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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카 한국판 2011년 11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필자가 종종 방문하는 자동차 관련 웹사이트 중에 카 바이블즈 닷컴(www.carbibles.com)이 있다. 자동차의 기초 기술지식에서부터 세차, DIY 등 실제 자동차 생활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정보들이 많이 담겨 있는 곳이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 사이트에서 흥미로운 메뉴를 발견했다. ‘Speeding facts vs. fiction’이라는 이름의 이 메뉴의 웹페이지에는 운영자가 과속에 대한 보편적인 인식이 잘못된 것임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일반적으로 과속이 교통사고의 중요한 원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다. 간단히 말해, 과속이 교통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아니고, 과속단속 역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용을 곰곰이 읽다보니 제법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였다. 실제로 인터넷을 조금만 검색해 보면 과속이 교통사고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국에서 일어나는 교통사고 중 3분의 1이 과속에 의한 것이고, 연간 1만 명 이상이 과속 관련 사고로 사망한다’라든지, ‘미국 40개 주에서 제한속도를 상향조정한 후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20% 이상 증가했다’든지, ‘호주에서 자동차 전용도로 제한속도를 높인 후 인사사고가 25% 늘었다’는 등의 내용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과속이 사망사고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카 바이블즈 닷컴 운영자는 이런 이야기가 현상을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말한다.

문득 우리나라에서의 과속과 교통사고 사이의 상관관계가 궁금해진 필자는 몇 가지 통계자료를 찾아보았다.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 우선 경찰청이 매년 발표하는 법규위반별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았다. 전체 법규위반 교통사고 가운데 과속이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었을까? 2010년 기준으로 22만6천878건의 교통사고 중 403건으로 0.2퍼센트에 불과했다. 사이버경찰청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통계자료인 1999년 통계에서도 0.4퍼센트였고, 2004년 이후 계속해서 0.2퍼센트 대에 머무르고 있다. 아울러 경찰청의 2010년 교통사고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37.8퍼센트, 부상한 사람의 14.4퍼센트는 보행자였고, 사망한 보행자의 73.8퍼센트는 무단횡단 중이었다.

카 바이블즈 닷컴 운영자와 필자 모두 과속이 위험하지 않다고 주장하거나, 과속을 정당화하려는 것은 아니다. 속도가 빠를수록 운전자가 위급한 상황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은 떨어지기 마련이고, 가급적 천천히 달리는 것이 안전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통계자료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과속 그 자체가 사고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과속단속은 교통사고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도로라는 교통 환경을 도로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교통사고는 자동차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 자전거나 모터사이클 이용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카 바이블즈 닷컴 운영자는 과속단속보다는 운전자와 보행자에 대한 교육을 위해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는 또한 참고자료로 영국 국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영국운전자협회(BDA)의 제안서를 웹페이지에 링크시켜놓고 있다. 제안서에는 도로교통 안전을 위해 교육(Education)과 기술(Engineering), 강화(Enforcement)를 이전의 과속예방 캠페인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도로사용자 모두가 안전할 수 있도록 교통안전 교육, 자동차 안전 및 도로시설 기술, 합리적인 교통규제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충분히 공감하는 이야기이기에, 독자 여러분도 한 번쯤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