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월 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12월 26일에 자동차산업 보고서인 ‘2018년 자동차산업 전망’을 내놓았다. KAMA는 보고서에서 2018년 내수 판매를 2017년과 비슷한 수준인 182만 대로 전망했다. 극내 경제성장과 실업률 개선, 노후차 교체 잠재수요, 신차 출시 등 긍정적 요소와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경유 승용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대응에 따른 가격 상승,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 정책 기저효과, 유가 인상 등 부정적 요소를 고려한 수치다.
이는 2015년 및 2016년보다 줄어든 것으로, 국내 시장이 정체기를 지나 축소될 가능성이 높음을 보여준다. 특히 보고서에서는 국산차는 2017년보다 1.9퍼센트 줄어든 153만 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한 반면 수입차는 11.5퍼센트 늘어난 29만 대가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즉 국산차의 판매 감소분을 수입차가 메우는 식으로 시장 규모가 유지되리라는 계산이고, 국내 시장에서 수입차의 비중과 중요도가 그만큼 커진다는 뜻이다.

몇 차례 금융위기 시기를 빼면 국내에서 수입차 판매는 꾸준히 늘어왔다. 다만 2016년과 올해에는 성장세가 주춤했다. 이른바 디젤게이트로 폭스바겐과 아우디가 판매를 거의 중단하다시피 했고, 그밖에도 인증서류 조작파문으로 닛산, BMW, 포르쉐 일부 모델의 인증이 취소되는 등 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줄 사건들이 있었다. 그러나 앞서 KAMA의 보고서에서도 다루었듯, 2018년에는 수입차 판매가 디젤게이트 이전 수준을 회복하거나 그보다 규모가 커지리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KAMA의 예측에 비하면 조금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역시 수입차의 시장 규모가 커지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KAIDA가 예측한 2018년 수입차 시장 규모는 올해보다 약 9퍼센트 커진 25만 6,000여 대다. 역대 최다 판매를 기록한 2015년의 24만 3,900여 대보다 5퍼센트 정도 늘어난 수치다.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판매 중단에도 전체 수입차 판매 감소가 심하지 않았던 데다가, 판매 중단 이전에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던 두 브랜드가 새해에 판매를 재개하면 시장 규모가 큰 폭으로 커지리라는 전망이다. 이와 같은 전망을 보면 수입차 시장 확대의 열쇠를 두 브랜드가 쥐고 있다는 견해에 힘이 실려 있는 모양새다.

큰 틀에서는 국산차는 하락세, 수입차는 상승세를 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산차의 경우 2018년에 출시 예정인 새 모델 가운데 시장 파급력이 큰 것은 많지 않다. 현대 싼타페, 기아 K3 등의 새 모델과 픽업트럭인 쌍용 Q200 정도가 각각 월 수 천 대 단위로 전체 판매량에 보탬이 되겠지만, 출시 후 시간이 흐른 나머지 모델은 판매 증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모델은 단종이 예정되어 있다. 자연스럽게 고전을 예측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상대적으로 여러 브랜드가 새 모델을 출시할 예정인 수입차는 전체 브랜드 포트폴리오가 넓어지는 것은 물론 규모에 비해 단종을 앞둔 모델도 적다. 성장의 밑바탕은 잘 깔려 있는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전망은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다. 시장에는 늘 크고 작은 변수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적으로 보아도 자동차 시장이 어느 정도 규모를 이루고 발전한 나라에서는 자동차 판매가 줄어드는 추세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악화된 시장 여건 속에서 어떻게든 판매를 늘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그런 가운데에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자신에게 주어진 선택권을 어떻게 활용하느냐다. 자동차가 한두푼하는 물건이 아닌 만큼, 꼼꼼하게 재고 따진 다음에 구매하는 것이 옳다. 재고 따지는 데에는 기준이 필요한데, 그 가운데 업체의 신뢰성과 도덕성도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그런 기준은 국내 브랜드와 외국 브랜드에 공평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관점을 바꾸어 이야기하면, 자동차 업체들은 지금 같은 여건에서 가장 먼저 신경써야할 것이 소비자의 믿음과 마음을 얻는 것이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자동차 산업 집단인 현대자동차 그룹이 소비자를 대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산업 집단 중 하나인 폭스바겐 그룹이 디젤게이트를 대응하는 태도는 어떠한가. 그런 것들을 소비자들이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둘 때 소비자가 제품을 사면서 제 대접을 받을 수 있다.
한계가 뚜렷한 시장에서 앞으로 더 치열하게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업체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래야 업체들이 소비자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대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정체를 예고한 2018년 자동차산업 전망이 소비자에게 가르쳐주는 중요한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