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구조조정, 피해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길

[ 2018년 2월 20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설 연휴를 앞둔 2월 13일. 한국지엠은 보도자료를 통해 군산공장 생산중단 및 공장폐쇄 결정 사실을 발표했다. 여러 면에서 민감한 시기에 기습적으로 이루어진 이번 발표로 당장 해당 공장 및 협력업체의 고용문제와 군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지엠은 이번 결정에 관해 최근 3년간 약 20퍼센트에 머물렀고 꾸준히 낮아지고 있는 군산공장 가동률을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했고, 그와 더불어 지난 몇 년 동안 크게 늘어난 적자에 따라 사업 구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이번 발표에 앞서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지난 연말부터 여러 차례 우리나라를 방문해 정부, 한국지엠의 주요 주주 중 하나인 산업은행 등 정관계 인사들은 물론 노조 관계자들과도 접촉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지금까지 오간 논의를 바탕으로 내린 첫 단계 조치이고, 앞으로 진행되는 상황에 따라 조만간 이루어질 글로벌 신차 생산 배정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결정하겠다는 것이 GM의 입장인 셈이다. 한국지엠의 경영행위는 본사의 결정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으므로, 한국지엠의 판단과 결정은 곧 GM 본사의 뜻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관점에서 보면 이번 GM의 발표와 결정은 상당히 불쾌할 수밖에 없다. 표면적으로는 군산공장의 낮은 가동률과 한국지엠의 누적적자가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는 GM의 글로벌 시장 및 제품정책 혼선과 부실경영에서 비롯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강성 노조와 높은 임금구조 등 이번 발표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은 원인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것이고 분명 해결해야할 과제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근본 원인은 GM 본사의 글로벌 경영 실패라고 할 수 있다. GM은 경영난으로 2009년 파산보호를 신청한 이후 새로운 조직으로 재편하고 이른바 ‘내실을 다지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부실을 줄이려 애를 썼는데, 그 중 하나로 미국 내 부실을 밖으로 돌리는 방법을 활용했다는 심증이 짙다. 

한국지엠의 적자금액이 눈덩이처럼 커질 무렵부터 불거진 이전가격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것도 그렇고, 오펠 회생을 이유로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에서 10여 년 만에 철수시켜놓고 관련 비용을 전가하는 등 한국지엠을 내부 부실을 떨어내는 수단처럼 활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게다가 살리겠다던 오펠마저 결국 PSA에 매각하는 등 글로벌 차원에서 관리와 정책에 중대한 실패를 이어온 것도 지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면서도 이번 결정처럼 책임의 상당 부분을 한국지엠에 떠넘기면서 우리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을 요구하는 태도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GM 한국 시장 완전 철수설’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만드는 빌미를 만드는 꼴이다. 

중요한 쟁점은 ‘GM이 과연 우리나라에서 사업을 지속할 것인가’ 여부다. 앞서 칼럼에서 몇 차례 이야기한 대로 한국지엠은 국내 시장에서 당분간 획기적으로 시장에서 입지를 끌어올릴 수 없고, 그런 상황은 이번 군산공장 폐쇄 결정으로 한층 더 확실해졌다. 그럼에도 GM의 글로벌 네트워크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짧은 시일 내에 우리나라에서 완전히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GM이 지금 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 자동차 공유 서비스 사업 등이 몇 년 내에 충분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사정은 달라질 수도 있다. 생존을 위해서는 어떻게든 또 다시 부실을 털어내야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다시금 한국지엠을 그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GM으로서는 상황이 어찌 되든 우리나라에서 별로 잃을 것이 없다. 오히려 현재 미국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포함한 자동차 무역 압박에 활용하기에 좋은 카드를 손에 쥐게 된 셈이기도 하다.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더라도 이번 한국지엠 구조조정이 국내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피할 수 없다. 정치적 유불리를 저울질하다가 제대로 문제를 봉합하지 못하고 나중에 곪아 터지는 결과로 이어진 사례는 IMF 이후 여러 차례 보아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기인 만큼 좋지 않은 선례가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업체가 외국 업체에 매각된 여러 사례를 충분히 검토해, 가급적 정부와 산업은행 등 정관계에서 국내 고용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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