시간 12월 9일) 미국 자동차 3사 경영진을 옹호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길지 않은 내용이지만, 그의 이야기에 과거의 경험이 배어있음은 쉽게 알 수 있다. 과연 우리라면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무너져 가는 회사의 경영진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자는 이야기를 우리는 과연 상상이라도 할 수 있을까.

그가 내놓은 보도자료는 다음과 같다.

“여러분에게 의지하고 있는 수천명의 근로자, 퇴직자, 협력업체, 딜러와 지역사회를 거느린 수십조 달러 규모의 자동차 회사를 운영하는 것은 심장이 약한 사람이나 소심한 사람, 또는 경험 없는 사람에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특히 경험이 없는 사람은 더욱 그렇다.

업계에 있었던 나는,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업계에 대한 대출을 승인하는 조건으로 경영진이 교체되어야 한다는 의회의 분위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한창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와중에 감독을 바꾸는 일은 없다. 특히 상황이 매우 변덕스러울 때에는 더욱 그렇다. 업계는 거의 통제할 수 없었던 완전히 예측불가능한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짓밟혔고 그로 인해 무자비하게 곤두박질쳤다.

기업들이 완벽하지 않을지 몰라도, 지금 그 회사들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은 경험과 깊이 있는 지식, 그리고 자동차 사업이 어떻게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지를 이해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 그들은 분명히 성공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우수한 선택이다. 나는 그들에게 진격 명령을 내리고 진격할 수 있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그들은 일을 제대로 해내기 위한 적합한 사람들이다.”

(원문)

“Running a multi-billion-dollar automobile company with thousands of employees, retirees, suppliers, dealers and communities counting on you is not for the weak of heart or for the timid or the untried. Especially the untried.

“Having been there, I do not agree with the sentiment now coming out of Congress that the management should be changed as a condition of granting loans to the Detroit automakers. You don’t change coaches in the middle of a game, especially when things are so volatile. The industry has been brutalized by a totally unpredictable series of events over which it had little control and that is beating it unmercifully into the ground.

“The companies may not be perfect but the guys who are running them now are the only ones with the experience and the in-depth knowledge and understanding of how the car business really works. They’re by far the best shot we have for success. I say give them their marching orders and then let them march. They’re the right people to get the job d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