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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오토카 한국판에 실린 글입니다]

쌍용자동차가 다시 위기를 맞았다. 내수판매 급감으로 인한 경영난을 이유로 지난 1월 9일부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다. 현재 쌍용차 대주주인 상하이자동차는 거의 손을 떼다시피 한 상태.

자동차 메이커의 위기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한다면, 쌍용차 처리에 있어서도 쌍용차와 협력업체는 물론 이들 회사 직원들의 지출로 생계를 이어가는 많은 이들의 생존을 생각해 가급적 빨리 해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다고 무조건 서두르기만 할 일은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 없이 처리에만 집중하다보면 일단 회생했다 하더라도 자생력 확보 이전에 새로운 위기가 닥치면 다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언론 보도에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삼성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면 좋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를 접했다. 정치적 입지나 영향력을 고려하면 아직 쌍용차 법정관리도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서 김 지사의 발언은 삼성그룹에게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김 지사의 개인적인 의견일 수도 있지만, 정상적인 경제논리로 생각하면 삼성이 쌍용차를 인수해야 할 이유가 별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그의 발언은 쌍용차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런 압박이 바람직한 것인가? 만약 김 지사의 발언대로 삼성그룹이 쌍용차를 인수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삼성 내부에서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지만, 삼성은 자동차 만들기에서 이미 실패를 경험하고 한 발 뺀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르노삼성자동차의 지분 약 20%를 갖고 있는 마당에 또 다른 자동차 메이커를 끌어안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자동차 업계가 위기를 겪고 있고, 주력기업인 삼성전자도 장래를 안심할 수 없는데 또 다른 자동차 메이커를 떠안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또한 현재 쌍용차의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인수할 기업의 부담은 커진다. 쌍용차가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둘 중의 하나다. 소량생산 및 판매로도 충분한 이익을 낼 수 있도록 부가가치가 큰 차에 집중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도록 덩치를 키우는 것이다. 전자는 그동안 쌍용차가 추구해 온 것이고, 후자는 현재의 자동차 업계 형편을 생각하면 무모하고 쉽지 않은 방법이다. 누군가 쌍용차의 새 주인이 된다면, 전자를 목표로 효율적인 투자를 통해 최적의 결과를 얻고자 할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현재 모습은 어떠한가. 먼저 2000년대 초반, 워크아웃에 들어가 새 주인을 찾던 시절의 쌍용차를 생각해 보자. 당시 쌍용차는 최신 유행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프레임 섀시 SUV가 주력 차종인데다 파워트레인과 승용차 섀시 기반기술의 대부분을 벤츠 라이센스 설계에 바탕을 두었다. 독자적으로 자동차를 개발할 능력이 거의 없는 메이커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메이커에 매력을 느껴 인수를 생각할 이유가 없다. 중국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그 때의 쌍용차와 지금의 쌍용차 사이에 가시적인 차이점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들 쉽사리 쌍용차를 인수하려고 나서겠으며, 그 자리에 삼성을 앉혀놓는다고 일이 제대로 풀릴 수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쌍용차 문제 해결에 있어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은 쌍용차가 필요하고, 쌍용차를 발전적이고 안정적으로 오래 끌고 갈 수 있는 새로운 주인을 찾는 것이다. 즉,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의 기본원칙부터 충족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 개입은 그 다음에 하는 것이 옳은 순서다. 당장은 쌍용차와 관련된 사람들이 얼마간 힘들겠지만,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지금의 고통이 몇 년 뒤에 얼마든지 다시 찾아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