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회사 경영자의 이익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 2018년 6월 5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지난 5월 마지막날. 전북 군산에 있는 한국지엠 군산공장이 운영을 중단했다. 이미 2월에 제네럴 모터스(GM)가 폐쇄를 발표한 바 있고, 그 전부터 생산라인 가동은 수시로 일시 중단되고 있었다.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대우자동차 시절인 1994년에 첫 삽을 떠 1996년 말부터 완성차 생산을 시작, 1997년에 완공되었다. 차체와 엔진은 물론 주요 내장재 생산까지 이루어지는 대규모 공장에, 바로 옆에는 수출전용부두까지 갖추고 있었다. 입지부터 시설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삼성자동차(지금의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더불어 당시 국내 완성차 생산 공장 중에서 가장 새롭고 앞선 곳이었다. 물론 당시 대우자동차가 거느린 공장 중에서도 가장 새롭고 현대적 생산시설을 갖췄다.

20여 년 전 군산공장의 첫 생산 모델이던 누비라가 출시될 즈음, 대우자동차는 김포국제공항에서 군산공항까지 기자, 온라인 자동차 동호회원 등을 태운 전세기를 띄웠다. 새차와 새 공장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큰 만큼 적극적으로 알리려는 의도였다. 전세기와 버스를 타고 갓 지어진 공장과 그 공장에서 생산된 누비라를 둘러본 많은 사람 가운데에는 필자도 있었다. 당시에도, 지금도 군산공장이 돌아가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에 중요한 순간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대우자동차는 공중분해되었고, 우여곡절 끝에 GM이라는 새 주인을 맞았다. GM이 인수한 뒤에도 한동안 군산공장의 입지는 탄탄했다. 오히려 대우자동차의 근거지라 할 부평공장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보는 시각이 컸다. 세월이 흐르고 상황은 역전되었다. 불과 몇 년 사이의 실적이 공장 폐쇄의 근거가 되었다. 그렇게 GM은 대우자동차가 남긴 가장 젊은 유산을 역사 속으로 묻어버렸다. 

군산공장을 일터로 살아온 사람들 중 상당수는 갈 곳 없는 신세가 되었다. 직접 혹은 간접 고용되어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생활을 뒷받침하던 또 다른 군산의 수많은 사람들은 당장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지경이다. 그러나 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된 원인을 만든 사람들, 실패한 경영의 책임을 지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영업이익률이 낮은 해외사업을 정리하며 본사 수익을 높인 덕분에, 메리 배라 GM 본사 회장 겸 CEO의 연봉은 지난해 약 2,200만 달러(약 236억 원)로 3년 사이에 37퍼센트 이상 올랐다.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자. 5월에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되었던 일 중 하나는 현대자동차그룹(이하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추진이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그룹의 알짜 기업인 현대모비스(이하 모비스)를 분할해 핵심사업 부문인 모듈 및 애프터 서비스 사업을 현대글로비스(이하 글로비스)에 넘겨주고 남은 모비스를 지주회사화한다는 것이 기본 뼈대다. 현대차그룹은 그간 추진했던 사항이 ‘자동차 사업 부문별 전문성을 강화해 본연의 경쟁력과 기업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순환출자 등 국내 규제를 모두 해소하는 최적의 안’이었다고 주장한다. 결과적으로는 논란 끝에 당초 현대차그룹이 계획한 대로 개편작업이 마무리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 손질을 하든,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빠른 시일 내에 진행될 것이 틀림없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인 순환출자 개편은 그동안 국내 재벌 또는 대기업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되었던 총수의 변칙적 그룹 지배구조를 정상적인 방향으로 개선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편법적인 지배구조를 합법적인 것으로 바꾸겠다는 것 뿐, 실질적 속내는 정몽구 회장에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잡음이 생길 여지를 줄이겠다는 의도다. 게다가 모비스가 핵심 사업부문을 글로비스에 넘길 경우 모비스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합병비율이 총수 일가가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글로비스에 유리하게 짜여 있어, 지배구조 개편이 모비스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고 모비스와 글로비스의 분할 및 합병이 무산되기까지의 흐름을 보면, 현대차그룹은 계획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불거질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논란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해명과 주주의 손해가 예상되는 부분들에 대한 대책도 어느 정도 세워 놓고 함께 발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대책은 설득력이 부족했고, 미흡한 대책으로 인한 반발의 크기를 간과했다. 엘리엇과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나서지 않았다면, 지분비율이 높은 국민연금이 개편안에 반대하지 않았다면 원안대로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었을 수도 있다. 그렇게 되었다면 모비스 소액주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손해를 감수해야 했을 것이다.

전혀 성격이 달라 보이는 두 가지 이슈에도 공통점은 있다. 기업 경영에서 특정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다른 구성원을 소외시키고 손해를 감수하게 만드는 것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일본 마쓰시타전기 창업주인 마쓰시타 고노스케 회장이 한 “사원이 행복하지 않은데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겠는가”는 말, 중국 고전 ‘사기’에 나오는 요 임금의 “천하가 손해를 보면서 한 사람을 이롭게 할 수는 없다”는 말 속에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다. 소비자도 마찬가지이듯, 노동자와 주주도 엄연한 기업의 구성원이다. 이익이라는 결과물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그 이익이 누구의 손에서 나오며 누가 만들어 나가는지 잊지 않는 것이 바람직한 경영자의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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