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내리락, 언제나 바쁜 부품 – 밸브

[ GM대우 사내보 ‘한마음 뉴스레터’ 2009년 5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

자동차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바퀴가 굴러야 하고, 바퀴가 구르기 위해서는 엔진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은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조금 더 나아가 보면, 바퀴가 구르도록 하는 회전력을 얻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엔진 속에 담겨 있는 여러 부품들이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이번에는 그 가운데에서도 엔진의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인 밸브를 다뤄보고자 한다.

2006년형 쉐보레 콜벳 Z06의 엔진에 쓰인 밸브와 스프링. 가볍고 튼튼한 티타늄제로, 고성능 엔진에 주로 쓰이는 소재다. ⒸGeneral Motors

우선 밸브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자. 밸브는 원래 물이나 공기 등이 흐르는 통로의 특정한 부분에 자리를 잡고 있으면서 흐름을 맺고 끊거나 흐르는 속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자동차의 엔진이 작동하는 데에도 밸브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자동차의 엔진은 공기와 연료가 타면서 생긴 에너지를 회전력으로 바꾸기 위해 흡기, 압축, 폭발, 배기의 네 과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들은 끊임없이 연속해서 이루어지지만 각각의 과정마다 일어나는 일들은 뚜렷하게 구분되어야 하고, 이런 구분을 위해 밸브는 적당한 시기에 맞춰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

이들 과정 가운데 엔진이 힘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것은 압축과 폭발이다. 엔진이 힘을 내는 것은 간단히 말하자면 공기와 연료의 혼합물, 즉 혼합기가 타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고, 이렇게 생기는 에너지를 극대화시키는 과정이 압축과 폭발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먼저 엔진 속으로 혼합기를 집어넣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바로 흡기이고 엔진으로 들어가는 혼합기의 통로를 조절하는 것이 흡기 밸브이다. 마찬가지로 폭발 과정이 끝난 뒤에 혼합기가 타고 남은 배기가스를 엔진 밖으로 내보내는 과정이 배기이고, 배기가스의 통로를 조절하는 것이 배기 밸브다.

2006년형 쉐보레 콜벳 Z06 엔진의 배기 포트와 배기 밸브. 배기가스가 나오는 통로를 밸브가 막고 있는 모습이다. ⒸGeneral Motors

그러면 왜 엔진으로 들락날락하는 혼합기와 배기가스를 조절해야 할까? 가장 큰 이유는 압축된 혼합기가 폭발하면서 만들어지는 에너지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풍선에 입김을 넣어 부풀릴 때, 풍선에 구멍이 나 있거나 입김이 풍선 꼭지 옆으로 새어 나간다면 아무리 열심히 불어도 풍선은 한껏 부풀지 않는다. 또한 풍선을 일부러 터뜨릴 때에도 어디론가 공기가 새고 있다면 풍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거나 시원찮게 찌그러지고 만다. 이처럼 엔진의 혼합기도 새는 곳이 없어야 제대로 폭발하며 화끈한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흡기 밸브는 흡기 과정에만, 배기 밸브는 배기 과정에만 열리고 압축과 폭발 과정에서는 꼭 닫혀 있어야 한다.

이처럼 밸브는 때맞춰 열리고 닫히는 비교적 단순한 움직임만 반복하지만, 그 움직임이 그다지 단순하지만은 않다. 흡기, 압축, 폭발, 배기의 네 과정이 한 번 이루어져야 엔진에서 회전력이 나오는 크랭크샤프트가 한 바퀴 회전하는데, 보통 자동차 엔진의 크랭크샤프트는 1분에 적게는 700번(공회전)에서 많게는 7,000번(회전한계)까지 회전하며 바퀴로 회전력을 전달한다(주 – 고성능 가솔린 엔진의 경우. 공회전과 회전한계는 엔진 특성과 설정에 따라 다를 수 있고, 디젤 엔진의 회전한계는 가솔린 엔진보다 낮은 4,500~5,500rpm 정도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밸브는 흡기 때 흡기 밸브가 한 번, 배기 때 배기 밸브가 한 번 열리고 닫히는 동작을 반복한다. 따라서 각각의 밸브 역시 1분에 700~7,000번 열리고 닫혀야 한다.

연소실 쪽에서 본 밸브의 모습. ⒸGeneral Motors

정상적인 성인의 심장이 1분에 60~80번 뛰는 것을 생각해 보면 엄청난 빠르기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아무리 정확성이 중요한 기계라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어른 손가락만한 작은 크기이지만 움직임이 빨라질수록 관성의 영향이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엔진의 흡기 및 배기 밸브는 어느 정도 미리 열리고 늦게 닫히도록 되어 관성 때문에 움직임이 더뎌지는 것을 보완한다. 하지만 이런 편법은 엔진이 느리게 돌 때에는 성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최근에는 엔진 회전속도에 따라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속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가변밸브장치를 더한 엔진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연비향상이나 유해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밸브가 열리고 닫히는 시기를 늦춘 설계의 엔진도 나오고 있다.

답글 남기기

아래 항목을 채우거나 오른쪽 아이콘 중 하나를 클릭하여 로그 인 하세요:

WordPress.com 로고

WordPress.com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Google photo

Google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Twitter 사진

Twitter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Facebook 사진

Facebook의 계정을 사용하여 댓글을 남깁니다. 로그아웃 /  변경 )

%s에 연결하는 중

This site uses Akismet to reduce spam. Learn how your comment data is processed.

%d 블로거가 이것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