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3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 모터 매거진 2014년 9월호에 쓴 글의 원본입니다 ]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에서, 터주대감 격인 BMW X3이 페이스리프트했다. 여러 작은 변화를 모아 최신 흐름에 발맞춘 정도여서 달라진 점이 돋보이지는 않는다. BMW 특유의 알찬 주행감각은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종합적인 관점에서는 이전만큼 흡인력이 크지 않다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BMW X3은 매력적인 차였다. 한동안 프리미엄 중형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었던 탓도 있지만, X5만큼이나 BMW 특유의 주행감각이 SUV 스타일에 잘 버무려진 차였다. 알찬 주행감각을 지닌 SUV를 사려는 사람에게는 후보차종 목록 위쪽에 놓기에 충분한 자질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지금은 X3이 처한 상황이 과거와 다르다. 점차 X3이 차지하고 있던 시장을 빼앗으려 달려드는 차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우디 Q5나 포르쉐 마칸 같은 차들은 X3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상품성과 성능을 자랑한다.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성격을 지닌 X3은 그들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X4가 등장하면서 입지가 더 애매해졌다. 그렇다면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BMW는 X3에 어떤 역할을 부여하려고 하는 것일까? 시승을 통해 차근차근 알아보자.

3년 만에 이루어진 페이스리프트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2세대 X3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2011년 2월이었다. 2.0리터 모델이 먼저 들어왔고, 6개월 뒤에 3.0리터 모델이 추가되었으니 페이스리프트 모델은 3년 만에 나온 셈이다. BMW가 마련한 시승차는 최상위 모델인 xDrive30d M 스포츠 패키지. 간단히 말해, 페이스리프트 모델인만큼 혁신적이라 할 정도로 큰 변화는 없다. 여러가지 작은 변화로 최신 흐름에 발맞춘 정도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나오는 BMW 차들을 보면 거의 그렇다. 가지치기 모델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는 탓인지 페이스리프트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그래도 여전히 기술적으로 앞선 부분이 많아 낡은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X 시리즈의 겉모습은 X1에서 X5까지 비슷한 듯 뚜렷하게 갈리는 스타일을 지니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X3은 비교적 보수적인 느낌이었다. 차체를 이루는 선과 면도 다른 모델들에 비하면 직선과 단순한 면을 많이 써 치장을 자제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페이스리프트와 더불어 분위기가 조금 달라졌다. 앞서 나온 신형 X5의 흐름을 이어받아, 좀 더 곡선과 양감을 강조하는 손질이 이루어졌다. 물론 차체 패널은 대부분 그대로 쓰여, 달라진 부분은 얼굴에 집중되어 있다. 헤드램프 형태가 달라지면서 라디에이터 그릴과 이어지는 ‘앞 트임’ 모양이 되었고, M 스포츠 패키지 전용 범퍼는 공기흡입구 모양으로 된 부분이 넓어 고성능 분위기를 낸다.

보도자료에는 M 스포츠 패키지에 19인치 휠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어찌된 일인지 시승차에는 18인치 휠이 끼워져 있다. 실제 크기 차이는 별로 없겠지만 우람한 범퍼 때문에 상대적으로 바퀴가 작아 보이는 느낌이 든다. 옆모습과 뒷모습은 이전과 거의 같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앞 펜더의 방향지시등 자리를 채운 의미 없는 크롬장식이다. 방향지시등이 사이드 미러로 옮겨가면서 빈 자리를 채운 것인데, 비용증가를 줄이려는 이유는 이해가 가지만 조금 성의 없다는 느낌이다.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실내 변화도 눈을 크게 뜨고 들여다보지 않는 한 찾아내기 어렵다. 거의 모든 BMW 차들이 그렇듯, 단순하고 차분한 디자인의 대시보드가 실내를 점잖고 검소한 분위기로 만든다. 센터 페시아의 멀티미디어 스크린 주변과 일부 스위치류에 가는 알루미늄 느낌 장식이 더해지고 아이드라이브 컨트롤러 위쪽이 터치 패널로 바뀐 정도가 눈에 뜨이는 변화다. 

각종 장비는 다루고 조절하기에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잘 배치되어 있다. 물론 스위치류 디자인이 투박한 것은 BMW의 전통이다. 운전석 시트는 몸을 잘 잡아주지만 전반적인 크기가 약간 작은 느낌이다. 대신 앞좌석 공간은 비교적 넉넉한 편이다. 뒷좌석은 무릎 공간의 넉넉함이 크지는 않아도 전혀 답답하지 않다. 반듯하고 높은 적재공간은 제법 길기까지 하고, 4:2:4 비율로 나누어진 뒷좌석 등받이를 모두 접으면 앞좌석 뒤까지 모두 평평해진다.

