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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토카 2011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

BMW는 ‘궁극의 드라이빙 머신(The Ultimate Driving Machine)’으로서,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Sheer Driving Pleasure)’을 안겨주는 유일한 브랜드임을 자처하고 있다. 어떤 장르의 차를 내놓든지 운전의 즐거움에 있어 타협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브랜드다. 역동성, 박력, 정교함…. 이 모든 단어들 가운데 하나라도 소홀하지 않으려는 그들의 노력은 흔히 말하는 지프형 승용차, 즉 스포츠 유틸리티 비클(SUV)조차도 다양한 활용도(Utility)보다 적극적인 활동(Activity)에 어울리는 차라는 뜻의 SAV라고 이름 붙이는 이유가 된다.

BMW가 중형 SUV 시장에 처음 발을 디딘 모델인 1세대 X3를 떠올려 보면 ‘다이내믹한 주행특성’에 대한 집착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쉽게 느낄 수 있다. 판매량과는 관계없이, 이제 구형이 된 X3는 SUV 특유의 편안하고 넉넉한 느낌을 찾기 어려운 차였다. 단순히 디자인, 실내공간이나 편의장비 구성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옛 X3은 운전석에 앉아 액셀러레이터를 밟고 스티어링 휠을 조작하는 순간부터 올곧은 반응을 보였다. SUV도, 왜건도 아닌, ‘나는 그저 BMW일 뿐’이라는 표현을 온몸으로 내뱉는 차였다. 정교한 반응, 민첩한 핸들링, 시원한 가속감, 탄탄한 승차감. 운전석에 앉는 순간 덩치와 겉모습은 깡그리 잊어버리게 되는,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이 험한 운전에 불평하기 전까지 신나게 승용차처럼 몰아대게 되는, 그런 차가 X3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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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등장한 X3는 어느새 BMW 전체 라인업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옛 BMW의 느낌이 살아있는 차였다. 승용차 라인업은 이미 모조리 새롭게 바뀌었고, 직계라고 할 수 있는 X5가 새 모델로 바뀐 것은 물론이고 전에 없던 아랫급 모델인 X1도 나왔다. BMW의 성격변화가 가장 늦게 반영된 것이 X3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변화가 늦은 만큼 BMW의 정책과 방향성이 가장 확실하게 반영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X3가 가장 뚜렷하게 말하고 있는 BMW의 변화란 어떤 것인가.

먼저 가장 쉽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은 스타일의 변화다. 다른 어느 BMW 차들과도 연관성을 찾기 힘들었던 구형과 달리, 새 X3은 BMW 특유의 강인함을 유지하면서 알찬 양감을 지닌 유연함이 더해진 것이 돋보인다. 농구화에서 러닝화로의 변신이라고나 할까. 특히 옆모습은 윗급 모델인 X5보다는 아랫급 모델인 X1과 더욱 닮아 있다. 비슷한 느낌을 주는 X1이 SUV로서는 낮은 키로 조금은 유약해 보이는 것과 달리, X3은 구형의 둔하고 경직된 이미지에서 벗어나 ‘잘 달릴 것 같은 차’의 느낌이 더 강해졌다. 결코 작지 않은 크기임에도 몸집이 크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은 새 X3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BMW의 최신 스타일 흐름이 잘 반영된 뒷모습과 달리, 구형의 이미지를 어느 정도 이어받은 헤드램프는 여전히 다른 BMW 차들과의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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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시보드로 대변되는 실내 디자인은 보수적인 면과 현대적인 면이 적당히 버무려져 있다.  흐름에 있어서는 대칭 디자인이었던 구형과 달리 높아진 센터 콘솔과 함께 아이드라이브(iDrive)로 주요 장비들이 단순화되어 센터 페시아가 간결해지고 멀티미디어 디스플레이 주변을 운전석 중심의 느낌으로 강조했다. BMW 세단 모델들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비행기 조종간 스타일의 기어 노브와 아이드라이브 컨트롤러가 자아내는 느낌만으로도 높은 시트 포지션은 금세 상쇄되어 버린다. 시트의 모양새나 몸을 잡아주는 느낌에서도 BMW 세단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절묘한 좌석 높이와 각도의 조화 덕분에, 결코 비좁지 않았던 구형보다 더 넉넉해진 뒷좌석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세단이 아님을 실감하게 된다. 밋밋하고 탄탄했던 시트 쿠션도 적당한 굴곡이 더해져 한층 편안해진 느낌이다. 크기에 비해 조금 답답한 느낌이었던 짐 공간도 한층 넉넉해져, 구형 X5와 견줄 수 있을 정도의 공간을 갖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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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먼저 선보이는 xDrive 20d 모델에는 520d 세단을 통해 익숙한 직렬 4기통 2.0리터 184마력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올라간다. BMW 고유의 AWD 구동계인 xDrive와 결합된 변속기는 수동 기능이 있는 8단 자동. 차의 덩치에 비해 배기량이나 출력이 대단히 높은 편은 아니지만, 빠르고 분주하게 변속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가속은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제원표상 38.8kg·m인 최대토크는 1,750rpm부터 2,750rpm까지 고르게 이어지지만, 이미 1,400rpm 부근부터 여유 있는 가속에 필요한 힘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회전수가 낮아도 진동이 적고 충분한 토크가 나오기 때문에 오버드라이브가 들어가 있는 7단이나 8단에서도 가볍게 속도를 붙일 수 있다. 물론 가속은 힘차다는 느낌보다는 세련되고 든든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229.5km 거리를 시승하며 얻은 평균 연비는 13.4km/리터로 차의 크기를 생각하면 매력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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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인상적인 부분은 편안한 주행 느낌이다. 구형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 바로 주행 느낌인데, 구형이 묵직하면서 탄탄한 느낌이었다면 새 X3은 가볍고 부드러운 느낌이 강하다. 엔진은 남아돌지는 않아도 적당히 여유 있게 느껴질 정도의 토크를 내지만, 차의 움직임은 상당히 경쾌하다. 최근의 BMW 차들이 대부분 승차감과 스티어링 감각에 있어 부드러움이 가미되고 있는 경향인데, X3은 유난히 그런 느낌이 두드러진다. 그렇다고 해서 높은 차고를 실감하기 어려울 정도의 민첩한 반응과 직관적인 핸들링 감각까지 퇴색된 것은 아니다. 날카롭기보다는 정직한 쪽에 가까운 핸들링 감각이다. 평상시 뒷바퀴쪽으로 더 많은 토크를 전달하는 AWD 구동계의 특성 역시 X3의 움직임에 생기를 더한다. 구형 X3도 비슷한 세팅이었지만, 이처럼 경쾌하게 표현되지는 않았다. ‘부드러움을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표현하지 않았을 뿐’임을 과시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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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가운데에서도 별종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구형 X3와 달리, 새 X3은 최신 BMW의 기준들을 모두 만족시키고 있다. 과거의 BMW가 익숙했던 사람이라면 모종의 이질감을 느낄 수 있는 주행감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높은 차체와 무거운 AWD 구동계라는 핸디캡을 안고도 BMW 고유의 운동특성을 잘 표현해낸 X3는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새삼 BMW의 능력이 무섭게 느껴진다.

평점: 8.0 / 10

BMW X3의 변화는 신선하다. 새 X3 xDrive20d의 주행감각은 옛 X3의 것과 비교하기 힘든 즐거움을 안겨준다

  • 장점: 넉넉해진 뒷좌석과 짐 공간, 승용차에 가까운 실내 구성과 주행 느낌, 유연한 엔진
  • 단점: 안팎으로 남아 있는 구형 모델 느낌, 살짝 부족한 힘의 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