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메랑 되어 돌아오는 국내 상용차 업체의 시장 독점

[ 2018년 4월 18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4월 10일, 볼보트럭코리아는 새 모델인 FE 시리즈의 국내 판매를 시작했다. FE 시리즈는 볼보트럭이 기존 FL 시리즈 카고에 이어 국내에 들여온 두 번째 중형 및 준대형 트럭이다. 5톤급과 9.5톤급 두 종류로 나오는 이 트럭은 국내 시장에서 앞서 선보인 메르세데스-벤츠 아록스, 만 TGM, 이베코 유로카고 등 수입 트럭은 물론 현대 메가트럭, 타타대우 노부스/프리마의 판매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뛰어난 상품성과 신뢰성으로 일찌감치 시장몫을 키운 대형 트럭에 이어 중형 및 준대형 트럭 시장에서도 수입차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에서 트럭을 생산하는 현대와 타타대우의 입지를 꾸준히 위협하고 있다.

특히 오랫동안 현대와 타타대우가 시장을 양분했던 중형 카고 시장도 수입차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수입 중형 트럭이 국내에 본격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으로, 공세의 포문을 연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 아테고였다. 이후 유로5 배출가스 기준 적용, 한‧EU FTA 등을 계기로 여러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판매가 빠르게 늘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5퍼센트를 밑돌았던 중형 카고 시장 점유율은 수입차 업체의 적극 진출로 2016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8.2퍼센트로 10퍼센트 선에 가까워지고 있다. 

수입차 업체들이 최근 들어 국내에 내놓는 중형 트럭을 보면 처음부터 국내 시장 특성을 고려한 전략적으로 상품기획을 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번에 국내에 출시한 볼보 FE 시리즈는 중형 및 준대형급으로 출시되지만 섀시는 대형 트럭의 설계를 이어받은 것이 특징이다. 다임러트럭코리아가 판매하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 아록스도 원래 유럽에서 덤프트럭 등 건설용으로 쓰이는 것을 고려해 섀시를 견고하게 만든 모델이다. 일반적인 적재정량보다 많고 무거운 짐을 싣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 국내 화물운송 환경을 고려해 일부러 내구성 높은 제품을 들여오고 있는 것이다.

또한, 수입차 특성상 국내 기반 업체보다 서비스 네트워크의 수가 부족하다는 약점은 있지만, 여러 업체가 국산차 대비 높은 연비와 뛰어난 내구성 등을 바탕으로 총 운영비용이 낮아 비싼 값을 상쇄할 수 있음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운용 시간과 비용이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입 트럭의 장점은 특히 장거리 운송이 주력사업인 업체에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입차 공세가 직접 영향을 준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지난 3월 말 현대자동차의 국내 상용차 생산 거점인 전주공장에서 중형트럭 생산라인 가동이 일시 중단되었다. 표면적으로는 재고 관리 차원에서 생산량을 조절하기 위한 것이지만, 사실상 판매감소에 따른 재고 증가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서 집계한 2017년 5개 회사(다임러트럭, 볼보트럭, 만트럭버스, 스카니아, 이베코)가 수입한 상용차 판매량은 건설기계로 분류되는 덤프트럭을 제외하면 모두 4,464대에 이른다. 또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발표한 2017년 판매등록통계 자료에서 전체 트럭 등록 18만 2,156대 중 소형 14만 2,567대를 제외하면 중형 및 대형 트럭은 2만 1,937대가 등록되었다. 수입사가 판매한 트럭을 모두 중형 및 대형으로 가정하면, 동급 시장에서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은 20.3퍼센트에 이른다.

아울러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수입 트럭의 2017년 시장 점유율은 2016년보다 트랙터에서 1.5퍼센트, 8톤 이상 대형 카고 트럭에서 3.9퍼센트, 4.5톤~8톤 중형 카고 트럭에서 4.1퍼센트 늘었다. 2017년 기준으로 수입차의 트랙터 시장 점유율은 75퍼센트를 넘어섰고, 대형 카고 시장에서의 점유율도 처음으로 25퍼센트 선을 넘어 26.4퍼센트를 차지했다. 전체적으로 상용차 판매가 정체상태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수입 트럭의 점유율 증가는 곧 국산 트럭의 판매 감소를 뜻한다.

수입 트럭이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국산 트럭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주는 영향도 크다. 오랫동안 거의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던 탓에, 국내 기반 업체들의 제품 개발과 서비스 품질에서 큰 발전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런 가운데 긴 역사와 탄탄한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규모의 업체들이 들여온 경쟁력 높은 제품들을 향해 소비자의 지갑이 열리고 있다. 시장 독점의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유럽 계열 트럭 업체들만 국내 기반 업체에게 위협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주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EV 트렌드 코리아 2018에는 중국업체인 BYD가 전시장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중국 최대의 전기차 생산업체로 자리를 잡은 BYD는 이번 행사에 다양한 버스와 상용차를 전시했다. 특히 전시한 모든 차들이 전기차였다는 점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값은 일반 내연기관 상용차보다 비싸겠지만, 특수한 운용환경에서는 전기 상용차가 더 효율적으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나름의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품질과 내구성에 대한 검증 과정을 거쳐야겠지만, 국내 기반 업체가 유럽 업체와 중국 업체 사이에서 샌드위치처럼 위협받을 때가 멀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작지 않은 국내 상용차 시장에서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국내 기반 상용차 업체의 분발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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