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카 이야기(1) – 베테랑 카 시대: 신기한 탈것의 등장

[ 2011년 1월, 메르세데스-벤츠 공식 딜러 한성자동차 웹진 ‘with Hansung’에 쓴 글을 바탕으로 일부 수정한 것입니다. ]

1905년 이전의 베테랑 카 시대는 자동차의 태동기로, 자전거 및 마차의 영향이 남아있던 시기다. 많은 기술적 도전과 실험이 혼란스러울 정도로 다양한 형태의 차를 만들어 냈고 증기 및 전기자동차와의 경쟁도 치열했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현대적인 자동차의 기본적인 틀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클래식 카(classic car)는 지금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현대의 차가 아닌, 과거에 나온 모든 차들을 아울러 이야기하는 말이다. 그러나 클래식 카 애호가들은 자동차 역사 속에서 디자인과 설계, 기술 등에 뚜렷한 변화가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시대를 구분해 이야기하곤 한다.

자동차 역사의 시발점은 관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1885년에 독일의 칼 벤츠가 휘발유 엔진을 얹은 자동차를 만들어 1886년에 특허를 얻은 때로 여기는 시각이 보편적이다. 그 이후로 자동차가 세계 각지에서 만들어지면서 급격한 발전이 이루어진 시기도 지역과 기술력 차이에 따라서도 매우 다양했다. 그래서 자동차 역사의 세대도 정확한 시점에 의해 구분되지 않지만 크게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시기로 수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세계 첫 휘발유 자동차인 벤츠 파텐트 모토바겐(1885년)

대량생산에 의해 자동차의 대중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한 1910년대 말까지를 브래스/에드워디언(Brass/Edwardian) 시대, 혹은 앤티크(Antique) 시대라고 하고, 그 가운데에서도 현대적 형태의 자동차 설계 개념이 등장한 1905년 이전을 베테랑 카(Veteran car) 시대라고 한다.

브래스/에드워디언 시대는 빈티지(Vintage) 시대로 이어졌는데, 대공황이 세계를 휩쓴 1920년대 말을 경계로 제2차 세계대전 이전 및 전쟁 중의 기간에 해당되는 프리 워/워(Pre-war/war)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전후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나서기 이전인 1960년대 중반까지의 시기는 포스트 워(post-war) 시대로 분류되고, 그 이후로 클래식 카의 보편적인 분류 기준인 현재로부터 30년 이전에 나온 차들은 모던 클래식(modern classic)에 해당된다.

자전거와 마차의 영향을 받은 초기의 자동차

가장 먼저 살펴보게 될 베테랑 시대의 차들은 모든 면에서 가장 원시적인 형태와 구조를 갖고 있지만, 교통과 관련 산업은 물론 사람들의 생활양식에도 큰 영향을 현대 사회로의 변화를 이끌어낸 기계의 탄생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물론 이 시기는 자전거조차도 생소했고, 당시의 보편적인 교통수단이었던 말과 마차에 비해 자동차의 장점이 두드러지지도 않았다. 많은 이들에게 자동차는 그저 새로 등장한 ‘신기한 탈것’의 하나일 뿐이었다.

벤츠의 두 번째 자동차인 벨로(1894년)

초기의 자동차는 당시의 새로운 탈것이었던 자전거는 물론이고, 19세기에 거의 절정기에 올라 있었던 마차 제조기술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895년부터 본격적인 상업 판매를 시작한 네바퀴 차에 벨로(Velo)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당시 사람들이 자동차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를 보여준다.

벨로는 흔히 자전거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던 벨로시페드(velocipede)에서 유래한 것이었다. 물론 벤츠의 첫 자동차인 파텐트 모토바겐(Patent Motorwagen)도 마찬가지였지만, 이 차의 구조나 바퀴는 자전거 생산 기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다임러가 만든 첫 네바퀴 자동차(1886년)

또한 벤츠와 같은 시기에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동차의 특허를 얻은 고틀립 다임러의 첫 자동차와  미국에서 1895년에 처음 판매용으로 만들어진 자동차인 더리에 모터 왜건(Duryea Motor Wagon)은 기본적으로 지붕이 없는 마차에 엔진을 더한 모습이었다. 벤츠와 더리에 형제의 첫 차의 이름이 모두 ‘엔진(motor)을 더한 마차(wagon)’였다는 점도 자동차의 정체성이 뚜렷하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다른 탈것과 생존경쟁을 벌이다

벤츠와 다임러를 시작으로 휘발유 엔진이 탈것을 움직이기에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음이 증명되자, 수많은 사람들이 각자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기술자들이 자신의 능력을 알리기 위한 실험적인 시도에 그쳤다.