여전히 알찬 BMW 특유의 주행감각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시승에 나서자마자 느낀 주행감각은 예상했던 그대로다.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이다. BMW는 페이스리프트와 함께 X3에 신형 엔진이 적용되었다고 하는데, xDrive20d 모델에 올라가는 2.0L 엔진의 이야기다. 시승차를 포함한 3.0L 트윈파워 터보 디젤 엔진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만 세부적인 손질을 통해 유로6 배기가스 기준을 충족하게 된 것은 주목할만하다. 수치상 성능도 최고출력 258마력, 최대토크 57.1kg․m으로 이전과 차이가 없다. 다만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시간은 5.9초로 이전보다 0.3초 빨라졌는데, 운전하면서 이전 모델과 뚜렷한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분명한 사실은 예나 지금이나 시원한 주행감각을 맛보려면 3.0L 엔진 모델을 골라야 한다는 것이다. 동급 경쟁 모델도 마찬가지지만, 이 정도 덩치에 2.0L 디젤 엔진이 올라가면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을 정도이지 넉넉한 수준은 아니다. 3.0L 엔진 모델의 장점은 드라이빙 모드를 효율향상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에코 프로로 놓아도 썩 답답하지 않다는 것이다. 운전자 관점에서는 가속이 조금 답답할 수는 있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속도를 붙인다. 액셀러레이터를 깊이 밟으면 컴포트 모드에서도 ‘훅’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침없이 속도를 올리는 이 차는 스포트 모드가 되면 웬만한 고성능 세단 못지 않은 달리기 실력을 뽐낸다.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곧게 뻗은 길에서 가속감이 통쾌하지 않은 것은 엑스드라이브(xDrive) 4륜구동 시스템과 탄탄한 서스펜션의 결합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착각이다. 좁고 급한 와인딩 길에 들어서면 그동안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려 왔는지 금세 느낄 수 있다. 차체의 큰 키와 움직임이 큰 서스펜션 때문에 코너에서 차체가 기울어지는 것을 완전히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SUV라 해도 BMW는 BMW다. 세단과 비교하면 어쩔 수 없이 반응이 조금 무디지만, 그래도 하체는 안정감 있게 노면을 잡고 스티어링 휠을 돌리는 대로 깔끔하게 방향을 돌린다. 온로드 중심의 주행특성을 지향한 동급 다른 모델들과 비교해도, BMW 특유의 정직한 반응을 느낄 수 있는 것이 X3의 개성이고 장점이다. 스포츠 시트처럼 느껴지는 앞좌석과 달리 뒷좌석은 굴곡이 거의 없기 때문에, 차가 잘 달린다고 뒷좌석에 사람을 태운 상태로 신나게 운전하다가는 뒤통수 한 대 얻어맞기 십상이다.

종합적으로 보면 카리스마는 이전같지 않아

8단 자동변속기는 정지 상태에서 출발할 때 1단에서 엔진 회전수를 약간 높게 끌고 가다가 2단에 넘겨주는 스타일이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기계적 요소가 없는 것을 감안한 설정인데, 소리에 예민한 사람은 가속할 때 약간 거슬릴 수도 있다. 물론 2단 이후로는 촘촘한 기어비에 맞춰 변속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변속감도 아주 매끄럽다. 시속 100km에서 8단 기어가 물리면 엔진 회전수는 1,400rpm으로 떨어진다.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엔진 소음은 공회전과 출발 직후 저회전에서 조금 실내로 들어올 뿐, 주행하면 거의 신경을 빼앗지 않는다. 오히려 주행 중에는 거슬릴 정도로 자극적이지는 않아도 스티어링 휠과 시트를 통해 하체에서 올라오는 잔진동이 꾸준히 전달된다. 브레이크 역시 BMW답게 페달을 밟는만큼 고르게 속도를 줄이지만, 균형감에 치중해 약간 힘이 모자라게 느껴지는 세팅인 것은 페이스리프트 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주행 감각만 놓고 보면 약간 거친 느낌이 있기는 해도 여전히 매력적이다. 다만 차의 디자인이나 꾸밈새 같은 부분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보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는 아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선택해도 아쉽지 않을 정도지만, 다음 세대 X3에 앞서 나올 경쟁 모델들을 생각하면 소비자를 화끈하게 사로잡을 정도로 카리스마가 강하게 남아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잠깐 몰아본 X4는 X3보다 좀 더 세련된 주행감각을 지니고 있었다. 

(사진은 보도자료로 실제 시승차와 다를 수 있음)

결국 X3은 트렌드보다는 현실적인 면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위해, 기본에 충실한 베이스 모델 역할을 맡았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동급 다른 차들은 대부분 X3보다는 패션성을 중시하고 있어, 여전히 프리미엄 시장에 이런 개념의 SUV는 X3밖에 없는 셈이다. 여전히 매력적이지만 흡인력이 약해진 X3는 이제 합리적이기 때문에 선택해야하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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