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5년 4월 5일자에 ‘영화 촬영 후 사라진 람보르기니 미우라, 46년 만에 미스터리 풀리나’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이탈리안 잡(Italian Job)’이라는 영화 제목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이 2003년에 개봉한 액션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금고털이 도둑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에 매력적인 배우들의 연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져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자동차 애호가들에게는 영화에 등장한 미니가 돋보인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BMW가 브랜드를 인수한 뒤 새롭게 개발된 미니는 영화 덕분에 홍보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이 영화는 사실 1969년에 만들어진 원작을 새롭게 각색한 리메이크작이다. 현대적인 감각을 입히고 코믹했던 원작과 달리 진지한 분위기를 입었지만, 소재와 이야기 흐름은 원작의 것을 따랐다. 특히 영화 속 액션의 하이라이트인 미니 추격 장면은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잇는 고리 역할을 톡톡히 했다.

미니가 돋보이기는 했지만, 원작에서 자동차 애호가들의 눈을 즐겁게 한 차들은 또 있었다. 재규어 E-타입, 알파로메오 줄리아 등 그 시절 유명한 차가 여럿 등장해 화면을 장식했다. 특히 영화 시작 부분의 람보르기니 미우라는 인상적인 소품으로 쓰였다. 운전자의 시선으로 촬영된 해당 장면은 마치 영화를 보는 사람이 직접 미우라를 몰고 알프스 산맥의 고갯길을 달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렇게 관객이 영화에 몰입할 무렵, 영화 속 미우라는 캄캄한 터널에 숨어있던 불도저와 충돌해 박살난다. 그리고는 터널 밖으로 꺼내어진 뒤 길 옆의 계곡으로 내동댕이쳐진다.

영화 속 사고 장면에 값비싸고 희귀한 스포츠카가 나올 때에는 대개 겉모습만 비슷하게 만든 가짜 차가 쓰인다. 그러나 이탈리안 잡 원작에는 실제 미우라 두 대가 쓰였다고 한다. 그 가운데 사고 장면에 쓰인 것은 비용 절감을 위해 사고로 부서진 차의 뼈대를 살려 람보르기니가 만든 새 차체를 씌우는 식으로 제작되었다.

그런데 촬영 후 계곡으로 떨어진 사고차는 최근까지 행방이 묘연했다. 제작진이 촬영 다음날에 부서진 차를 끌어내려 촬영지를 찾으니 이미 없어진 뒤였다고 한다. 그 뒤로 사라진 미우라의 미스터리는 인기 영화의 뒷이야기로 영화와 자동차 팬들의 입에 종종 오르내렸다.

지난 3월 말, 영국 일간지 ‘더 메일(The Mail)’ 일요판에는 영화 촬영 후 사라진 미우라로 추정되는 차가 나타났다는 기사가 실렸다. 영국의 두 사업가가 공동소유한 미우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오랫동안 행방을 수소문한 그들은 믿을만한 정보원을 통해 프랑스에서 비밀리에 보관되고 있던 차를 찾을 수 있었고, 철저한 자료대조와 검증 끝에 사라졌던 바로 그 차임을 확신했다고 한다. 신기한 내력을 지닌 이 차의 가치는 100만 파운드(약 16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진품 여부와 관계없이, 이번에 46년 만에 세상에 다시 얼굴을 비춘 람보르기니 미우라는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차인 것만큼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