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7월 2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환경부는 6월 29일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번 개정령안은 자동차 업계가 특히 주목하고 있다. 중소형 경유차 배출허용기준 및 시험법 개정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 핵심은 차량 총 중량 3.5톤 미만인 경유차(디젤차)의 배출가스 시험 및 측정 방식을 지금의 NEDC에서 WLTP로 바꾸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가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WLTP를 중심으로 배출가스 시험 및 측정 방식과 기준을 살펴본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인증받아 판매하려면 반드시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배출가스 허용기준은 연료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휘발유차는 미국 기준을, 디젤차는 유럽 기준을 따르고 있다. 이는 각 기준이 비교적 엄격하기도 하지만, 무역마찰을 피하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해당 유종을 쓰는 차를 수출하기 위한 기반 기술 마련을 도우려는 목적도 있다. 특히 국가 또는 지역간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으면서 자동차와 관련해서 상대국 기준을 따르게 된 것도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는 한-EU FTA에 따라 디젤차 배출가스 허용기준과 시험방법을 유럽과 같게 정하고 있다. 그런데 EU가 2017년 9월부터 새로운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방법을 적용하면서 우리나라도 달라진 측정방법을 함께 쓰게 된 것이다. 즉 디젤차 배출가스 측정에 유럽에서 새롭게 정한 국제표준시험방법인 WLTP를 도입하고, 그와 함께 이전까지 측정하지 않았던 실도로 조건의 입자개수 배출허용기준을 새로 정했다. 

WLTP는 국제연합 유럽경제위원회(UN-ECE) 중심으로 제정된 시험방법으로, 승용차 및 소형화물차에 대한 국제 표준 인증 시험절차다. WLTP는 이전 인증 모드에 한국, 미국, 일본, 유럽, 인도에서 차량 주행 데이터 및 국가별 교통량을 고려한 가중계수를 적용해 실제 도로 주행 여건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유럽에서 배출가스 시험에 써온 주행모드 대신 WLTP가 쓰이게 되었고, 유럽에서는 2016년 이후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번 개정에 따라 이전까지는 디젤차 인증 때 ECE-15 및 EUDC 모드로 측정해 기준을 충족하면 되었지만, 앞으로는 이전 기준은 물론 새로운 WLTP 방식으로 측정했을 때에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또한, 2019년 9월까지 RDE-LDV라는 실제 도로 주행 측정방법을 추가해, 모든 경우에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즉 이전에는 유럽 기준 주행 사이클에 맞춰 실험실에서 측정한 배출가스를 기준으로 허용기준 초과 여부를 확인했지만, 앞으로는 실험실은 물론 실제 도로주행 측정방식으로 측정한 배출가스도 허용기준 이내여야 인증 및 판매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또한, 2014년 1월 1일 이후 인증을 받은 차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지금 판매되고 있는 디젤차도 2018년 9월까지는 WLTP 방법, 2019년 9월까지는 RDE-LDV 방법을 통해 배출가스를 측정했을 때 허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입자상 물질 허용기준은 0.0045g/km 이하, 입자개수는 6×1011#/km 이하로, 이는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유로 6 기준에 준하는 수치다(다만 유로 6 기준에서는 입자상 물질 허용기준이 0.005g/km 이하로 정해져 있다).

이번 개정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현재 인증을 받아 판매되고 있는 차도 새로운 방법으로 측정한 배출가스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판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측정방법이 이전보다 배출가스가 더 많은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전 기준을 충족하더라도 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 시장을 목표로 강화된 기준을 충족하는 차를 일찌감치 개발해온 업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개발 여력이 부족한 업체들에게는 이번 개정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실적으로 법규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장논리나 형평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자동차 배출가스 저감이라는 과제는 예외 없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시기적으로 다소 이르다고는 해도, 이미 제도변화가 예고되었다면 서둘러 준비를 했어야 맞다. 소비자를 볼모로 대기환경 개선이라는 근본 취지를 희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당장 시행은 되지만 법규에는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유 기간도 주어져 있으므로, 업계가 적극적 노력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내놓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