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2년 3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나는 튜닝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튜닝이라는 일, 혹은 튜닝하는 과정이나 튜닝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정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내 차를 튜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튜닝하는 것을 꺼린다는 이야기다. 사실 튜닝은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튜닝을 했을 때 더 좋은 경험을 안겨주는 차들도 있다. 하지만 그런 차를 구입한다 하더라도 나는 어지간해서는 튜닝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여기에서 튜닝이란 차의 성능이나 주행특성과 관련해 변화를 주는 것을 뜻한다.

그동안 깊이 있게 시도한 적은 없어도, 본의 아니게 다른 이에 의해 내 차가 튜닝이 된 적은 있었다. 배경을 설명하자면 복잡하기 때문에 그냥 넘어가더라도, 어쨌든 그 과정에서 튜닝에 대한 인상이 나빠진 것만큼은 분명하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받아들이겠지만, 튜닝은 차를 좀 더 내 입맛에 맞게 손질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 부품이 바뀌거나 추가되기도 하고, 필요 없다고 생각되는 부품을 떼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동안 겪어왔던 튜닝의 과정들은 그리 만족스럽지가 않았다. 

일단 튜닝은 돈이 들기도 하지만 시간을 많이 들여야 한다. 서스펜션 튜닝의 예를 들어보자. 스프링 하나만 바꾸려고 해도 어떤 브랜드의 어떤 제품을 내 차에 달았을 때 내 취향에 가장 잘 맞는 특성을 보여주는 지는 그 제품을 끼워봐야만 알 수 있다. 똑같은 차종이 데모카로 마련되어 작업 전에 특성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면 걱정 없이 한 번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환경을 접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업체의 추천이나 사람들의 평을 바탕으로 제품을 골라 끼웠다고 치자. 막상 끼워놓고 나니 생각하던 그런 특성을 발견할 수 없다면? 똑같은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약간의 결벽증이 있다는 것부터 인정해야겠다. 역시 본의 아니게 분야별로 여러 튜닝 업체들을 다녀봤지만, 마음에 들도록 깔끔하고 정확한 작업을 하는 업체는 정말 보기 드물었다. 작업이 끝난 후에도 뭔가 결과물은 보기에 어설프고 시간이 흐르면 문제가 생겨 다시 업체를 방문해야 하는 일이 생긴다. 나만을 위한 차를 만들기 위한 작업이니 그런 작업은 늘 처음 하는 작업이 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처음부터 면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게 정석이다. 업체나 작업자가 실전과 이론 중 어느 한 쪽이 부족해도 깔끔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내가 튜닝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차의 균형이 흐트러진다는 것이다. 양산차 메이커의 연구진들은 바보가 아니다. 많은 이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차가 내 입맛에 꼭 맞지는 않아도, 나름의 균형을 갖도록 만들어지는 것은 분명하다. 어느 한 구석에 손을 대면 반드시 어딘가 다른 쪽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다. 어느 단계에서 뭔가를 포기하든지 그런 식으로 영향을 받는 부분들을 계속 손질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정말 내가 원했던 방향과 맞으리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 과정 역시 돈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

늘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에게 그런 일련의 과정들에 투자할 시간적 여유란 없다. 그리고 설령 투자할 시간이 생기더라도 그간의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그 과정은 최소한 나에게 있어서는 결코 즐겁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적당한 차를 하나 사서 튜닝을 하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내 입맛에 가깝게 만들어진 차를 사는 쪽이 더 깔끔하고 속편하다. 그런데 이차 저차 타보며 눈높이가 하늘을 찌르게 되고 보니 웬만한 돈 갖고는 입맛에 맞는 차를 찾기가 어렵다. 1년 넘게 뚜벅이 생활을 하면서도 선뜻 차를 사지 못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