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 트렌드 한국판 2017년 12월호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자동차 업체를 비롯해, 대다수 기업이 미래에 관해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다. 주로 환경 보호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려 쓰이기는 해도,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것은 근본적으로는 급변하는 경제와 경영 환경에도 살아남는 회사가 되겠다는 ‘생존’ 의지의 표현이다. 특히 지금의 자동차 업계는 자동차의 개념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볼보도 마찬가지다. 최근 볼보의 행보에서 엿볼 수 있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지향점은 크게 전동화, 새로운 모빌리티 개념, 자율주행으로 정리할 수 있다. 지향점만 놓고 본다면 대다수 자동차 업체가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이어서 신선하지는 않다. 

그러나 볼보는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자산이 지속가능성을 뒷받침한다. 그것은 바로 뿌리 깊은 안전과 친환경 철학이다. 안전과 친환경 철학은 보수적 이미지로 작용해 볼보 성장의 발목을 잡았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 자동차 환경에서 더없이 중요한 가치다. 그동안 규모와 수익에 치중해온 자동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지만, 이미 철학으로 몸에 배어 있는 볼보는 누구보다도 자신 있게 내세울 수 있는 영역이다. 볼보가 꾸준히 앞선 모습을 보여준 자율주행 기술도 안전철학의 연장선에 있는 만큼 믿음직하다.

게다가 양적 성장에 집착하지 않고 작은 몸집을 유지한 것은 오히려 앞으로 다가올 자동차의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바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과거 자동차 산업이 많이 팔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과 달리, 공유경제와 지능형 교통체계를 통해 달라질 미래 자동차 환경에서는 볼보처럼 작은 규모라도 알찬 수익을 내는 회사가 유리할 수 있다. 볼보는 이미 플랫폼과 파워트레인의 유연성을 극대화한 덕분에 수요에 부응하는 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폭넓게 내놓을 준비가 되어 있다. 양적인 부분은 모기업인 지리가 맡고 있는 만큼, 볼보가 져야할 부담이 적은 것도 긍정적이다.

간단히 말해, 볼보가 지닌 장점은 환경 측면과 생존 측면 모두에서 지속가능성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체질과 제품 모두 건강한 자동차 브랜드로 살아남는 것. 그것이 최근 볼보가 보여준 일련의 움직임에서 내가 읽은 볼보의 큰 그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