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르고, 거르고, 또 거르고: 필터 이야기

[ GM대우 사내보 ‘한마음 뉴스레터’ 2009년 6월호에 기고한 글을 재정리한 것입니다 ]

몇 년 전만 해도 필자는 1주일에 한 잔도 마실까 말까 할 만큼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뒤늦게 커피에 빠져 하루에 한두 잔씩 꼬박꼬박 마시고, 하루라도 거르면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문제는 필자가 빠져버린 것이 원두커피라는 것.

재료와 물, 컵만 있으면 간단히 즐길 수 있는 커피 믹스와 달리 원두커피는 최소한 필터(여과지)와 필터 받침을 갖추고 커피가 걸러지는 동안 기다려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하지만 코와 혀로 전해진 커피의 즐거움이 안개 가득했던 머릿속을 산뜻하게 비워주는 기분을 느끼고 나면 그런 기다림은 전혀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진만 봐도 커피향이 느껴지는 듯하다. 원두커피 내려 마실 때에도 필터는 필수다. Pixabay로부터 입수된 StockSnap님의 이미지 입니다.

원두커피를 만들어 마실 때뿐 아니라 일상생활 속의 여러 물건들 가운데에도 필터가 없으면 안 되는 것들이 제법 많다.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기, 공기청정기, 에어컨, 정수기는 필터가 없으면 무용지물이고, 최근에는 가습기나 김치냉장고 등에도 쓰이는 것이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늘 공기나 물이 기계 속을 통과한다는 것인데, 잘 알려진 대로 필터란 물, 기름과 같은 액체나 공기 등 기체를 거르는 물건이기 때문이다.

필터의 원리는 간단하다. 구멍이 송송 뚫린 판을 놓고 물체를 흘려보내면, 구멍보다 크기가 작은 것들만 흘러나가고 큰 것들은 판에 걸려 남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농촌에서 쓰는 곡식 거름용 체라든가, 부엌에서 튀김요리를 한 후 기름에 남은 작은 덩어리를 건져낼 때 쓰는 거름망과 마찬가지다. 다만 우리가 흔히 필터라고 하는 것은 구멍의 크기가 무척 작아서 티끌처럼 눈에 보일 듯 말듯 하는 정도의 덩어리들도 걸러내는 것이 다를 뿐이다.

자동차에도 다양한 종류의 필터가 쓰이고 있는 것은 독자 여러분도 이미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엔진 오일 교환을 위해 정비소를 찾을 때마다 최소한 한두 가지 필터가 함께 교체되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엔진 오일 필터이고, 다른 하나는 흔히 에어 필터라고 하는 에어 클리너 엘리먼트다. 그 밖에도 조금 덜 자주 교체하는 것으로 에어컨 필터와 연료 필터를 들 수 있다. 자동차, 특히 엔진의 상태와 수명을 생각한다면 이들 가운데 에어컨 필터를 뺀 나머지 세 가지 필터는 반드시 잘 관리하고 교체해야 한다. 그리고 에어컨 필터 역시 건강을 생각한다면 주기적으로 교체하는 것이 좋다.

엔진 오일 필터. 일반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오른쪽 덩어리 안에 왼쪽에 있는 필터가 들어 있는 구조다. ©Bosch

특히 중요한 것은 엔진 오일 필터다. 엔진 속을 순환하는 엔진 오일은 오래 쓸수록 연료가 타고 남은 배기가스 속의 미세한 재나 엔진 부품들이 움직이면서 나오는 미세한 쇳가루 등이 섞이는데, 이런 것들을 잘 걸러주지 않으면 엔진의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

특히 요즘 나오는 디젤 엔진 차를 비롯해 터보차저가 쓰인 차들은 엔진 오일의 청결도가 매우 중요하다. 터보차저는 정밀도가 높고, 배기가스가 항상 닿아 뜨겁고,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윤활과 냉각이 잘 되어야 한다. 그런데 터보차저는 엔진 오일로 윤활과 냉각을 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엔진에서 생긴 불순물들은 자칫 터보차저의 작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래서 특히 터보차저가 달린 차들은 엔진 오일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GM 에코텍 2.0L SIDI 터보 엔진의 오일 필터 엘리먼트. ©General Motors

연료 필터도 마찬가지. 연료에 불순물이 섞여 있으면 엔진에 연료를 공급해 주는 부품인 인젝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인젝터는 분무기의 원리를 이용한 것으로, 아주 작은 틈으로 액체를 밀어 넣으면 작은 입자가 되어 퍼지게 된다. 그래서 인젝터의 틈을 막아 연료가 제대로 뿌려지지 않는 것을 막으려면 연료 필터가 필수적이다.

에어 클리너 엘리먼트도 엔진의 실린더 속으로 들어가는 공기에서 불순물을 걸러주는 역할을 한다. 실린더 속의 불순물은 특히 엔진에 치명적인데, 실린더 안에서 공기와 연료의 혼합기가 폭발할 때의 충격으로 불순물이 피스톤이나 실린더 안쪽 벽에 손상을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 청소를 위해 에어 클리너 엘리먼트를 살펴보면 작은 나뭇조각이나 돌 알갱이 같은 것들도 눈에 띄는 데, 이런 것들이 엔진 속으로 들어간다면 엔진이 못쓰게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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