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기대되는 차: 쌍용 Y400

[ 모터 트렌드 한국판 2017년 1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2017년은 쌍용에게 큰 의미가 있는 새 모델이 나오는 해다. 렉스턴을 대신해 SUV 라인업 최상위 모델 자리를 차지할 Y400이 나오기 때문이다. 렉스턴이 데뷔한 것은 지난 2001년이다. 당장 단종되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16년 동안 차체와 뼈대에 큰 변화 없이 명맥을 이어온 렉스턴의 존재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렉스턴의 윗급으로 자리한다는 Y400의 등장은 그래서 더 의미가 크다. 체어맨 W를 내놓으며 이전 모델을 체어맨 H로 이름을 바꾸어 한 차급 아래로 계속 판매한 것처럼, Y400을 윗급으로 내놓고 렉스턴은 ‘중형 SUV 값으로 탈 수 있는 대형 SUV’ 개념으로 팔면서 실질적인 카이런의 후계 모델이 나올 때까지 시장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사실 쌍용은 SUV 전문 브랜드 이미지가 강하지만, 라인업은 빈약하고 불완전하다. 중소형급인 코란도C는 출시 6년째로 접어들었고, 코란도C와 렉스턴 사이의 중형급 모델은 큰 시장 규모에도 자리가 빈 지 오래다. 그 위에 버티고 있는 것이 16년 묵은 렉스턴이다. 측면에서 지원사격하는 코란도 스포츠와 코란도 투리스모도 주류라고 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판매량이 절대적으로 많지도 않다. 심지어 많이 팔리고 있는 티볼리마저 수익성은 그리 좋지 않다. 신선한 모델이 적다는 것은 그만큼 소비자의 관심을 끌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마힌드라 인수 이후 새 모델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 쌍용에게는 그나마 다행이다. Y400이 티볼리에 비하면 대당 이익이 클테니 어느 정도 이상 팔리기만 해도 제 역할은 하는 셈이다. 

Y400이 모노코크 방식 대신 전통적인 보디온프레임 구조를 쓰는 것은 장단점이 있다. 쌍용은 Y400과 플랫폼을 공유할 승용차나 파생 모델을 따로 만들기 어렵다. 따라서 굳이 새로운 모노코크 구조를 개발하기보다 쌍용에게 익숙한 보디온프레임 구조로 만드는 쪽이 시간과 비용 모두 유리하다. 험로를 달리거나 트레일러를 견인할 때에는 더 유리한 구조이기도 하다. 주류 SUV가 대부분 모노코크 구조로 돌아서는 바람에 꾸준한 수요에 대응하기도 좋다. 내수 시장에서 유일한 경쟁자인 기아 모하비 역시 2008년부터 판매되어 신선함이 적다. 결국 국내에서 보디온프레임 대형 SUV 수요에 대응하면서 최신 흐름을 반영한 모델은 당분간 Y400 밖에 없다. 판매대수가 아주 많지는 않더라도, 긍정적인 시장 반응을 이끌어내기에 좋은 기회다.

사실 Y400이 중요한 이유는 내수보다는 수출 규모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서다. 보디온프레임 SUV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세계적 추세지만,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요가 존재한다. 토요타 랜드 크루저, 미츠비시 파제로 같은 차들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다. 특히 쌍용이 해외 시장 마케팅에 힘을 쏟고 티볼리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을 바탕으로 Y400이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완성되어 투입된다면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당장 큰 이익을 내기는 어렵더라도 다른 새 모델이 투입될 때까지 흐름을 바꾸고 이어나갈 계기는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중국차들이 견제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출에 적극적인 몇몇 중국 브랜드가 Y400이 노리고 있는 시장에 먼저 뛰어들어 대결을 기다리고 있다. 하발 H9, 포톤 톱랜더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모두 Y400과 비슷한 크기에 값 대비 풍부한 장비를 갖춘 보디온프레임 방식 SUV다. 물론 쌍용이 그들보다 높은 인지도와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지만, 값에 민감하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지 않은 소비자들에게는 같은 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걱정스러운 것은 엔진이다.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LIV-2 콘셉트카로 양산 전 모델이 공개되었을 때, 쌍용은 Y400에 2.0리터 직접분사 가솔린 터보와 2.2리터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올라간다고 밝힌 바 있다. 엔진 다운사이징 흐름을 따른 것이기는 해도, 차의 쓰임새를 고려하면 동급 차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할 정도의 성능을 그 정도 엔진으로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물론 쌍용은 Y400이 큰 인기를 얻기를 기대할 것이다. 그러나 Y400은 쌍용의 이미지 리더 역할만 충실히 하더라도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모처럼 새로 나오는 최상위 모델인만큼, 위상에 걸맞은 좋은 차로 나와 판매까지 잘 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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