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토카 한국판 2014년 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세계적 인기를 얻은 자동차 비디오 게임, 그란 투리스모의 최신 버전인 GT6이 출시되었다. 자동차 메이커와 협력을 강화해 등장 차종이 대폭 늘어났고, 새 트랙과 꼼꼼한 환경 재현으로 현실감은 더욱 높아졌다. GT6은 크고 작은 여러 변화들이 어우러져 더욱 몰입하기 좋은 게임이 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자동차 소재의 비디오 게임 중 하나인 그란 투리스모 시리즈의 새 버전, 그란 투리스모(이하 GT) 6의 판매가 시작되었다. GT 시리즈가 명성과 더불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이유는 보통 게임과는 사뭇 다르다. 가벼운 마음과 자세로 대하기에는 게임의 규모도 방대하거니와, 자동차를 이해하지 않으면 좀처럼 재미를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자면 자동차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는 뜻이다. 이 진지하고 까다로운 비디오 게임의 세계에 동화될 정도로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은 전 세계에 널려 있다. 1998년에 처음 나온 뒤로 지금까지 모든 시리즈를 합쳐 7,000만 장이 팔렸다는 기록이 그런 사실을 입증한다. 

덕분에 GT 시리즈 개발회사인 폴리포니 디지털의 야마우치 카즈노리 대표는 게임 업계뿐 아니라 자동차 업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 되었다. 야마우치 대표 본인이 자동차 마니아가 아니었다면 GT 시리즈는 성공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동차의 주행 느낌을 재현하는 것과 자동차 마니아의 생활을 게임으로 풀어내는 것의 균형이 잘 맞았기에 GT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고, 그런 균형을 이루어내는 작업을 이끈 것이 야마우치 대표였기 때문이다. 

물론 GT 시리즈의 성공에서 가능성을 읽은 다른 게임 업체에서도 GT와 비슷한 성격의 게임으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를수록 공세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다. 후발주자들이 GT 시리즈를 따라잡기 위해 많은 공을 들이면서, 게이머들은 더욱 몰입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게임들을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 게임에서도 소비자들은 발전적 경쟁의 혜택을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런 환경이 만들어진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역시 GT 시리즈다.

이전 버전인 GT5가 출시된 지 어느덧 3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오랜 팬들이 한창 신작을 기대하고 있던 중이었다. 언뜻 긴 시간처럼 느껴지지만, GT4에서 GT5로 넘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무려 6년이었다. 그에 비하면 새 버전인 GT6은 비교적 일찌감치 선보인 셈이다. 특히 게임의 방대한 규모를 감안하면 조금 서둘러 나온 느낌까지 들 정도다.

단, GT 시리즈를 실행할 수 있는 하드웨어인 플레이스테이션(PS)의 최신 모델인 PS4의 데뷔와 맞물려 조금 혼란스러운 면은 있다. GT 시리즈의 최신 버전인 GT6은 PS4용이 아닌 PS3용이기 때문이다. PS의 새 모델 출시에 즈음해 GT 시리즈도 새 버전이 나왔던 전례를 생각하면 조금은 낯선 일이다. 따라서 GT6는 PS3이라는 하드웨어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더 풍부해진 차종과 트랙

GT 시리즈의 새 버전이 나올 때마다 팬들의 관심이 가장 집중되는 부분은 새롭게 추가되는 차종과 트랙이다. 전반적인 게임의 흐름은 이미 일찌감치 굳어져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번째 시리즈에는 140여 차종이 등장했지만, 이번에는 무려 1,200종으로 늘어났다. 온라인 기능이 추가된 GT5 이후로는 수시로 차종 업데이트도 이루어지고 있어, 앞으로 등장 차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자동차 메이커와의 협력관계는 더욱 튼튼해져, 갓 데뷔한 7세대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나 BMW의 최신 모델인 M4 쿠페를 실제 차보다 GT6을 통해 먼저 몰아볼 수 있는 색다른 재미도 느껴볼 수 있게 되었다. 콘셉트 카인 토요타 FT-1이나 어큐라 NSX 콘셉트, 일반인이라면 실물을 접하기도 어려운 알파 로메오 TZ3 스트라달레 같은 특별 제작 모델,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출전한 여러 르망 프로토타입과 최신 나스카(NASCAR) 경주차 등이 추가된 것도 반갑다.

또한 GT5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최신 차종과 클래식 모델이 추가되어 즐거움을 더한다. 다만 아직도 포르쉐 차종들을 몰아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국내 브랜드인 현대 차도 비교적 새 모델인 2013년형 제네시스 쿠페가 추가되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여러 자동차 메이커 및 글로벌 브랜드와 협력해 GT6만을 위한 전용 콘셉트 모델을 개발해 게임에서 몰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GT 시리즈에 등장해 유명해지는 모델이 생기면서 여러 자동차 메이커들이 GT 시리즈를 새로운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도 꾸준히 등장 차종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이와 같은 개념의 차로 이미 몇몇 전작에서 나이키 원, 레드불 X2010, GT바이시트로엥 등이 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비전 그란 투리스모’라는 이름 아래 더 다양한 브랜드가 참여해, 완성차 브랜드는 물론 베르토네, 이탈디자인 주지아로, 자가토 등 카로체리아도 참여해 독자적인 GT6 전용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GT6 출시와 함께 공개된 메르세데스-벤츠 AMG 비전 그란 투리스모를 시작으로, 다양한 콘셉트 모델이 앞으로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된다.

