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Peugeot_207-1

[ 오토카 2010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2007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엔트리급 수입차 시장에서 꾸준한 판매를 이어온 푸조 207의 2010년형 모델이 나왔다. 데뷔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만큼 약간의 손질을 거쳤지만, 푸조 차들이 대부분 그렇듯 페이스리프트라는 거창한 말보다는 중반 개선작업(mid-life refresh)라는 말이 어울린다. 눈에 쏙 들어오는 변화보다 생색만 겨우 낼 수 있을 정도의 손질만 하기 때문이다. 겉모습에서의 변화는 앞뒤 램프와 범퍼, 사이드 가니시 정도에 머문다. 푸조 설립 200주년을 기념하는 ‘MILLESIM’ 엠블럼이 사이드 미러 앞쪽에 붙어 있는 것은 심심함을 덜기 위한 양념처럼 보인다.

앞좌석 중심의 실내 구성과 디자인은 바뀐 구석을 찾기 어렵다. 계기판 구성에 살짝 변화가 이루어진 것을 빼면, 값싼 차를 돈 들이지 않고 덜 값싸 보이지 않게 만든 흔적이 엿보이는 내장재와 꾸밈새 모두 거의 그대로다. 넓게 펼쳐진 대시보드에 알루미늄 색 테두리의 센터 페시아도 마찬가지다. 307에서 볼 수 있었던 오디오 헤드 유닛과 공조장치를 그대로 쓴 것은 얼핏 성의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이 정도 차급에 좌우 온도를 따로 조절할 수 있는 차가 드물다는 것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높은 운전석, 넓은 앞 유리 덕분에 시야가 뛰어난 것은 207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지붕을 대부분 덮는 글라스 루프가 합세해 개방감이 뛰어난 것은 매력적이지만, 여름철에는 글라스 루프를 가리더라도 실내가 쉬 더워져 에어컨이 혹사당한다.

적당한 굴곡에 부드러운 쿠션이 적당한 두께로 자리잡고 있는 시트는 비교적 편안하다. 앞좌석에서는 좁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지만 뒷좌석은 반대로 넉넉하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발을 놓기에 충분한 여유 공간은 있지만 평균 신장 이상의 남자가 탄다면 무릎과 머리 위가 무척 답답할 것이다. 짐 공간은 차급을 생각하면 비교적 여유 있는 수준이고, 앞좌석을 뒤로 한껏 밀지 않는다면 뒷좌석 쿠션과 등받이를 따로 접어 충분히 짐을 실을 수 있다. 앞뒤 도어 포켓이 큰 것을 비롯해 앞좌석을 중심으로 곳곳에 크고 작은 수납공간이 있는 것도 207의 충실한 기본기를 보여주는 부분 중 하나다.

1.6L 112마력 직접분사 엔진과 수동 기능이 있는 4단 자동 팁트로닉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이나 섀시에도 큰 변화는 없다. 엔진은 차 크기에 딱 알맞은 출력을 낸다. 시속 100km에서 기어는 4단 3,000rpm 남짓. 엔진 소리는 4,500rpm쯤부터 급격히 커지지만 여러 소리에 엔진 소리가 묻혀 그다지 시끄럽지는 않다. 시속 150~160km에서도 옆 사람과의 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배기량에 비해 차체가 큰 국산 1.6L급 차들보다는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적다. 그래도 적극적으로 달리려면 수동변속기가 잘 어울릴 듯하다. 206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무덤덤한 4단 자동변속기는 굼뜨게 반응하는 수동 모드보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는 쪽이 스트레스가 적다. 작은 차의 한계는 있지만 얄랑얄랑하고 부담 없는 승차감은 고속에서도 썩 불안하지 않고, 핸들링은 비교적 경쾌한 편이다. 좋지 않은 고속주행 연비를 감안하지 않더라도 전반적인 주행감각은 시내 주행이 어울리는 쪽이다.

여러 면에서 기본기에 충실한 것이 207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였다. 이런 기본기가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에도 207의 장점이 그리 퇴색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만큼 207이 괜찮은 차였다는 것을 반증한다. 디자인도 여전히 깜찍함을 잃지 않았다. 당연히 207 GT가 어필할 수 있는 소비자들도 그대로다. 사회 초년생인 20대 여성 2명이 발랄하게 즐길 수 있는 모던한 패션카라는 느낌조차도 3년 전이나 지금이다 변하지 않았다. 흡인력은 부족하지만 훨씬 편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207 GT는 미니 쿠퍼와 충분히 견줄 수 있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평점: 7.0 / 10

현상유지가 퇴보를 뜻하는 요즘 추세와 달리, 별로 달라진 점이 없는 207 GT는 여전히 다방면에서 신선함을 잃지 않았다.

  • 장점: 패셔너블한 디자인, 탄탄한 달리기의 기본기와 무난한 주행특성, 탁월한 전방 시야
  • 단점: 어딘가 모르게 느껴지는 허술함, 어른이 편하게 앉기 어려운 뒷좌석, 여름에는 불리한 넓은 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