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매거진 2011년 3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도요타의 간판 4륜구동차 랜드크루저가 2011년으로 데뷔 60주년을 맞이했다. 짚의 아류에서 시작해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랜드크루저. 그 시작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변천사를 짚어본다.

 BJ / FJ계

1951-Toyota_LandCruiser_BJ-1

한국전쟁 발발 직후 미군은 일본을 보급기지로 활용하게 된다. 아울러 일본의 방어를 위해 현재의 육상자위대의 전신인 경찰예비대를 구성하게 된다. 이 경찰예비대의 장비는 전적으로 미군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필요한 장비를 일본 내에서 조달할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일본 주요 자동차 메이커에 경찰예비대에서 쓸 소형 4×4 시제품 제안요청이 전해졌고, 여기에 부응해 도요타도 독자적 기술로 소형 4×4 모델을 개발했다. 이 모델은 짚의 외형을 참고했지만 전혀 다른 차로, B타입 휘발유 엔진을 얹은 짚(Jeep)이라는 뜻으로 BJ라고 불렸다.

경찰예비대용 4×4 입찰에서 미쓰비시 지프에게 패한 도요타는 다른 판로를 찾기 시작해, 결국 국가지방경찰의 순찰차로 납품에 성공한다. 이렇게 해서 1953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는데, 생산능력의 한계로 인해 섀시 조립은 도요타 본사 공장에서, 차체 및 최종조립은 아라카와(荒川) 판금공업(현재의 아라코)에서 이루어졌다.

BJ에 얹힌 B형 휘발유 엔진은 윌리스 짚의 4기통 사이드밸브 엔진보다 출력이 높았고, 픽업 트럭 개념의 트럭 섀시를 활용해 승차감도 더 뛰어났다. 윌리스 짚과 달리 저속 기어가 없었지만, 1단 기어비가 대단히 낮아 험로 주파능력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따라서 실제 사용자 입장에서는 윌리스 짚보다 더 편한 차로 받아들여졌다. 1954년에는 B형 엔진보다 더 강력한 F형 엔진이 올라간 FJ 모델이 더해지게 된다. 그리고 이때까지 ‘도요타 지프’라고 불린 이 차들은 윌리스와의 상표권 분쟁을 피하기 위해 랜드크루저라는 이름이 붙게 된다.

20계/30계

1958-Toyota_LandCruiser_FJ25-1

랜드크루저는 1955년 8월의 모델 체인지를 통해 20계가 되었다. 처음에는 숏 휠베이스와 미들 휠베이스의 두 종류가 나왔고, 이후에 롱 휠베이스 모델이 추가되었다. 엔진은 B형과 F형 휘발유 엔진이 그대로 이어졌고, 보디 형태에 관계없이 두 종류의 엔진이 고루 쓰였다. 보디 형태는 소프트톱과 하드톱, 픽업, 밴을 기본으로 나중에 4도어 스테이션 왜건이 더해졌다. 소방차를 비롯한 특장차 개조를 위해 섀시만 출고되는 경우도 있었다. 4륜구동의 성능이 뛰어났음에도 주 납품처인 국가지방경찰의 순찰차로 쓰인 20계는 절반 정도가 2륜구동 모델이었다고 한다.

수출이 본격화되면서 해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본격적인 스테이션 왜건이 추가된 것은 1959년의 일이다. 40계로의 모델 체인지가 채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급하게 더해진 스테이션 왜건은 외형을 빼면 사실상 40계나 마찬가지였다. 이 차는 F형 엔진에 롱 휠베이스 구성으로 FJ35V이라는 형식명이 붙었다.

40계

1960-Toyota_LandCruiser_FJ40-1

랜드크루저 마니아들에게 가장 인기를 얻었고, 지금도 랜드크루저라고 하면 이 모델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정도로 대표적인 모델이 40계다. 세계 각지에 다양한 모습으로 판매되어 도요타와 랜드크루저의 이름을 널리 알린 모델로, 일본 마니아들에게 ‘랑크루’라는 별칭으로 불리고 있다.

