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 10월 15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주 자동차 업계에 가장 큰 충격을 안긴 이슈는 이른바 고베제강 사태였다. 일본 제3의 제강업체인 고베제강 계열사에서 품질검사 결과를 조작한 제품을 거래처에 납품한 것이 확인된 것이다. 고베제강은 처음에 문제가 된 제품을 사간 회사가 200여 곳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500여 곳에 이른다고 다시 발표했다. 특히 자동차 회사에 납품한 제품도 적지 않아, 새로운 자동차 관련 대규모 품질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품업체가 품질기준에 못 미치는 소재를 사용해 생산한 부품이나 모듈이 완성차 업체에 납품되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동차에 쓰이는 2만~3만여 개 부품 중 상당수는 다른 부품과 유기적으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전반적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토요타, 닛산, 혼다, 마즈다, 미쓰비시, 현대, 기아 등이 생산한 일부 자동차와 일본 주요 업체가 생산한 모터사이클 일부에 고베제강 제품이 쓰였다. 부품이 납품되었다고 알려진 업체 중 다임러(메르세데스-벤츠 등)와 PSA 그룹(푸조, 시트로엥 등)은 문제가 된 제품을 공급받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고베제강의 거래처에는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자동차용 부품 및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도 포함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 생산에 직접 쓰이는 부품 외에도 부품생산에 필요한 소재로 쓰이는 제품에서도 조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따라서 부정 부품이 쓰인 범위를 정확하게 확인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시간이 더 걸릴 듯하다.
최근 들어 드러난 이슈 때문에 일본 기업과 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일본 기업이 관료주의와 경직된 조직문화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관점을 달리하면 이는 자동차 업계 또는 산업 전반이 안고 있는 문제와 한계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라고도 할 수 있다.
2년 전에 폭스바겐 그룹의 부정행위 시인으로부터 시작한 디젤게이트는 독일과 유럽 자동차 업계 전반을 뒤흔들며 아직도 진행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디젤게이트와 관련해 정부와 자동차 업계가 타협을 하고 있다는 의심도 사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큰 파급효과를 고려해, 업계가 전기차로의 전환을 서두르도록 하는 대신 정부가 업계에 디젤게이트에 관한 압박의 강도를 낮춤으로써 산업기반에 가해지는 타격을 줄이는 것은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 고베제강 사태의 근본 원인은 제강업계의 경쟁심화에 따른 경영압박에 있지만, 자동차 업계가 중요한 거래처라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가 겪는 압박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준 것도 사실이다.

제조업 전반이 그렇듯 자동차 업계 역시 비용은 줄이고 수익성은 높이는 것이 생존의 절대 과제가 되면서, 기업들은 당장의 숫자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안팎에서 겪는 부담은 점점 커지고, 압박이 한계에 이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터진 여러 사건의 원인을 보아도 그렇다. 빠르게 높아지는 환경과 안전, 연비 관련 제도와 경쟁의 벽을 놓고 자동차 업체 또는 부품 업체들이 기술과 비용을 타협할 수 있는 한계에 부딪쳐서 생긴 문제가 대부분이다. 디젤게이트, 타카타 에어백 파문, 미쓰비시 연비조작 파문 등이 대표적 예다.
잇따라 터지고 있는 여러 문제의 피해는 결국 소비자의 몫이다. 이쯤 되면 ‘어느 회사 자동차를 믿고 살 수 있겠는가’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문제의 근본 원인이 경쟁의 심화에 있다고 한다면, 성장해 온 자동차 산업이 성장해 온 바탕인 규모 키우기도 한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경영 관련 문제가 생길 때마다 업계에서는 한결같이 ‘근본적 체질 개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인수합병과 구조조정, 비용절감 등 형식적 해결책만 반복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은 생산에서 판매,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산업 생태계가 전통적 개념의 자동차에 특화되어 있다. 그리고 그와 같은 생태계가 워낙 폭넓고 뿌리 깊게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둘러싼 환경은 전기 구동계로의 전환과 자동차 이용 행태의 변화 등 자동차라는 존재 자체의 의미가 달라질 만큼 급변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은 이제는 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산업 생태계 전체가 과거의 틀을 벗어버리지 않는 한, 성장은 물론 생존조차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