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0년 11월호 변속기 특집에 실린 글입니다. ]

종종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것으로 비춰지곤 하지만, CVT는 잘만 쓰면 원래의 개발의도인 연비와 성능의 일거양득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흔히 ‘무단변속기’로 잘 알려진 CVT는 최근 각광받고 있는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DCT)보다 훨씬 일찍 등장했으면서도, 뒤늦게 등장한 DCT보다도 비주류 변속기 취급을 받고 있다. 아니, 실제로 비주류이기도 하다. 전체 승용차용 변속기에서 CVT가 차지하는 비율은 여전히 크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국산차 가운데 CVT가 쓰이는 차는 현대 아반떼와 기아 포르테의 LPI 하이브리드 모델, 그리고 르노삼성 QM5 휘발유 모델뿐이다. 

하지만 국산차에 쓰였거나 쓰이고 있는 예가 드물 뿐, 수입차 가운데에서는 CVT가 쓰인 차들을 제법 여럿 찾을 수 있다. 시야를 해외로 넓혀보면, CVT는 처음 등장한 이후로 요즘처럼 널리 쓰였던 적이 없었다. 이처럼 CVT가 널리 퍼지고 있는 이유는 잘만 쓰면 성능과 연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설계와 생산, 제어기술의 발전으로 과거 문제가 되었던 내구성 문제도 많이 개선된 것도 CVT의 확산을 뒷받침하고 있다. CVT에 공을 들이는 메이커들이 주장하는 바도 그렇다.

CVT는 네덜란드의 반 두르네(Hub van Doorne, 트럭 메이커인 DAF를 창업한 바로 그 양반)가 1950년대 후반에 실용화한 이후로도 한동안 그리 널리 쓰이지 못했다. 본격적으로 CVT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 들어 스바루와 피아트, 포드 등이 소형차에 쓰면서부터였다. 초기의 CVT들은 허용토크가 높지 않아 엔진출력이 낮은 소형차에만 쓰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닛산과 아우디 등이 적극적으로 CVT를 개발하면서 중형급 엔진을 얹은 차에도 하나둘 CVT가 달린 모델들이 나오기 시작해, 지금은 닛산과 아우디가 배기량이 3.0L가 넘는 엔진에도 CVT를 결합해 내놓고 있다.

시승차로 마련된 로그 플러스를 비롯해, 국내 판매 중인 SUV와 세단을 모두 CVT 모델로 포진시키고 있는 닛산은 최근 CVT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메이커다. 닛산의 CVT는 크게 벨트 기반인 엑스트로닉(Xtronic) CVT와 롤러 기반인 엑스트로이드(Xtroid) CVT의 두 종류로 나뉜다. 이 가운데 로그 플러스에 쓰인 것은 엑스트로닉 CVT이다. 엑스트로닉을 비롯해 대부분의 CVT는 벨트나 롤러로 연결된 구동 풀리와 피동 풀리의 상호작용을 통해 연속적으로 토크 전달정도가 변화하기 때문에 가속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자동변속기에 익숙한 운전자라면 빨리 가속하고 싶을 때 액셀러레이터를 많이 밟지만, CVT 차에서는 이런 조작으로 원하는 가속력을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엔진 쪽에서 가해지는 부하가 갑작스럽게 커지면 피동 풀리는 당연히 전체적인 힘의 균형을 위해 바퀴 쪽으로 전달되는 토크를 줄인다. 이때 차가 잘 나가지 않는 느낌이 드는데, 이것을 참지 못하고 계속 엔진을 고회전으로 유지하면 CVT 제어 컴퓨터가 상황을 인식하고 록업기능을 작동시킬 때까지 액셀러레이터 반응과 차의 움직임은 따로 놀게 된다. 

이와 같은 변속기의 특성 때문에, CVT를 경험하지 못한 사람이 처음 CVT가 쓰인 차를 타면 엔진 회전과 가속 반응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 때문에 어색함을 느끼게 된다. 로그 플러스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가속할 때에는 엔진 회전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거나 오히려 점점 낮아지는데도 차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초반에 약간 답답하게 느껴지는 구간만 지나면, 굳이 액셀러레이터를 많이 밟지 않더라도 충분한 가속력을 얻을 수 있다. 로그 플러스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에도 액셀러레이터를 적절히 조작해 엔진 회전수를 1,500rpm으로 유지시키면 시속 80km까지 꾸준하게 가속되고, 초반에만 약간 느리다 싶을 뿐, 어느 정도 가속이 진행되면 신호등 배틀에서도 웬만한 차들보다 앞서 다음 신호에 도착한다. 

달리 해석하면, 회전수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면 충분히 가속하면서도 연료소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운전자가 CVT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춰 운전해야 가능한 일이다. 꼭 CVT가 아니더라도 연비는 엔진과 변속기의 기술적 한계 내에서 운전자의 운전습관이나 스타일에 많이 좌우되는데, 특히 CVT는 운전 스타일에 따른 차이가 크다. 시승하며 트립 컴퓨터로 실측한 127.2km 구간에서의 평균연비는 9.3km/L였다. 의도적으로 과격하게 운전하고 정체가 심한 구간만 달렸을 때의 연비는 5.8~7.9km/L였지만, 소통이 원활한 자동차 전용도로와 국도에서 부드럽게 달렸을 때의 연비는 11.4~13.5km/L로 나왔다. CVT의 특성에 맞게 운전하면 정부공인연비인 10.7km/L는 어렵지 않게 달성할 수 있어 보인다.

결국 CVT 차는 살살 모는 것, 특히 액셀러레이터 조작을 살살 하는 것이 답이다. 연비와 성능의 만족뿐 아니라, CVT의 잠재적 문제인 내구성과 신뢰성 역시 살살 모는 것으로 어느 정도 보장될 수 있다. 다만 직접 경험한 일도 아니고 경험하기도 쉽지는 않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일단 고장이 나면 골치 아플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는 CVT 차가 적었던 탓에 CVT 관련 수리 노하우를 가진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 수리 자체는 물론이고 부품수급도 쉽지 않을 테고, 수리에 드는 비용도 적잖이 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우려만 아니라면, CVT도 그 매력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