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2015년 7월 26일자에 ‘시트로엥 SM, 시대를 앞서간 그 이름’이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입니다.]

이탈리아 자동차 브랜드인 마세라티는 지금은 페라리와 함께 피아트 그룹의 고급 고성능차 부문에 속해있다. 그러나 100년 넘는 역사에서 피아트가 소유한 시기는 20년이 조금 넘을뿐이다. 많은 소규모 자동차 회사가 그렇듯 마세라티도 부침이 심했고 주인도 여러 차례 바뀌었다. 그 중에는 특이한 소유주도 있었는데, 흥미로운 것은 그 소유주는 마세라티 덕분에 독특한 명작을 남길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짧은 기간 마세라티를 손에 넣었던 시트로엥이 그 주인공이다.

대중차 브랜드인 시트로엥이 마세라티를 손에 넣은 것은 고성능 엔진이 필요해서였다. 시트로엥은 1955년에 내놓은 DS가 고급차 시장에 안착하자, 여세를 몰아 고성능 모델을 개발할 계획을 세웠다. 공상과학영화 속 우주선을 연상케하는 유선형 디자인으로 화제가 된 DS에는 유기압식 서스펜션을 비롯한 혁신적 기술이 가득 담겨 있었다. 따라서 강력한 엔진만 있다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고급 고성능차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세금 제도는 배기량이 큰 엔진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다. 따라서 판매를 늘리려면 가급적 작은 배기량으로 큰 힘을 내는 엔진이 필요했다. 이를 위해 시트로엥은 고성능 엔진 개발능력이 있던 마세라티와 제휴를 맺었고, 마세라티의 경영난이 심각해지자 아예 인수하기에 이른다. 1968년의 일이었다. 인수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1970년에 첫선을 보인 시트로엥 SM으로 첫 결실을 맺었다. 

SM의 기본 기술은 1950년대에 만들어진 DS에 뿌리를 두었지만 여전히 시대를 앞서 있었다. 야수의 심장이라 할 마세라티의 V6 2.7리터 170마력 엔진은 당시 메르세데스-벤츠, BMW, 재규어 등의 고성능 스포츠카와 견줄 정도의 성능을 이끌어냈다. 시속 220km에 이르는 최고속도는 당시 앞바퀴 굴림 승용차로는 가장 빠른 수준이었다. 특히 혁신적 유기압식 서스펜션에서 비롯된 탁월한 주행특성이 고성능 엔진과 어우러져, 가속, 제동, 핸들링, 승차감 등 거의 모든 면에서 뛰어난 차가 탄생했다. DS의 흐름을 따른 개성 있는 디자인도 화제거리였다.

그러나 석유파동과 경영난이 겹친 시트로엥이 1974년에 파산하고, 시트로엥과 마세라티가 각자 새 주인에게 인수되면서 두 회사의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의 이상적인 합작품이던 SM의 생산도 1만 2,920대를 끝으로 5년 만에 중단되었다. 시트로엥은 SM 생산 중단을 발표하며 “속도에서 태어나 속도와 더불어 죽다(Born from speed and died with speed)”라고 명작의 단명에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