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 전기차 성공을 위해 필요한 것은?

[ 2017년 7월 23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7월 9일, 테슬라 CEO 일런 머스크가 트위터에 모델 3 양산차 사진을 올려 화제가 되었다. 모델 3은 모델 S, 모델 X에 이은 테슬라의 세 번째 양산차로, 테슬라는 기본값 3만 5,000달러(약 3,920만 원)에 주행거리가 300km를 넘는다고 밝히고 있다.

비교적 현실적인 값과 주행거리를 갖는 모델 3은 테슬라에게 매우 중요한 차다. 지금까지 나온 다른 테슬라 차들과 달리 대량 생산 및 판매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인 기가팩토리를 세운 이유도 모델 3에 들어갈 배터리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전 세계에서 이루어진 사전 주문예약은 지금까지 40만 대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는 충전에 10시간 이상 걸리는 전기차에도 구매보조금을 지급하도록 관련 규정 개정안이 행정예고되었다. 현재 국내 판매 중인 테슬라 모델 S 90D는 완속충전(7kW) 기준으로 완전 충전에 10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관련 규정이 개정되면 다른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구매 보조금이 지급된다. 앞으로 들어올 모델 3 역시 배터리 충전 전력량에 관계없이 구매 보조금 적용 대상이 되기 때문에, 각종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서도 테슬라 전기차 판매가 크게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 뿐 아니라 다른 업체들도 전기차 판매 증가를 기대하고 있다. 쉐보레도 올해 수입 판매한 볼트 EV 400대에 이어 내년에는 6,000대까지 판매물량을 확보할 계획이다. 가장 다양한 모델 구성을 갖고 있는 현대기아차나 새로운 전기차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는 르노삼성 등도 판매 모델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을 키워 나가고 있다. 이와 같은 전기차 보급 확대는 세계적 흐름이기도 하고, 우리나라도 정부 차원에서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는 2022년까지 전기차를 35만 대 보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6월 말 현재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가 1만5,869대이고, 올해 들어 등록된 전기차 수(5,014대)는 2016년까지 등록된 대수의 절반에 이를 정도로 전기차 판매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정부 목표를 채우기에는 여전히 전기차 증가 속도는 더디다. 앞으로 5년 남짓한 기간 동안 전기차가 매년 6만8,000대씩 판매되어야 정부 목표를 채울 수 있다.

그러나 국내 판매되는 전기차는 대부분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 지원에 의존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소비자의 친환경차 구매를 도와 대기오염을 개선하겠다는 것이 보조금 지원의 목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친환경차 보급을 늘리려는 목적과는 반대로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보조금이 지급되므로 정해진 대수 이상은 지원금이 지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최대 1,400만 원에 이르는 보조금 혜택을 받지 않으면 가격경쟁력이 낮기 때문에, 실제로 판매되는 전기차 대수는 보조금 지원대상으로 지자체마다 정해진 대수를 크게 넘어서지 못한다. 앞으로 들어올 테슬라 모델 3도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실 구매가가 2,000만 원대로 떨어질 수 있지만, 보조금 신청 시기를 놓치거나 정해진 지원대수 범위를 넘어서면 4,000만 원대인 원래 가격을 그대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다른 브랜드 전기차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원래 보조금 지급 목적이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 소비자의 구매를 돕는 것인 만큼, 전기차가 시중에 어느 정도 보급되고 나면 보조금 규모나 대당 지급 금액이 줄어들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그 이후에는 전기차 값이 내연기관 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져 가격경쟁력을 갖추지 않으면 판매가 크게 늘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러나 당분간은 그도 쉽지 않아 보인다. 전기차의 핵심 구성요소인 배터리가 차 값을 좌우하는데, 배터리 가격 하락 속도가 지금까지처럼 빠르게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 앤 컴퍼니(McKinsey & Company)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가 보조금 없이도 내연기관 차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시기를 배터리팩 가격이 100달러/kWh 선으로 떨어지는 2025년에서 2030년 사이로 내다봤다. 테슬라 CEO 일런 머스크는 기가팩토리 가동과 모델 3 생산이 본격화되면 2020년에 그와 같은 수준으로 배터리팩 값을 낮출 수 있으리라고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꾸준히 생산능력에 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고, 다른 업체들은 그보다 조건이 더 좋지 않다.

결국 전기차 보급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자체의 경쟁력 확보에 달려 있다. 배터리라는 중요한 요소의 가격을 낮추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다른 요소에서 비용을 줄이면서 상품성은 유지해야 한다. 자동차 업체들에게는 쉽지 않은 도전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들은 그나마 값이 비싸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대중차 브랜드는 배터리값 부담을 고스란히 져야 한다. 앞으로 다가올 전기차 시대에 대중차 브랜드의 생존 여부는 합리적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현실적 배터리 기술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 모델 3으로 대중적 전기차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테슬라가 일찌감치 기가팩토리에 투자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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