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일보 2014년 2월 4일자에 실린 글입니다. ]

페라리와 람보르기니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포츠카 브랜드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의 차는 흔히 슈퍼카라고 불린다. 평범한 차의 범주를 뛰어넘는 차라는 뜻이다. 빼어난 디자인과 탁월한 성능, 보통 사람은 엄두도 내기 어려운 값을 모두 갖춘 어마어마한 차다. 그런 차를 만드는 두 회사는 사뭇 다른 탄생 배경을 지니고 있다. 페라리는 원래 자동차 경주 선수 출신인 엔초 페라리가 일반인에게 스포츠카를 팔아 경주에 출전할 자금을 마련하려고 만든 회사였다. 창업자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페라리가 여전히 자동차 경주에 열심히 투자하고 있는 이유다. 오랜 열정을 뚜렷하게 읽을 수는 있지만 그다지 감동은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람보르기니의 탄생과 관련해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좀 더 극적이다. 이야기는 이렇다. 성공한 사업가였던 페루치오 람보르기니는 자신이 구매한 페라리 스포츠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엔초 페라리에게 차를 개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강한 엔초가 페루치오의 요청을 무시했다. 이에 분노한 람보르기니가 페라리의 콧대를 꺾겠다며 직접 스포츠카 만들기에 뛰어들기로 작정한 것이 스포츠카 회사 람보르기니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페루치오가 직접 엔초를 찾아가 문전박대를 당했다는 설도 있고, 편지를 보냈더니 답장에 욕설이 가득했다는 설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무시를 당한 데 대한 보복이 새로운 스포츠카 회사 탄생의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처럼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지금까지 알려진 람보르기니 창업 비화가 사실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페루치오는 스포츠카 사업에서 손을 뗀 말년이 되어서야 엔초 페라리를 만났고, 그 전에는 만나기는커녕 연락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페라리와 관련한 이야기는 페루치오가 지어낸 거짓말이라는 것이다. 이미 사업가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던 페루치오가 새롭게 스포츠카 사업을 시작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홍보 차원에서 만든 일종의 신화라는 말이다.

언뜻 믿어지지 않을 수도 있는 이 비화는 람보르기니 창업 당시 핵심 인물이었던 파올로 스탄자니의 입에서 나온 것이어서 신빙성이 아주 높다. 그동안 ‘최고의 스포츠카로 이름난 페라리를 이기겠다’는 신념에 찬사를 보낸 람보르기니 팬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페루치오는 언제나 스포츠카 만들기보다는 사업에서 성공하는 것을 더 중시했다. 불과 10년 만에 스포츠카 만들기에서 손을 뗀 것을 보더라도, ‘페라리 타도’가 그의 진정한 목표가 아니었음을 충분히 침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