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1년 1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자동차에 있어 ‘재미’를 이야기한다면 대개는 운전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사실 운전재미야말로 자동차가 줄 수 있는 가장 본질적인 즐거움이다. 운전을 하면서 차와 교감을 나눌 수 있다는 형이상학적인 차원의 즐거움이나 자신이 원하는 대로 차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에서 오는 희열 같은 것들 때문에, 자동차를 좋아하는 많은 마니아들이 스포츠카를 갖고 싶어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물론 이렇게 운전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아주 많은 것은 아니다.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신처럼 차를 좋아하고 차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차를 좋아하다보니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주 만나게 되면서 사람들을 보는 시야가 좁아져서 생기는 오해다. 실제로는 차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고 단순한 이동수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당연히 운전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전체 운전자 관점에서 보면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대신 운전 이외의 것에서 자동차의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다양한 액세서리로 차를 치장하는 데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도 있고, 차에 달린 오디오나 멀티미디어 기기를 활용하는데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다. 어떻게 보면 달리고 돌고 선다는 차의 본질과 크게 상관없는 것들에서 재미를 느끼는 것도 차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꾸미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꾸밀 구석이 많은 차가 좋은 차이고, 첨단 편의장비에서 매력을 느끼는 사람에게는 따끈따끈한 새 기술을 담아 갓 나온 최신 차종이 좋은 차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성능과 관계없이 톡톡 튀는 디자인이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재미를 주는 차들도 있다. 선례를 찾기 어려운 독특한 개념의 디자인을 제시한 기아 쏘울이 그랬고, 좌우 비대칭 해치백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든 현대 벨로스터도 그런 차다. 이상한 디자인 때문에 워낙 혹평이 많았던 쌍용 로디우스나 프레임 방식 섀시에 쿠페 스타일의 보디를 얹은 액티언도 뒤집어 보면 참신한 아이디어로 색다른 재미를 주었던 차들이다. 처음 나왔을 때에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른 뒤 뒤돌아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미워하려야 미워할 수 없는 차들이기도 하다.

2011년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 요즘에 가장 흥미를 끄는 차는 역시 기아 레이다. 개념 자체는 일찌감치 일본 경차와 소형차에서 보편화된 박스카이지만, 국내 경차 규격에 맞춰 만들어진 차로는 처음으로 그런 개념을 본격적으로 담아낸 차다. 또한 국내에 두 번째로 선보이는 좌우 비대칭 차체의 승용차이기도 하다. 동반석 쪽 앞뒤 도어 사이에 B 필러가 없어 스윙 방식의 앞 도어와 슬라이딩 방식의 뒤 도어를 모두 열면 출입구가 크게 열린다. 차의 본질인 달리기 실력은 직접 타봐야 알겠지만, 굳이 잘 달리지 않아도 좋을만한 성격의 차다. 무엇보다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재미있어서 마음에 든다.

이미 국내 시장에도 다양한 차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런 아기자기한 재미를 갖춘 차들이 하나둘씩 늘어가고 있는 것이 무척 반갑다. 꼭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들만을 위해 본질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차들이 아니라도, 다른 방식으로도 자동차에서 재미를 느끼고 애정을 갖게 해 줄 수 있는 색다른 차들이 앞으로도 더 많이 나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