새로 추가되거나 새롭게 단장한 트랙들도 눈길을 끈다. 실제 존재하는 영국의 실버스톤과 브랜즈 해치, 미국의 윌로 스프링즈, 스페인의 아스카리, 배서스트 내구 레이스로 유명한 오스트레일리아의 마운트 파노라마 서킷이 가상 세계에 고스란히 재현되었다. 매년 굿우드 페스티벌 오브 스피드가 열리는 굿우드 힐 클라임 코스도 더해져 색다른 재미를 준다. 또한 가상 경기장인 그란 투리스모 아레나가 추가되었고, 시리즈 1편부터 등장했던 오리지널 가상 코스인 애프리코트 힐 레이스웨이는 한층 실제에 가깝게 구현했다.

GT4 이후로 호평을 얻은 사진촬영 모드에서는 스페인 론다 시가지와 세비야 외곽에 있는 헤마솔라 태양열 발전소가 촬영지에 새로 추가되었다. 특히 론다 시에서는 지난해에 GT6 공식 발표 행사가 열리기도 했다. 게임을 진행하는 도중에 나오는 월면차 체험 주행은 엉뚱하지만 깊은 인상을 심어줄 것이 틀림 없다.

친절해진 구성으로 입문자를 붙잡다

게임을 실행하면 처음부터 색다른 느낌이 든다. 간단한 게임 방법 설명과 함께 2011년형 르노 스포르 클리오 R.S.를 몰고 영국 브랜즈 해치 서킷을 달리는 것으로 게임이 시작된다. 기본적인 조작 방법과 차의 움직임을 익힐 수 있는 기초교육인 셈이다.

그러면서도 모는 차와 달리는 서킷은 모두 GT6을 통해 처음 선보이는 것들이다. 처음 GT 시리즈를 접하는 게이머에게는 전반적인 게임의 느낌을 익히고 몰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리고 이미 GT 시리즈에 익숙한 게이머라도, 이 과정을 거치면서 새 버전에서 무엇이 달라졌는지 좀 더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다소 복잡했던 메뉴 구성과 화면에 표시되는 여러 정보도 훨씬 알아보기 쉽고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이벤트에 출전하기 위해 차를 고르고 구입해 관리하는 방법도 이전 버전들보다 훨씬 접근하기 쉬워졌다. 차를 구입하는 메뉴와 튜닝 및 관리하는 메뉴를 적절하게 분리했고, 한 화면에서 주 메뉴 바로 아래 단계 메뉴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다. 구성이 한층 친절해진 셈이다.

게임의 부수적인 요소들이 보강된 것도 색다른 재밋거리 중 하나다. 이제는 게이머의 아바타 역할을 하는 게임 속 드라이버에게 취향에 따라 헬멧과 레이싱 수트를 골라 씌우고 입힐 수 있다. 특히 유명 레이서의 복장을 마련해 게임 속에서 마치 그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의 변화다. 전에는 레이서로서 경력을 쌓아 나가는 GT 모드가 입문자에게 큰 난관이었다. 까다로운 라이선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경주에 출전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GT6에서는 GT 모드가 커리어 모드로 이름을 바꾸면서, 일단 몇 차례 레이스에 출전해 입상 기록을 세우고 나서 종합 시험 격으로 라이선스 시험을 치르는 방식이 되었다. 어느 정도 게임의 감을 익히고 나서 시험을 치르기 때문에 합격하기가 훨씬 수월해진 셈이다.

레이스와 차종마다 다른 별과 포인트를 얻어 혜택을 노리는 것도 승부욕을 부추기는 새로운 요소다. 물론 등장 차종과 트랙, 이벤트가 늘어나면서 전체 게임을 모두 끝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역대 GT 시리즈 중 가장 길어질 것이 분명하다.

컴퓨터 그래픽의 수준은 GT5와 비교하면 충격을 줄 정도로 좋아졌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이미 GT4에서 GT5로 넘어갈 때의 변화가 상당히 컸던 탓일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더욱 실제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여러 변화들을 통해 현실성의 밀도를 높인 것은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타이어 업체인 요코하마, 서스펜션 업체인 KW 오토모티브와 협력해 주행 중 타이어와 서스펜션의 변화를 더 섬세하게 반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게임을 하면서 섬세함의 수준이 높아진 것을 가장 뚜렷하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주변 환경의 처리다. 모든 트랙에 다 반영된 것은 아니지만, 일부 서킷에서는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시간 흐름과 날씨 변화가 함께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존하는 서킷에서는 해의 위치와 높이도 거의 정확하게 재현하고 있고, 비가 내릴 때의 표현도 이전보다 더 실제에 가까워졌다.

지금까지의 GT 시리즈가 그래왔듯, GT6은 시뮬레이터의 느낌을 살린 게임이다. 정말 자동차, 그리고 자동차로 달리는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게임에 흠뻑 젖어들 수밖에 없다. 게임에 담긴 내용을 모두 소화하는 몇 달 또는 몇 년의 시간은 제2의 즐거운 자동차 생활이 될 것이다.

대신 순수하게 게임으로 받아들이고 하려는 사람은 게임을 하는 것이 즐거움보다는 괴로움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그나마 GT6이라는 새 버전에서는 이전 시리즈에서 게이머에게 높은 성벽처럼 느껴졌던 부분을 많이 끌어내린 느낌이다. 조금이라도 자동차 세계에 관심을 갖고 싶어하는 게이머라면, 아마도 GT6은 그 관심과 자동차가 주는 즐거움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도록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