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모터쇼는 중요하고 필요하다

[ 2018년 6월 11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6월 7일 언론공개일(프레스데이)을 시작으로 2018 부산국제모터쇼(이하 부산모터쇼)의 막이 열렸다. 9회째를 맞는 부산모터쇼는 처음 열린 이후 늘 정체성에 관한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항상 서울모터쇼와 비교되며 적은 참가업체 수, 최초공개 모델의 빈약함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기 일쑤였다. 자동차 산업과 시장의 부침이 전시 규모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전 세계 어느 모터쇼나 마찬가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모터쇼보다 부산모터쇼가 침체기에 더 큰 어려움을 겪었다. 

꼭 부산모터쇼가 아니더라도, 자동차 기술의 중심이 IT쪽으로 옮겨지기 시작하면서 모터쇼 전반을 바라보는 시각도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 적어도 모터쇼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언론 매체의 태도 측면에서는 그렇다. 전통적으로 큰 규모를 자랑하던 모터쇼가 규모를 줄이고, 많은 자동차 업체가 모터쇼 대신 가전박람회나 전자전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이제 세계적 흐름이 된 것은 사실이다. 물론 그와 같은 흐름에는 자동차의 개념이 달라지는 과정에서 시장을 이끌고 소비자를 붙잡으려는 자동차 업체의 의도가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 언론의 모터쇼 관련 보도 내용은 여전히 관람객보다는 주최측과 참가업체의 관점에서 다룬 것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번에 찾은 부산모터쇼에서 전에 열린 국내 모터쇼와 조금 다른 느낌이 든 이유는 언론공개일과 뚜렷하게 다른 일반공개일의 현장 모습이었다. 저널리스트 자격으로 모터쇼를 방문하면 대개 언론공개일 행사에서 참가업체별 공식 행사에 참석하는 데 시간 대부분을 보내기 마련이다. 필요할 때에는 일반공개일에 다시 현장을 둘러보기도 하지만, 그럴 때에도 현장 분위기의 차이는 예상할 수 있는 수준에 머물 때가 많았다. 많은 업체가 서로 경쟁적으로 공간을 차지하고 떠들썩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언론공개일이라고 다를 것 없다. 넘쳐나는 취재진이 공식 행사가 열리는 이곳저곳을 옮겨다닐 때마다 서로 어깨가 부딪칠 정도로 관심과 취재열기가 뜨겁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부산모터쇼는 분위기가 크게 달랐다.

이번 부산모터쇼는 과거와 비교하면 참가한 완성차 업체와 브랜드가 이전보다 줄어, 제1전시장과 제2전시장을 모두 쓸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전시장 안에 빈 공간이 많았다. 이른바 메이저 업체들만 들어선 제1전시장 한복판은 몇 개 브랜드가 들어가도 좋을 정도로 넓은 곳을 관람객 경품으로 마련된 차들과 카페테리아가 있는 휴게공간이 차지하고 있었다. 브랜드 전시관 사이의 통로도 꽤 넓었다. 그만큼 순수 전시 면적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나아가 취재를 위해 현장을 찾은 기자 수가 과거보다 늘면 늘었지 줄어들 이유가 없었을 텐데도, 언론공개일의 전시장 내부는 이동하기에 불편함을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여유가 있었다. 역대 부산모터쇼 언론공개일에서 전혀 경험할 수 없었을 정도로 생소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다음날 부산모터쇼 개막식이 끝난 뒤 찾은 벡스코는 전날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딴판이었다. 현충일을 낀 징검다리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고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기는 했지만, 평일인데도 전시장을 찾은 사람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았다. 그럼에도 과거처럼 북적이다 못해 혼란스러운 분위기는 볼 수 없었다. 참여업체 및 브랜드 수가 줄며 빈 공간이 늘어난 것은 관람객에게는 반가왔을 것이다. 훨씬 더 쾌적한 환경에서 더 편하고 여유롭게 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가까이에서 깊이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최대한 즐기려는 모습은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기술이나 트렌드 변화에도 자동차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반가웠다.

관람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모습의 여성을 대거 내세우는 모습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비난여론을 의식해 참여업체들이 자제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시된 차 주변에서 관람객을 안내하고 차에 관한 설명을 해주는 진정한 의미의 ‘도우미’들도 과거보다 크게 늘었다. 이제는 국내 모터쇼 전시 문화도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점점 더 지능화되고,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는 일이 줄어들고, 소비행태가 달라지고 있어도, 자동차는 계속 사람들의 생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방향이나 표현이 사람마다 다르긴 해도, 소비자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다른 개념의 미래 자동차에도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자동차 산업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고리로서 모터쇼는 앞으로도 중요하고 필요한 행사가 될 것이다. 다만 행사 자체로서 사람들을 끌어모을 수 있으려면 달라지는 자동차의 개념에 걸맞은 기획과 표현을 새롭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는 관람객 참여형 이벤트는 그와 같은 미래 모터쇼의 실마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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