40계의 성공배경에는 1950년대 말 이후 도요타의 해외 시장 전략이 깔려 있다. 1950년대 말 승용차로 미국 진출을 노렸다가 쓴맛을 본 도요타는 선진국 진출이 쉽지 않으리라 판단하고 개발도상국 시장을 우선 공략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개발도상국 도로 환경에 더 적합하면서 승용차보다 내구성이 뛰어난 랜드크루저를 그 선봉으로 세우는 전략을 취한다. 이렇게 해서 도요타는 중동과 동남아시아를 시작으로 랜드크루저의 수출에 적극 나섰다.

생산된 차를 우선적으로 수출물량으로 돌리면서, 40계 새 모델은 결과적으로 고향인 일본에는 늦게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다. 우선 픽업 및 섀시 버전이 먼저 발매되었고, 이후 하드톱 모델이 추가되었다. 1967년에 첫 가지치기 모델인 55계의 데뷔와 함께 40계의 첫 번째 마이너 체인지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스테이션 왜건 성격이 강한 55계와의 시장중첩을 피하기 위해 4도어 스테이션 왜건 버전은 단종된다. 그리고 1973년에는 수출용 롱 휠베이스 모델에 직렬 6기통 3.6L H형 디젤 엔진이 추가되면서 랜드크루저의 디젤 시대가 열리게 된다.

1979년의 두 번째 마이너 체인지에서는 차체 설계가 대대적으로 바뀌어 생산성이 향상되었고, 얇은 강판을 쓰면서도 차체 강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관용이나 업무용이 아닌 일반 소비자의 수요가 늘면서 실내외가 고급화되었다. 이듬해인 1980년에는 55, 56형의 스테이션 왜건 개념을 이어받은 60계의 데뷔에 맞춰 주요 부품을 60계와 공유하도록 설계가 바뀌었다. 이후로도 승용 분위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차츰 고급화가 이루어졌고, 1982년에 강화된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엔진이 변경되어 일본 내 생산이 종료된 1984년 10월까지 이어졌다.

55, 56형

1969-Toyota_LandCruiser_50-1

1967년에 나온 55, 56형 랜드크루저는 승용 스테이션 왜건을 담은 SUV로서 40계와 뚜렷이 구분되는 모델이다. 대형 럭셔리 SUV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현재의 랜드크루저는 이 55, 56형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숏 휠베이스 2도어 하드톱 모델과 롱 휠베이스 4도어 왜건의 두 가지가 계획되었지만, 숏 휠베이스 모델은 함께 판매되고 있던 40계와 시장이 중복되어 취소되었다. 다른 모델들과 달리 형식명이 ‘계(系)’ 대신 ‘형(型)’으로 분류되는 것은 이처럼 원래 계획되었던 모델 라인업을 완벽하게 갖추지 못해 부분적으로만 양산이 이루어진 데에서 기인한다.

독특한 보디 스타일은 북미 시장을 염두에 둔 것으로, 기능보다 디자인을 우선시해 만들어졌다. 당시의 일반적인 4륜구동 차로서는 특이한 개념이었지만 40계의 인기에 비하면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래서 다른 시리즈에 비하면 그리 많이 알려진 모델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소비자 성향이 변화하면서 일반 승용차를 대신하는 모델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1980년에 나온 60계에서는 55, 56형의 개념이 더욱 발전해 반영된다.

60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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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형의 후속 모델로 1980년에 등장한 60계는 SUV에 디젤이 주류를 이루던 시절에 휘발유 엔진을 얹고 나와, 초기에는 낮은 연비 때문에 좋지 않은 평을 얻었지만 개성 있는 디자인은 많은 팬을 만들어 내었다. 험로 주파능력이 향상됨으로써 오프로드를 즐기는 일반 오너들에게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이 이 60계다.

