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옹 한국판 2014년 6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새 주인과 함께 거듭난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 덕분에 지금처럼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그 뒤를 잇는 우라칸은 새로운 시도를 통해 더 훌륭한 차로 태어났습니다. 서킷에서는 람보르기니 특유의 과격함을, 일반 도로에서는 승용차 부럽지 않은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일상에서 더 오랜 시간 함께 해도 좋을 수퍼 스포츠카가 탄생한 셈이죠.

우여곡절 끝에 아우디라는 새 주인을 만난 람보르기니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많은 오너에게 람보르기니의 개성을 전파하며 즐거움을 안겨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일등공신은 가야르도였습니다. 그래서 람보르기니는 가야르도의 뒤를 잇는 새 모델인 우라칸에 가야르도가 이루지 못한 꿈을 담았습니다. 그 꿈은 더 많은 이가 람보르기니의 매력에 빠져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방법을 통해서 말이죠. 

그 방법이 무엇인지 세상에 알리기 위해, 람보르기니는 세계 여러 나라 기자들을 스페인 아스카리 서킷으로 초청했습니다. 아스카리 서킷은 주말마다 모터스포츠가 열리는 ‘보통’ 서킷이 아닙니다. 굳이 말하자면 레이싱 리조트라고 할까요. 이번 미디어 시승회같은 이벤트도 열지만, 회원제 클럽으로 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원이 되면 자신의 차를 가져오거나 이곳에 맡겨두고 자신이 원할 때 서킷을 달리거나 드라이빙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스카리라는 이름은 포뮬러 원(F1) 태동기인 1952년과 1953년에 세계 챔피언에 오른 알베르토 아스카리를 기리는 뜻에서 지은 것입니다. 그는 이탈리아 출신 드라이버로서 페라리를 몰고 F1 챔피언에 오른 유일한 인물이죠. 서킷 이름의 유래를 생각하면 이곳을 새차의 시승회 장소로 선택한 람보르기니가 조금 짖궂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가 뭐래도 람보르기니가 생각하는 라이벌은 페라리니까요.

10년 만에 새 모습으로 탈바꿈한 ‘베이비 람보르기니’ 우라칸은 디자인부터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쐐기처럼 날카롭다는 점을 빼면 가야르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의 차체에는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육각형 요소가 가득 담겨 있습니다. 윗급 모델인 아벤타도르와 닮은 듯 다른 모습은 예술적이면서도 기능적입니다. 공기역학을 철저하게 고려한 차체 외부는 고속에서도 별다른 장치 없이도 저항은 최소화하고 주행안정성을 높인 것이 특징입니다. 실내도 스포츠카로는 높은 수준의 소재 선택과 마무리가 고급스러움을 자아냅니다. 그리고 완전 디지털 방식인 계기판과 6각형 공기배출구 등 디자인과 기능을 함께 고려한 부분들이 엿보입니다. 특히 계기판은 각종 기능을 표시하는데 내비게이션도 표시할 수 있어 운전자의 집중을 돕습니다. 

한 바퀴 5.425km 길이인 아스카리 서킷은 코스만 놓고 보면 국제 수준의 모터스포츠 대회를 열어도 손색없을 정도입니다. 길고 짧은 직선 구간, 급하고 완만한 코너가 절묘하게 섞여 있어 차의 주행특성을 골고루 느껴보기에 정말 좋은 코스입니다. 람보르기니 최강의 성능을 자랑하는 아벤타도르를 앞세우고 코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마치 레이스카를 몰고 있는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질주가 이어집니다. 가속할 때에는 순식간에 치솟는 엔진회전계 바늘처럼 빨라지는 심장박동을 억누르려 호흡을 조절해야 할 정도입니다. 

탄소섬유 소재로 된 벽을 사이에 두고 탑승공간 뒤에서는 가야르도의 것을 크게 개선한 V10 5.2리터 엔진이 열기를 뿜어냅니다. 요즘 유행하는 다운사이즈 터보가 아닌 자연흡기 방식입니다. 다운사이징이 대세라는 것은 람보르기니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람보르기니는 자신들의 색깔에는 이런 자연흡기 엔진이 더 잘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들이 굳이 이야기하지는 않지만, 높은 출력이라는 결과물만큼 그 결과물을 얻기 위한 과정도 중요시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리고 이 엔진의 유연성은 우라칸의 특성을 뚜렷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기도 합니다. 

