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당장의 수익과 미래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 2017년 9월 4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매월 초에는 여러 자동차 업체가 전달 실적을 발표한다. 매달 살펴보고 있지만 이달에는 최근 불거지고 있는 여러 이슈 때문에 현대차의 실적에 눈길이 갔다.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의 8월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퍼센트 줄어들었다. 국내 판매는 29.6퍼센트나 늘어났지만 해외 판매가 10.8퍼센트 줄어들며 전체 판매 실적을 끌어내렸다. 같은 그룹 소속인 기아차가 작년 8월보다 해외 판매는 0.8퍼센트 줄었지만 국내 판매는 9.7퍼센트 늘어나 전체 실적이 1퍼센트 성장한 것과 대조적이다.

현대의 늘어난 국내 실적도 실속은 없다. 지난해 8월에는 생산 차질로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던 기저효과 때문에 크게 늘어났다고는 하지만, 올해에도 부분 파업 영향으로 핵심 차종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현대가 8월에 국내에 판매한 차는 모두 5만 4,560대로, 그 중 승용차는 4만 9,679대(제네시스 브랜드 및 소형 상용차 포함)다. 승용차 기준으로 보면 8월 판매는 7월보다 12.3퍼센트 줄었고, 올해 영업일수가 가장 짧았던 2월보다도 적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올해 들어 국내 모델별 판매 1위를 꾸준히 이어온 그랜저가 9개월 만에 판매량이 1만 대 아래로 떨어졌다. 최신 모델인 그랜저 IG 기준으로는 3월 1만 3,306대를 정점으로 월간 판매량이 조금씩 줄어드는 흐름이었지만, 8월 들어 크게 줄어든 것이다. 현대차는 노조 파업에 따른 공급 차질을 원인으로 꼽고 있는데, 생산된 모든 물량이 곧바로 판매로 이어지거나 전면 파업으로 장기간 생산이 중단된 것은 아니라는 점은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랜저 판매가 줄어든 대신 코나는 판매가 늘어, 데뷔 두 달여 만에 국내 소형 CUV 모델별 판매 1위를 차지했다. 오랜 시간 해당 시장 판매 1위였던 쌍용 티볼리를 제쳤다는 의미는 있지만, 판매량 차이는 43대에 불과하다. 티볼리 판매는 이전 달보다 6.5퍼센트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월 4,000대를 넘기고 있다.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아반떼의 판매 급감이다. 8월에 팔린 아반떼는 4,779대로, 올해 들어 아반떼 판매가 월 5,000대를 넘기지 못한 것은 8월이 처음이다. 아반떼는 대부분 월 7,000대 이상 팔렸고, 상대적으로 실적이 저조했던 1월과 6월에도 각각 5,000대를 조금 넘기거나 6,500대를 살짝 밑도는 정도였다. 그밖에도 장기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포터 판매도 6,550대로 올해 처음으로 7,000대 선을 넘지 못했다. 

이렇다 보니 전체 시장점유율에서는 여전히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소형 상용차를 제외한 승용차 시장에서는 근소한 차이로 기아에게 1위 자리를 내어주는 현상이 빚어졌다. 현대 실적에서 포터와 그랜드 스타렉스를 빼면 3만 5,468대, 기아 실적에서 봉고3을 빼면 3만 6,081대가 된다. 기아는 월 1,000대 이상 팔리는 모델이 전체 승용 라인업의 절반을 넘는데 비해, 현대는 세단과 SUV 주력 차종과 전기차 보조금 혜택의 덕을 보고 있는 아이오닉을 제외하면 상당수 모델은 월 판매가 1,000대를 밑돌고 있다. 특정 모델 편중 현상이 심하다는 뜻이다.

현대는 8월 실적을 발표하며 ‘무리한 양적 성장에 집중하기 보다는 수익성 개선을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는 해외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의 한계도 의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는 오래 전부터 위기를 강조하며 비상 경영을 이야기해 왔다. 그러나 이는 현대뿐 아니라 세계 모든 자동차 업계가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어느 정도 경제 성장이 이루어진 나라에서는 자동차 시장의 양적 팽창은 이제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지만 판매는 양극화되고 있고, 프리미엄 브랜드는 꾸준히 성장하지만 대중차 브랜드는 상대적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가 ‘수익성 개선’을 언급하는 것은 제네시스 브랜드의 확장에 힘을 기울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 브랜드는 기존 모델 라인업을 유지하거나 변형 모델을 추가하는 정도가 되겠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는 이번에 출시한 G70을 비롯해 새로운 차종이 꾸준히 더해질 예정이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제네시스 브랜드의 새 모델들은 현대 브랜드 차들보다 대당 수익이 더 클 터이니, 현대 브랜드는 현상유지를 하더라도 제네시스 판매를 늘리면 전체 수익은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현대의 판매는 꾸준히 줄고 있지만 제네시스 브랜드는 단 두 모델만으로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의 실적만 보더라도 점유율과는 별개로 구매여력이 작은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가 고급 모델에 판매가 집중되고, 저가 소형 모델 판매는 다른 브랜드에게 시장을 내어주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도, 저가 소형 모델 판매는 신규 소비자층을 브랜드로 유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흐름대로라면 현대라는 브랜드로 소비자를 끌어올 역할을 할 모델이 점점 약해지게 된다. 이는 장래 소비자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대에게는 소비자를 포용할 수 있는 모델 구성을 갖춤으로써 미래를 대비하는, 좀 더 큰 그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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