휘발유 엔진만 있었던 55형과 달리, 60계는 55형으로부터 이어받은 4.2L 휘발유 엔진 외에도 랜드크루저 스테이션 왜건 라인업 처음으로 3.4L 및 4.0L 디젤 엔진이 더해졌다. 일본 내수용 모델은 처음에는 뒤 도어가 좌우 여닫이 방식이었지만, 1981년부터 수출용과 같은 위 아래 열림식 도어가 추가되었다. 1984년 70계 등장과 함께 이루어진 마이너 체인지에서 휘발유 엔진이 새로운 것으로 바뀌었고, 1985년에는 처음으로 디젤 터보 모델이 나왔다. 이 모델에는 처음으로 LSD가 선택장비로 마련되었다. 1987년의 마이너 체인지에서는 원형 헤드램프가 각진 4등 구성으로, 1988년에는 휘발유 엔진이 전자제어 방식으로 바뀌었다. 1990년 1월까지 생산된 60계는 80계로 바통을 넘겨준다.

70계

1988-Toyota_LandCruiser_70-1

1984년에 출시된 70계는 랜드크루저의 능력을 세계적으로 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모델로, BJ 시리즈 40계의 직계 후손이라고 할 수 있다. 험로 주행성능에 초점을 맞추면서도 도시적인 분위기의 디자인을 더했다. 기술적인 측면에 있어서는 본격적인 오프로더로서의 주행특성을 강조했다.

70계는 크게 헤비 듀티 모델과 라이트 듀티 모델로 나뉘는데, 헤비 듀티 모델은 오프로드 지향의 모델이고, 라이트 듀티 모델은 상대적으로 편안한 승차감을 지닌 승용차 성격이 강조된 모델이다. 라이트 듀티 모델은 1990년 4도어 세미 롱 보디 모델인 프라도(Prado)가 추가되면서 별개의 모델로 분리된다. 헤비 듀티 모델은 40계의 설계를 이어받아, 1999년 마이너 체인지와 함께 앞 서스펜션에 코일 스프링이 쓰일 때까지 앞뒤 서스펜션이 모두 리프 스프링과 리지드 액슬 구성이었다. 한편 라이트 듀티 모델은 구동계를 하이럭스/하이럭스 서프와 공유하고 일본 4륜구동차 처음으로 앞뒤 서스펜션에 모두 코일 스프링을 썼다. 70계는 2004년까지 20년 동안 생산되어, 40계 다음으로 장수한 모델이 되었다.

80계

1996-Toyota_LandCruiser_80-1

1989년에 60계에서 풀 모델체인지된 모델로, 본격적인 풀 사이즈 SUV로 노선을 바꿈으로써 랜드크루저의 이미지를 바꾼 모델이다. 처음부터 북미와 호주 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되어 차체가 한층 대형화되면서 실내와 편의장비를 충실하게 갖춘 고급 SUV의 면모를 갖췄다. 구동계는 처음으로 풀 타임 4륜구동 방식을 썼고, 서스펜션도 앞뒤 모두 코일 스프링을 리지드 액슬에 조합했다.

특히 오프로드는 물론 온로드 주행특성에도 많은 신경을 써, 승용차 수준의 쾌적한 승차감과 성능을 추구했다. 고급화 추세에 따라 내장재와 편의장비 구성에 많은 신경을 썼고, 캠핑카로도 많이 쓰여 일본 내수용 모델에는 캠핑카 버전도 더해졌다. 호주와 중동 지역에서는 내구성과 편의성이 뛰어나 험로나 오지 관광용으로도 많이 쓰였다. 지금도 북미와 호주, 중동에서 비교적 쉽게 볼 수 있는 모델이다.

90계

1998-Toyota_LandCruiser_90-1

70계의 서브 브랜드였던 프라도는 1996년에 나온 90계로 모델 체인지되면서 독립된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90계부터 랜드크루저 프라도는 중량급 고급 SUV가 된 오리지널 랜드크루저의 아래 모델이 되어, 픽업 트럭인 타코마, 라이트 듀티 SUV인 하이럭스 서프(포러너)와 형제차로 엔진을 비롯한 구동계, 프레임 및 서스펜션 등을 공유하게 된다. 70계보다 부드러운 모습으로 다듬어진 덕분에 경쟁차인 미쓰비시 파제로와 닮은 모습이 된 것도 특이하다. 서스펜션 형식은 앞 더블 위시본, 뒤 5링크로 모두 코일 스프링을 썼다. 엔진은 2.4L 및 3.4L 휘발유와 3.0L 디젤 및 디젤 터보로 구성되었고, 2000년 7월의 마이너 체인지 때 디젤 엔진이 커먼레일 방식으로 바뀌었다. 유럽에서는 랜드크루저 콜로라도(Colorado)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100계

