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동차의 지향점 보여주는 도쿄 모터쇼

[ 2017년 10월 29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금 일본에서는 도쿄 모터쇼가 한창이다. 1954년 처음 열렸고 올해 45회를 맞는 도쿄 모터쇼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걸쳐 세계의 주목을 받을 정도로 화려하고 큰 규모를 자랑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자동차 소비 감소, 금융위기와 동일본 대지진 등의 여파로 위축되는 한편 자동차 시장이 급성장한 중국에서 개최되는 모터쇼로 세계인의 관심이 옮겨갔다. 그 결과 지금은 규모도 축소되고 콘셉트카나 새차 발표도 일본 업체를 빼면 거의 없다.

그러나 여전히 도쿄 모터쇼는 일본 최대 규모의 자동차 관련 행사이면서 세계에서 중국과 미국 다음으로 많은 차가 팔리는 시장을 대표하는 모터쇼다. 글로벌 시장보다는 내수 시장 중심의 분위기이기는 해도,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현재와 미래를 읽기에는 좋은 기회다. 직접 현장을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업체들이 발표한 자료를 중심으로 이번 모터쇼의 흐름을 살펴봤다.

이번 모터쇼에 눈길을 끈 것 중 하나는 인공지능(AI) 기술을 강조한 콘셉트카들이다. 토요타는 세 종류의 콘셉트아이(愛i) 시리즈를 내놓았다. 일본에서 ‘아이’로 읽히는 한자 ‘애(愛)’를 응용해 이름을 지은 것으로, 토요타는 콘셉트 아이 시리즈가 사람에게 사랑받는 미래의 애차(愛車)상을 표현한다고 한다. 혼다가 선보인 스포츠 EV 콘셉트는 혼다의 AI 기술을 활용한 ‘혼다 자동화 네트워크 도우미(Honda Automated Network Assistant)’를 통해 자동차가 사람과 하나가 된 듯한 주행 경험을 주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닛산은 IMx 콘셉트카에 고유의 자율주행 기술인 프로파일럿이 완벽하게 구현된 것을 가정해 내놓았다.

사실 이와 같은 콘셉트카를 통해 제시한 여러 기능을 요소 단위로 보면 다른 자동차 업체들이 강조하는 자율주행과 네트워크 연결성(커넥티비티) 강화, 사용자 중심의 맞춤 기능 제공과 거의 비슷하다. 그러나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앞세워 사람과 차 사이의 커뮤니케이션과 조화를 강조하며 미래 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려는 의도가 좀 더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토요타의 콘셉트아이 시리즈 중에는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성을 고려한 도시형 이동수단 개념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다. 일본 업체들이 오래 전부터 폭넓게 내놓고 있는 이른바 복지차량의 개념도 일반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발전하리라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으로는 혼다의 전략 변화를 포함해 여러 일본 업체가 전동화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차들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토요타와 더불어 연료전지차(FCEV) 개발에 힘을 쏟아온 혼다는 이번 모터쇼에서는 순수전기차(EV)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세계 최초로 공개한 스포츠 EV 콘셉트는 대중적 스포츠카 개념을 담은 전기차이면서 앞서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선보인 어번 EV 콘셉트와 함께 혼다의 새로운 EV 전용 플랫폼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새로운 플랫폼 개발은 양산을 전제로 한 것인 만큼 머지않아 혼다 엠블럼을 단 EV가 나온다는 의미가 있다.

그밖에 다른 업체들도 다양한 양산 및 콘셉트 전기차를 선보였다. 리프로 전기차 시장에서 오랫동안 비중 있는 자리를 차지해온 닛산은 신형 리프와 더불어 고성능 버전인 리프 니스모를 IMx 콘셉트카와 함께 내놓아 입지 굳히기에 나섰다. 스즈키는 정통 4WD SUV인 짐니의 미래형에 해당하는 이서바이버(e-Survivor)를 제안했고, 미쓰비시는 이볼루션(e-Volution)이라는 이름의 콘셉트카를 통해 랜서 에볼루션을 통해 얻은 고성능 이미지를 전동 SUV에 투영했다. 반면 토요타는 자율주행 기술을 담은 세단 개념의 파인컴포트 라이드 콘셉트카와 올림픽에 대비해 도쿄 시에 공급하는 시내버스 소라를 전시하며 FCEV 개발 의지를 뚜렷이 했다. 

경차와 소형차도 콘셉트카와 새차가 많았다. 다이하츠는 새로운 아키텍처인 DNGA로 만든 일련의 차들을 선보였는데, 일반적인 상자형 경차에서 경상용차, 소형 쿠페, SUV 스타일 크로스오버와 6인승 미니밴 등 다양한 장르로 일본 경차 규격에서 소형차까지 아우를 수 있는 확장성을 보여주었다. 스즈키 역시 SUV 스타일 크로스오버카로 인기를 얻은 허슬러를 키운 엑스비와 여행용 캐리어를 모티브 삼은 디자인의 스페이시아를 무대에 올렸다. 이들 모델은 일본 내수용 경차에서는 안심할 수 있는 견고함과 강인한 이미지가 유행의 폭을 넓혀가고 있으며, 경차 시장에서 검증된 개념과 디자인을 소형차에 반영해 내수는 물론 글로벌 소형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더욱 키우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내수 위축과 글로벌 경쟁 심화라는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우리나라와 일본 자동차 업계가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번 도쿄 모터쇼에 일본 업체들이 내놓은 차들을 보면 제품을 통해 위기에 대응하는 방법은 차이가 커 보인다. 모터쇼에 나온 차와 그들이 보여주는 특징은 앞서 이야기한 것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최소한 사용자와의 친밀감을 높이는 자동차라는 개념, 적극적인 전동화, 폭넓은 소비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한 제품이라는 점은 모두 국내 업체들의 제품에서 보기 어려운 것만큼은 틀림없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배경과 환경이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소비자가 근본적으로 원하는 것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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