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용도 차, ‘사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 2018년 7월 22일에 오토엔뉴스를 통해 다음 자동차 섹션에 실린 글의 원본입니다. ]

아무리 사람이 환경에 적응한다고 해도, 불합리한 환경에 행동이나 사용방법을 끼워맞추다 보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특히 생활에 영향을 주는 환경이 사람의 행동을 제한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은 익숙해질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정신적 신체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자칫 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처럼 불합리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문제들은 결과에 집중하다 보면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이 어렵다. 나비효과라거나 지나친 확대해석처럼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한 번쯤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시스템의 결함으로 인한 피해가 개인의 몫으로 돌아가는 일들을 우리는 너무나도 자주 접해왔고 지금도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가 자동차와 무슨 관계인가’라고 생각하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물론 관계가 있기 때문에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간단히 말하면, 시중에 나와 있는 제품들이 소비자의 필요와 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문제들 또는 피해들을 고스란히 소비자 개개인이 감수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수시로 이야기하는 독점의 폐해이고, 법규와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는 일들이며, 경제나 시장 구조의 잘못된 점을 일찍 바로잡지 못해 생기는 폐단이기도 하다.

얼마 전, 어린이집 통학용 차에서 내리지 못한 어린이가 극심한 더위 때문에 차 안에서 목숨을 잃은 사고가 일어나 많은 사람을 안타깝게 했다. 처음 있는 일이 아닌데다가, 이미 앞서 있었던 비슷한 사고로 통학용 차 안전과 관련한 법규가 강화되었음에도 다시금 어린이가 희생되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은 더 크다. 분명 운영에도 문제가 있고 개선이 필요하지만, 통학용 차 자체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다. 

다른 나라의 상황에 관해서는 잘은 모르지만, 우리나라처럼 이른바 ‘스쿨버스’라고 불리는 통학용 차가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공교롭게도 공교육기관인 학교 학생들의 통학을 위해 쓰이는 진짜 스쿨버스보다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학원에 다니는 어린이와 청소년을 실어 나르는 차들이 훨씬 더 많다. 우리나라의 육아 및 교육현실이 만들어낸 모습이다.

거리를 다니는 수많은 스쿨버스들은 대부분 현대 스타렉스와 같은 상용차 기반의 미니밴이나 현대 카운티, 자일대우 레스타 같은 중형 버스를 개조한 것들이다. 그러나 애당초 어린이나 학생 통학용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탓에 개조를 통해 편의성이나 안전성을 보강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지금의 스쿨버스들은 아이들이 타기에는 너무 높고 불편할뿐 아니라 불안하기까지 하다. 대부분 어른이 쓰는 것을 고려해 만든 차들이기 때문이다. 생산 단계에서 안전 관련 장비를 설치하고 출고하는 새차인 경우에는 낫지만, 중고 미니밴이나 중형 버스를 구매해 개조하거나 개조 없이 쓰는 차들도 있다. 

의문이 드는 것은, 수요가 어느 정도 있음에도 처음부터 스쿨버스용으로 설계해 만든 차들이 없다는 점이다. 승하차 편의성, 좌석 안전 시설, 기타 안전을 위한 장치들을  어린이와 청소년의 신체발달이나 행동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반영한다면, 지금보다는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차값이 지나치게 오르는 것이 문제라면, 기존차 개조에 그와 같은 점을 반영한 장비를 쓰는 것도 한가지 방편이 될 수 있다. 최소한 보호교사나 운전자가 운행을 마친 후 실내를 완전히 돌아본 것을 확인해야 시동을 끌 수 있거나, 실내에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를 달아 경적이나 도어 잠금 장치와 연동하는 등의 시스템을 다는 것만으로도 효과는 있을 것이다.

비단 스쿨버스만의 문제는 아니다. 택배용 차도 마찬가지다. 지역별 배송거점에서 물건을 받는 사람에게 전달하는 과정에 쓰이는 것은 대부분 1톤 내장탑차다. 범용으로 개발된 1톤 트럭 섀시에 폐쇄형 화물칸을 얹는 식으로 비교적 단순하게 개조한 차다. 프레임 위에 설치된 화물칸 바닥은 지상에서 80cm 가까운 높이다. 화물칸에서 수시로 짐을 싣고 내리기 위해 오르내려야 하는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결코 달갑지 않은 형태다. 홈 쇼핑과 인터넷 쇼핑의 발달로 택배사업의 규모가 커진 지도 벌써 오래인데, 국내에는 택배라는 운용형태에 알맞게 설계되어 만들어진 차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물론 특정 용도를 위해 따로 차를 개발해야 하는 만큼, 택배 전용 차는 지금의 1톤 트럭을 개조한 차보다 값이 비싸지고 소비자의 구매 부담을 키우울 것이다. 그러나 높은 안전성과 편의성은 장기적으로 노동강도를 낮추고 업무효율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각종 배달 문화의 발달로 사업용으로 많이 쓰이는 모터사이클도, ‘배달용 오토바이’로 널리 알려진 언더본 스타일 비즈니스 모터사이클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 비즈니스 모터사이클은 모터사이클 계의 1톤 트럭 같은 존재여서, 범용으로 쓰기에는 좋지만 배달같은 특정 업무에 쓰기에 편리하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낮은 값과 높은 내구성, 운전 및 사용 편의성 같은 면에서 대안을 찾기 어려운 면도 있지만, 택배용 차와 마찬가지로 안전성과 편의성 등에서는 합리적 선택이 아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중에 몇몇 배달 전용 제품이 나오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배달 환경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탓에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품의 방향성이 사는 사람 중심에서 쓰는 사람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다. 예외는 있지만 대부분 원인에서 비롯되어 과정이 낳은 결과다. 지금처럼 특정 용도로 쓰이는 차들이 범용으로 개발된 차를 개조한 수준에 머무는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자의 경제성과 수익성,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차를 만들어 파는 회사는 차를 사는 사람의 요구를 맞춘다고 하지만, 정작 차를 쓰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와 배려는 부족하다. 법규나 관념 등 제도와 사회적인 변화도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고 해도, 앞으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틀림없다. 차에 타는 아이들, 택배와 배달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모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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