99landcruiser

1998년 데뷔한 80계의 후속 모델로, V8 휘발유 엔진을 처음으로 얹어 일부 시장에서는 랜드크루저 V8이라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했다. 도요타가 갖고 있던 4WD 관련 기술을 모두 담아낸 하이테크 SUV로서, 디자인과 성격 면에서 모두 다른 브랜드 대형 고급 SUV와 차별화했다. 앞뒤 모두 리지드 액슬을 썼던 80계와 달리 100계는 더블 위시본 독립현가 방식으로 바꾸어 핸들링과 승차감을 개선했다. 스티어링 기어도 리서큘레이팅 볼 타입에서 랙 앤 피니언 방식으로 바뀌었다. 서스펜션 변경으로 험로 주파성은 80계에 비해 떨어졌지만, 전자제어 주행안정장치의 도입으로 이를 보완하도록 했다.

이 모델은 디자인과 꾸밈새를 손보아 북미에 렉서스 LX470이라는 이름으로 팔렸는데, 이것은 1999년에 랜드크루저 시그너스라는 상위 모델로 일본 내수용 랜드크루저 라인업에 더해진다. 이 즈음부터 일본에서 랜드크루저의 판매는 경쟁력을 잃은 닛산 패트롤, 미쓰비시 파제로를 크게 앞질러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게 된다. 일본 내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힘들어 2007년 내수용 모델 생산이 종료될 때까지 이러한 흐름은 계속 이어졌다. 유럽에서는 랜드크루저 아마존(Amazon)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되었다.

120계

2007-Toyota_LandCruiser_120-1

90계의 후속으로 2002년에 데뷔한 신형 랜드크루저 프라도가 120계에 해당된다. 유럽 시장을 주 목표시장으로 삼아 유럽 디자인 센터인 ED2에서 제안한 디자인이 채택된 것이 특징이다. 이전의 랜드크루저 프라도와 마찬가지로 숏 휠베이스와 롱 휠베이스의 두 가지 보디가 나왔고, 수출용 모델과 달리 일본 내수용 모델에는 자동변속기가 기본으로 달렸다. 프라도 계열 처음으로 토센 센터 디퍼렌셜 기어식 풀타임 4WD 구동계를 갖췄다. 2003년 이후에는 안팎의 디자인을 손보고 100계 바탕의 렉서스 LX470과 같은 엔진을 얹어 북미 시장에 렉서스 GX470으로 판매되었다.

150계

2011-Toyota_LandCruiser_150-1

2009년 이후 현재까지 팔리고 있는 120계 프라도의 후속 모델이 150계다. 일본에서는 150계의 데뷔와 더불어 하이럭스 서프와 통합되면서, 내수용은 5도어 왜건 보디만 판매되고 3도어 숏보디는 수출용으로만 생산된다. 플랫폼과 엔진은 이전 모델을 바탕으로 손보았으며, 온로드 주행특성을 쾌적하게 손보았다. 랜드크루저 프라도 모델은 2.7L 및 4.0L 휘발유 엔진을 얹고, 북미형 GX460에는 V8 4.6L 휘발유 엔진이 쓰인다.

200계

Toyota Landcruiser

2007년 100계의 후속 모델로 등장했다. 뉴욕 오토쇼에서 렉서스 LX570으로 먼저 발표되었고 이후 일본에 랜드크루저로 출시되었다. 디자인은 역대 랜드크루저의 특징을 골고루 반영한 것이 특징이고, LX570은 도요타의 북미용 풀 사이즈 픽업 트럭인 툰드라와 같은 V8 5.7L 휘발유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를, 내수용 랜드크루저는 V8 4.7L 휘발유 엔진에 5단 자동변속기가 조합되었다가 마이너 체인지 이후 렉서스 LS460과 같은 V8 4.6L 엔진 및 6단 자동변속기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