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미쓰비시 파제로


[ 오토카 한국판 2012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미쓰비시의 간판 모델 중 하나인 파제로는 본고장인 일본을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호주처럼 여전히 험로가 많은 지역에서는 견고함으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오프로더 수요가 적은 국내에서 크게 빛을 볼 차는 아니지만, 2009년부터 공식 수입되기 시작했다가 수입사 문제로 잠시 공백기를 거친 파제로가 이번에 부분적으로 개선된 2012년형 모델로 국내 판매가 재개되었다.

2012년형 모델에 이루어진 변화의 폭은 넓지 않다. 겉모습에서는 앞 범퍼와 라디에이터 그릴, 보디 컬러로 바뀐 차체 아래 부분 정도이고, 실내에서는 계기판 디자인과 스위치 조명 색깔이 바뀌는 데 그쳤다. 사실 지금 팔리고 있는 4세대 파제로는 2006년에 처음 나왔고, 기본적인 틀은 1999년에 나온 3세대와도 큰 차이가 없다. 기술적으로 오랫동안 정체되어 최신 유행과는 동떨어진 느낌을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실내공간은 넉넉하고 시트는 편안하다. 기본적인 편의장비들도 충실하게 갖춰 놓아 거주성은 우수하다. 값싸 보이는 내장재와 어수선한 스위치 배치가 아쉬울 뿐이다.

최고출력 200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성능을 내는 3.2L 커먼레일 디젤 엔진, 수동 모드가 있는 INVECS-II 5단 자동변속기, 센터 및 리어 디퍼렌셜 잠금 기능이 있는 수퍼 셀렉트 4WD II 파트타임 4륜구동 시스템도 그대로다. 직렬 5기통이나 V6 구성을 쓰는 비슷한 배기량의 다른 SUV용 디젤 엔진들과 달리 파제로의 것은 직렬 4기통이다. 당연히 진동과 소음은 최신 엔진에 비해 큰 편이지만 주행 중에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프레임 방식 보디의 구조적 특성이나 큰 덩치에 비해 스티어링 응답성과 핸들링, 승차감은 안정적이고 가속감은 무난한 편이지만 승용차형 모노코크 보디를 갖춘 소프트로더의 차분함과는 거리가 있다.

그러나 험로 주파능력은 여전히 탁월하다. 주행과 관련된 장치들을 운전자가 일일이 레버와 스위치로 선택하고 해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는 해도, 저속 기어 고정 상태에서 경사로를 내려올 때 속도가 꽤 빠르다는 점을 빼면 웬만한 험로는 거침없이 달릴 수 있다. 오프로더의 기본기에 충실하다는 점이 파제로의 강점이지만, 값에 어울리는 장비와 꾸밈새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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