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교통사고 예방, 교통 시스템 개선도 뒷받침되어야

[ 2017년 9월 1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최근 고속도로 버스 사고가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해 7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입구에서 일어난 연쇄 추돌사고를 비롯해, 올해 들어서도 5월에 영동고속도로 둔내터널 인근, 7월에 경부고속도로 양재 IC 부근에서 고속버스와 광역급행버스가 각각 앞서 가던 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있었다. 지난 9월 2일에도 논산천안고속도로에서 고속버스가 정체로 서행하던 앞차를 들이받으면서 잇따라 다른 차들까지 부딪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두 명이 목숨을 잃고 여러 명이 다쳤다. 경찰은 이번 사고도 앞서 일어난 다른 버스 사고와 비슷하게 운전자의 졸음운전이 1차 원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사고들은 사회적으로 충격을 안겨 주었다.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되면서 큰 덩치의 버스가 마치 앞서 가던 차를 집어 삼킬 듯 덮치는 듯한 모습과 종이장처럼 찌그러지는 피해차의 모습은 보는 이가 공포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차를 타고 달리는 도로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는 ‘언젠가 내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와 같은 대형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원인분석과 대책 마련 및 실행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공론화되고 있는 사고 대책을 보면 1차적 문제 해결에 집중되어 있다는 인상을 준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대형차 사고 예방을 위해 법규를 손질하고 있다. 그동안 추진되고 있던 버스와 트럭의 첨단 안전운전 지원 기능(ADAS) 설치 의무화와 운전기사 의무 휴식시간 보장 및 연속 운전 제한 등이 대표적 예다. 지난해 있었던 사고 이후 교통안전법과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등이 개정되어 어느 정도 보완이 이루어지기는 했지만, 실제 실행과 관련한 부분에는 여전히 빈틈이 남아 있다. 

다른 사항들도 중요하지만, 자동차와 관련한 부분에 초점을 맞춰 보더라도 보완된 내용은 현실적인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개정된 교통안전법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올해 1월 9일부터 길이 11m 초과 승합자동차(버스)와 차량총중량 20톤 초과 화물 및 특수자동차(트럭 등 상용차)에는 차로이탈 경고장치(LDWS)와 비상자동제동장치(AEB) 설치가 의무화되었고, 내년 1월 9일부터는 모든 버스와 트럭 등 상용차에 해당 장치를 반드시 달아야 한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항은 새로 형식승인을 받는 차에 적용되는 것이어서 이미 등록되어 운행하고 있는 차까지 의무적으로 달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정부에서는 이미 운행하고 있는 버스나 트럭에 안전운전 지원 장치를 달 경우 지원금을 주기로 했지만 실제 달 수 있는 장비와 차종에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전방추돌 경고(FCW) 기능이나 LDWS 등 일부 장치는 특별한 개조작업 없이 달 수 있는 제품이 나와 있다. 그러나 AEB처럼 제동에 개입하거나 회피 조향 지원(ESA) 등 조향에 능동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장치들은 주행 제어 시스템과 연계되어야 하므로 이미 출고된 차에는 설치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차령제한 대상인 운수사업용 버스가 완전히 ADAS 기능이 추가된 새 모델로 대체되는 9~11년의 기간 동안에는 적지 않은 수의 버스가 안전장비의 도움을 받지 않은 채 운행하게 된다.

물론 어느 차나 마찬가지이지만, ADAS 기능이 모든 조건에서 항상 완벽하게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즉 자동차 자체의 기능 개선과 안전장비 추가만으로는 사고 예방 및 피해 감소 효과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전반적인 교통 시스템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일어난 대형 버스 추돌사고가 대부분 앞차가 속도를 크게 줄인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한 탓에 일어났다. 기본적으로는 운전자가 졸음운전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버스 운행환경이 중요하므로, 법규에서 운전자 의무 휴식과 연속 운전시간 제한 관련 내용을 분명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관계당국은 실제 버스 운전자와 사업자가 의무를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버스 노선과 투입 대수, 배차간격 등 여러 요소가 개입되면 현실적으로 법규를 지키기 어렵거나 다른 관련 법규의 영향으로 의무사항을 빠져나갈 수 있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운전기사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사항을 종합적 관점에서 손질해야 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고가 일어난 여러 지점처럼 정체 구간이 곳곳에 생긴다는 것은 고속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속도로는 사고와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정체가 생기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이미 지역별 개발 불균형이나 도시의 거대화가 이루어진 상황에서 완벽한 교통량 처리는 불가능하겠지만, 도로망을 포함해 도로 체계의 재정비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사회적으로 충격을 줄 정도의 큰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언론에서 곧잘 쓰는 표현으로 ‘예고된 인재’가 있다. 그러나 대형 사고일수록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관련 기관과 단체들은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지 좀 더 깊이 있게 파고들어 확인하는 한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복합적 요소를 고루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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