기술적인 수준도 높지 않아, 운전자는 이동보다도 엔진을 비롯한 기계를 조작하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운전방법도 차마다 모두 달랐고, 한 번 고장이 나면 수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심지어는 연료인 휘발유를 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그래서 휘발유 엔진 자동차의 개발자들은 자신의 차가 다른 종류의 탈것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다.

1888년, 칼 벤츠의 아내 베르타 벤츠가 만하임에서 포르츠하임을 왕복할 때를 상상해 그린 그림

1888년에 칼 벤츠의 아내인 베르타 벤츠가 자녀들과 함께 남편이 만든 자동차를 몰고 남편의 작업실이 있었던 만하임(Mannheim)에서 생모가 살고 있던 포르츠하임(Pforzheim)까지 100km 남짓한 거리를 달린 것은 자동차가 유용한 탈것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커졌지만, 당시 자동차를 손에 넣을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탈것에 흥미를 느낀 일부 귀족과 부유층뿐이었다. 생산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했던 이유도 있지만, 자동차의 저변이 넓혀지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자동차가 크게 환영받은 곳은 자동차가 처음 개발된 독일이 아닌 프랑스였다. 최신 유행을 이끄는 고급 제품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프랑스 사교계에서는 자동차 붐이 일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미적 가치를 지닌 문화적 상품이 되면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1903년형 드 디옹-부통 8hp

1889년에 파나르 & 르바소(Panhard & Levassor)를 시작으로 1891년에는 푸조(Peugeot), 1896년에는 드 디옹-부통(De Dion-Bouton), 1898년에는 르노(Renault)가 자동차 생산을 시작했다. 이들은 빠르게 성장하며 유럽의 자동차 산업을 이끌어나가기 시작했다. 1900년대로 넘어갈 즈음에는 자동차의 절반 가까이가 프랑스에서 생산되기에 이르렀다.

현대적 구조의 자동차가 등장하다

포드의 첫 자동차인 쿼드리시클(1896년)

1890년대로 들어서면서 여러 나라에서 자동차 생산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1893년에 처음 자동차를 만든 더리에 형제(Charles/Frank Duryea)는 1895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했고, 1896년에는 포드가 첫 자동차인 쿼드리시클(Quadricycle)을 만들었다. 이태리에서도 피아트가 1899년부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세계 처음으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진 차인 올즈모빌 커브드 대시(1901년)

그러나 생산이 본격화되었다고는 해도, 자동차 메이커들은 기껏해야 1년에 수십에서 100여 대 정도의 차 밖에는 만들 수 없었다. 부품가공에서 조립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모두 사람의 손에 의해 이루어져야 했기 때문이었다.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규격화된 부품으로 대량 생산을 시도한 업체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었다. 대표적인 곳이 1897년에 설립된 올즈모빌이다. 올즈모빌은 1901년부터 커브드 대시(Curved Dash)라는 차의 대량 생산을 시작했다.

이런 와중에 1899년에 나온 파나르 & 르바소의 6HP는 자동차 발전에 큰 획을 긋게 된다. 이 차는 엔진을 운전석 앞쪽에 배치하고 뒷바퀴로 동력을 전달하는 구동계를 갖췄다. 엔진 위에는 덮개를 씌웠다. 방향전환은 지금의 자동차처럼 스티어링 휠로 앞바퀴의 각도를 조절하는 구조를 썼다.

파나르 시스템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는 파나르 & 르바소 8hp 경주차(1898년)

이러한 방식은 운전이 매우 편했고, 자전거나 마차와 확연히 구분되는 자동차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파나르 시스템(Système Panhard)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 형태는 이후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모방하면서 자동차의 기본적인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파나르 시스템의 등장과 대량생산의 확대는 자동차 발전에 있어 큰 전환점이 되었다. 이와 함께 자동차는 신기술에 흠뻑 빠진 당시의 얼리어답터들에게서만 사랑받는 것이 아닌, 편리한 이동을 원하는 많은 이들이 갖고 싶어 하는 존재로 바뀌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베테랑 카 시대는 새로운 세대인 브래스/에드워디언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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