코너에서는 4륜구동 시스템이 안심하고 가속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뒷바퀴가 차체를 코너 바깥쪽으로 밀어내려고 하면 차체 앞쪽이 코너 안쪽으로 말려들지 않도록 앞바퀴가 노면을 잡아줍니다. 여느 미드십 엔진 차들과 달리 속도만 잘 맞추면 어떤 코너에서도 안심하고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언제든 넘칠 수 있는 힘을 넘치지 않도록 붙들어주는 역할을 4륜구동 시스템이 하고 있기 때문이죠. 

일반 도로 주행에 맞춘 스트라다 모드로 달리며 코스를 익히고 난 뒤, 좀 더 성능을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스포트 모드로 바꾸고 좀 더 속도를 높여 봅니다. 스티어링 휠은 더 무거워지고 변속은 더 빨라지면서 엔진 소리는 더 자극적으로 다가옵니다. 충분히 달아올라 제 성능을 발휘하는 카본 브레이크 디스크는 조금 전보다 더 늦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정확하게 속도를 줄여 줍니다. 앞서 달리는 아벤타도르의 속도가 더 빨라졌지만 따라잡기에는 무리가 없고, 속도가 빨라진만큼 복잡한 코스의 구간구간이 더 빠르게 다가왔다가 지나갑니다.

그러는 동안 새로운 듀얼클러치 변속기(DCT)의 깔끔한 작동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변속은 눈 깜짝하는 시간도 느리게 느껴질만큼 재빠르면서 충격도 거의 없습니다. 본격적인 서킷 주행에 어울리는 코르사 모드에서는 확실히 과격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래도 운전의 즐거움을 방해할 정도로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달릴수록 운전에 몰입하게 되고, 몰입하는 만큼 강력한 힘을 다루는 즐거움은 커집니다. 낯설던 코스와 차에 익숙해지고 나니 코너를 누비는 사이사이마다 얼굴에 절로 미소가 그려집니다. 한껏 달리고 난 후 차에서 내릴 때가 되어서야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라칸이 스포츠 드라이빙의 참맛을 느끼기에 충분한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몸이 가장 잘 압니다.

아스카리에서 마르베야로 돌아오는 길에서 우라칸은 놀라운 반전을 보여줍니다. 불과 몇 시간 전에 타이어가 아스팔트 위로 녹아내릴 듯 뜨거워질 때까지 한껏 강력함을 과시하던 것과는 달리, 부드럽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얌전하고 다루기 쉬운 차로 변신합니다. 마치 스포티한 승용차를 몰고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정확하지만 무겁지 않은 몸놀림, 차분하지만 메마르지 않은 승차감이 굽이치는 산길을 내려가는 내내 이어집니다. 도심의 정체 속에서도 사소한 발놀림에 앞 차를 위협하듯 튀어나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거칠게 다루면 거칠게, 부드럽게 다루면 부드럽게 받아주는 포용력이 새삼 놀라울 정도입니다.

가야르도가 람보르기니 고유의 색깔을 강조하기 위해 거친 감각을 다듬지 않고 표현했다면, 그 뒤를 잇는 우라칸은 지니고 있는 여러 능력을 때와 장소에 알맞게 표현할 수 있는 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레이싱 수트가 흠뻑 젖을 정도로 서킷에서 달리기에 몰입하고, 평일에는 스마트 캐주얼 차림으로 나서는 출퇴근 길에 오랜 시간을 함께 해도 좋습니다.

오랫동안 람보르기니는 일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거리는 이제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좁아졌습니다. 우라칸의 운전석에 앉는다면, 투우와 마주선 투우사처럼 물레따를 언제 어떻게 휘두를지만 결정하면 됩니다. 당신이 원하는대로 우라칸은 따라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