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중국차의 글로벌 역량은 어떨까?

[ 모터트렌드 한국판 2017년 3월호 중국 특집 중 미래차에 관한 전망 부분에 포함된 제 글의 원본입니다. ]

Photo by Bhavit Naik from FreeImages

중국은 아직까지 글로벌 시장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 않다. 그러나 미래 성장 잠재력은 아주 크다. 엄청난 규모의 내수 시장을 통해 다져진 능력과 자본 그리고 해외 기술 흡수와 투자에 적극적인 태도는 머지않아 중국의 능력을 수면 위로 끌어 올리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내수 시장만으로 세계 주요 국가 시장 몇 개를 합친 만큼의 수요를 소화하고 있다. 세계자동차공업협회(OICA)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중국에서 팔린 차는 약 2,460만 대였다. 같은 기간 세계에서 팔린 약 8,970만 대의 27.4퍼센트에 해당하는 숫자다. 지난 몇 년만큼 가파르게 성장하지는 않겠지만, 매킨지, PWC 등 세계적 컨설팅 업체들은 2020년이 되면 한 해에 중국 안에서 팔리는 차가 3,000만 대를 넘어서리라고 예측하고 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내수와 달리, 중국의 자동차 수출 규모는 아직 작은 편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CAAM)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5년 중국이 수출한 자동차는 약 72만 8,200대로, 한 해 동안 생산한 약 2,450만 대의 3퍼센트 정도가 해외로 나갔다. 규모 면에서는 터키와 인도 등 최근 자동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국가들을 밑도는 수준이다. 주요 수출국도 남미와 중동, 동남아시아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이렇듯 글로벌 시장 관점에서 보면 중국차가 미치는 영향은 아직 그리 크지 않다.

아직까지 중국 자동차가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것은 아직 선진 시장에 안착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여러 중국 업체가 미국과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대부분 실패하고 철수하거나 사업규모를 축소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의 칼럼니스트 아담 민터는 여러 시행착오에도 중국차의 미국 진출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를 ‘메이드 인 차이나’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와 복제품으로 인한 이미지 저하, 글로벌 브랜드로서 걸맞지 않은 마케팅 활동 등으로 꼽았다. 또한 인도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 프로페셔널은 중국차 수출 부진 이유를 낮은 품질 경쟁력과 중국의 복잡한 품질 및 인증 관련 시스템에 제조업체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것을 꼽았다. 선진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능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러 중국 자동차 업체가 내수 성장이 둔해지면서 점점 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자동차 관련 규제의 벽이 비교적 낮은 저성장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여러 업체가 중동, 남미, 아프리카에 현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고, 일부 업체는 멕시코와 인도 등에도 공장을 세우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동남아에 진출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중국의 저개발 국가 진출 전략은 과거 일본과 비슷하다. 도로와 산업시설 등 사회간접자본에 투자를 하면서 각국 정부로부터 혜택을 보장받고, 현지 자동차 생산 공장을 함께 지어 수요와 공급을 모두 해결하려는 것이다. 아울러 경쟁력이 낮은 차로도 충분히 수요에 대응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시장이 커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중국 고유 브랜드 성장의 바탕을 다지기 좋은 환경이기도 하다.

그동안 실패를 거듭했던 선진 시장 진출은 정공법과 우회전략을 함께 쓰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해외 진출 실패 경험과 내수 시장 경쟁 심화 등으로 중국 자동차 업체는 지난 몇 년 동안 엄청난 자금을 투자해 기술력을 확보하려 애를 썼고, 몇몇 업체는 품질과 성능, 안전도 면에서 선진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 이에 올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는 광저우 자동차(GAC)가 2018년부터 미국에 승용차와 SUV를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볼보를 인수한 지리는 지난해 중국에서 생산한 볼보의 미국 수출을 시작한 데 이어, 새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를 출범하며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차를 만들어 선진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고 있는 패러데이 퓨처와 러에코는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과 전기차를 만들 예정이고, 다수의 중국 자동차 업체가 미국에 연구소를 세우고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하거나 인수하는 등의 형태로 선진 시장에 대응하고 있다.

친환경차 분야에서도 중국 정부의 다양한 지원책을 등에 업고 빠르게 성장해 왔다. 이미 2015년에 BYD의 전기차 판매 실적은 테슬라를 넘어섰고, 중국 정부가 만든 로드맵에 따라 2020년 친환경차 500만 대 생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여러 업체가 개발과 생산능력을 갖추려 애쓰고 있다. 내연기관 차 시대에는 후발주자로서 빠른 시간 내에 경쟁력을 갖추기 어려웠지만, 전기차 분야에서는 격차가 크지 않으므로 집중해서 투자하고 생산능력을 갖추면 주요 선발 업체들을 잘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반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중국은 경제성장이 늦게 시작되어 빠르게 진행된 덕분에, 영상매체 시장에서 비디오 카세트와 비디오 CD 시대는 거의 건너뛰고 곧바로 DVD 시대를 맞았다고 한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짧은 시간 폭발적 성장을 하면서 내연기관 차 시대에서 금세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시대로 넘어갈 수 있다. 물론 중국 경제성장의 지속성, 미국과의 마찰이 트럼프 정권에서 펼쳐질 형태 등 변수는 얼마든지 있다. 그럼에도 안에서 이미 규모의 경제를 탄탄하게 갖춘 중국이 주도면밀하게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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