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무거워 보이는 제네시스 G70의 어깨

[ 2017년 9월 17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어쩌다 보니 거의 매주 현대기아차 관련 이야기를 쓰고 있다. 이름만 언급되어도 광고하는 것 아니냐고 발끈하는 독자도 있지만, 국내 최대 자동차 기업집단으로서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만큼 뉴스거리를 가장 많이 쏟아내는 것도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저널리스트 입장에서는 설령 싫다고 해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대한 중립적인 시각에서 편견 없이 이야기하려 애쓸 뿐이다.

지난주 가장 화제가 된 뉴스 중 하나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새 모델 G70을 공식 발표한 것이다. 성능이나 주행과 관련된 부분들은 차를 몰아보기 전에는 알 수 없고, 품질과 관련된 부분들은 시간이 흘러야 알 수 있으니, 발표회 현장에서 직접 차를 보기는 했어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많지 않다.

다만 나름 신경 써서 차를 만들었다는 느낌은 든다. 새 차이니 당연한 일이다. 차만 놓고 봤을 때,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만큼은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나 프리미엄 대접을 받고 싶은 다른 브랜드 차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차라는 제품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역시 브랜드다. 차를 포함해 더 넓은 관점에서 G70을 생각하니 오만 생각이 다 든다.

G70은 앞서 나온 윗급 제네시스 차들과는 배경은 물론 성격이나 역할도 다르다. 기본적으로 윗급보다 훨씬 더 많이 팔아야 하는 차다. 윗급 차들보다 대당 이익이 적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윗급 모델보다 젊은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소비자들이 대중차 브랜드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옮겨갈 때 제3의 선택지 역할을 할 차이기도 하다.

현대가 G70을 이야기하면서 틈틈이 BMW 3 시리즈나 메르세데스-벤츠 C 클래스를 들먹이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일단 제네시스 브랜드에 발을 들여놓고 시간이 지나면서 윗급 모델로 옮겨가게 하는 브랜드의 관문인 역할이다. 많은 프리미엄 브랜드가 비슷한 전략으로 라인업을 꾸리고 있으니 그 역시 정석을 따른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온전히 생산자 또는 공급자 관점에서의 이야기다. 과연 소비자는 현대의 의도를 그대로 따라갈까?

현실은 조금 다르다. 마케터들은 사람들이 돈을 쓰게 할 방법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면 삶이 뭔가 좀 더 나아지는 것 같고, 마음의 빈 곳을 채울 수 있을 것처럼 포장하는 데 열을 올린다. 때로는 마케터들이 만들어낸 장미빛 허상이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파는 쪽에서는 소비가 미덕임을 한껏 강조하고, 사는 쪽에서는 ‘있어 보이기’ 위한 지출도 거침없이 하던 시기에는 그랬다. 경제가 성장하고 경제 규모가 커지던 때의 이야기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어느 샌가 매스티지라는 말이 쏙 들어갔다. 잠깐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욜로(YOLO)라는 말도 쉽게 설득력을 잃었다. 현실성을 잃은 탓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현실을 살아가고 현실적인 물건을 산다. 아무리 그럴싸한 포장으로 유혹해도 살짝 고달픈 현실을 잊을 수 있을 정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가 아니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이제는 열 지갑은 있어도 그 속에 돈은 없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생필품일수록 그렇다. 경제 성장은 둔화되고, 성장의 열매는 대부분 소수에게 집중된다. 그 결과, 많은 사람에게 실제 쓸 수 있는 돈은 점점 더 줄어든다. 

자동차는 생필품인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돈을 쓰지 않는 시대에서 쓰려야 쓸 돈이 없는 시대에, 그나마 돈 쓸 여력이 있는 사람들을 노리고 차를 만들 수 있는 회사는 형편이 나은 거다. 대중차 브랜드가 고전하고 프리미엄 브랜드가 득세하는 것은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자본주의 국가에서 대부분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렇다고 잘 나가는 브랜드들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지구는 둥글고, 세계는 유한하다. 부의 편중이 심해지면 프리미엄 브랜드도 규모를 키우기는 어려워진다. 팔 수 있는 차의 수가 줄어들면 한 대 팔아서 남기는 금액이라도 키워야 한다는 것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제네시스가 처한 현실도 그렇다. 대중차 브랜드가 가진 성장과 수익성의 한계가 제네시스 브랜드 탄생의 배경이다. 그만큼 앞으로 제네시스는 현대의 밥줄로서 점점 더 어깨가 무거워질 것이다. 그러나 아직 이익을 내기보다는 안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점점 더 좋은 차를 내놓고 있기는 하지만, 좋은 제품이 소비자에게 인정받아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지고 그런 이미지가 탄탄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이제야 독립 브랜드로 틀을 잡아 나가고 있는데, 제대로 자리를 잡으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국내에서는 그렇다 쳐도 다른 시장에서는 어떨까. 그래서 특히 G70의 어깨가 무거운데, 과연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까. 최소한 부의 양극화와 고령화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 만큼은 만만치 않은 과제가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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